송시의 선학적 이해/박영환 지음/운주사 펴냄/2만 7천원

중국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송대의 문학.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송대의 시가(詩歌)를 선종의 관점서 회통과 융합이란 주제로 치밀하게 연구한 역작이다. 이를 통해 송(남북송)대의 문학(시)에 대한 불교(선종)의 영향과, 양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을 밝힌다.

중국 문화사서 송대는 각별한 위치를 가진다. 중국 역사상 송나라 때가 중국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의 회통성과 융합성이 작용한 결과로, 특히 시가와 회화의 결합서 두드러지게 표현돼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 가운데 송대 시가는 유·불·도 회통이라는 시대적 특징을 반영하는데, 특히 ‘유가들의 선종화’와 ‘선승들의 유가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송시는 선적인 사유로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기에 당시(唐詩)와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송대 선학(禪學)의 시각서 바라본 송시에 대한 연구이다. 선학에 있어서 문자선·간화선·묵조선을 강령으로 삼고, 송시의 대가들을 맥락으로 하여 송대 시가사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이들 대가들의 시작과 논시를 보면 모두 불교와 밀접한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선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구가 대부분 소식과 왕안석·황정견 등 대가들에게만 집중돼 제한적이었으나, 저자가 이 책서 언급하는 범위는 크게 확대돼, 위로는 송대 전기의 범중엄·구양수·왕안석, 아래로는 남송의 육유·양만리·범성대·강서시파·영가사령 등 전반적으로 송시의 대가들을 거의 모두 아우른다.

중국 송대는 융합과 회통의 시대였다. 유학을 빌어 선종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원유증선(援儒證禪)’의 유행과 그 영향으로 문자선과 간화선이 출현했다. 선종을 빌어 유학의 사상적인 깊이를 추구한 ‘원선입유’의 사조는 성리학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유불 간의 융합과 회통은 송대 문자선, 간화선, 묵조선의 발흥에 영향을 미치면서 송대 선종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서 특히 제 4부 ‘간화선과 남송 시단’에서는 문자선으로 말미암아 성행한 북송 시단에 비해 남송서는 문자선을 비판하며 나온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에 따라 남송 시단에 나타난 변화와 대표적 남송 시인들을 고찰한다. 먼저 애국시인 육유와 간화선의 창시자 대혜종고의 교유, 거기서 나온 이선유시와 시가삼매를 다루고, 이어 양만리의 시가 이론과 이선입시의 시가를, 그리고 범성대의 불문과의 교유와 입처개진, 반야공관에 입각한 시가를 탐구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송대에 가장 크게 번성한 선종과 송대 문학의 백미인 송시가 어떤 시대정신 속에서 만나고, 어떻게 새로운 차원의 문학을 창출하였는가를 인물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불교와 송대의 선종, 특히 송시宋詩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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