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금강경 17분

금강경 17분에 부처님께서 “일체법(一切法)이 무아(無我) 무인(無人) 무중생(無衆生) 무수자(無壽者)라”하신 말씀을 타력 신앙종교의 가르침처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돈을 벌어서 집을 사거나 지었다면 사람들은 이는 당연히 내가 소유한 내 집이라 합니다. 하지만 금강경을 잘 실천하여 아상이 없어진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집을 내 집이 아닌 부처님의 집이요, 부처님이 나에게 잠시 맡겨놓은 집으로 여깁니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힘써 번 돈을 으레 내 돈이라 생각하지만 금강경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내 돈이 아니요, 부처님께서 잠시 나에게 맡겨놓은 돈으로 알게 됩니다. 따라서 돈을 쓸 때도 돈의 주인이신 부처님께 여쭈어 승낙을 얻은 연후에 쓰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처님이란 마음 밖의 형상이 있는 부처님이 아닌 마음속의 부처님, 즉 ‘참나’를 의미하며, 기독교인이 말하는 ‘하나님’, 유교에서 말하는 ‘하늘’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힘들게 마련해서 살고 있는 이 집은 당연히 내 집이며, 내 집이니까 내 마음대로 처분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집이라 생각하고 이해타산에 따라 팔려 하지만, 그렇게 내 마음대로 팔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강경 공부를 제대로 한 사람은 자신은 주인이 아니고 단순히 관리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인이신 부처님(또는 잠재의식)의 목소리를 들어 승낙을 얻은 후에 팔려 합니다. 지공무사(至公無私)하신 부처님께서 집을 팔라고 승낙하시는 응답을 받은 경우, 반드시 부동산은 팔리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도 않고 형상도 말씀도 없으신 부처님의 승낙을 어떤 방법으로 얻을 수 있을까요?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알고 싶은 것을 간절히 부처님께 바칠 때 부처님께서는 여러 형태로 말씀하십니다. 명확한 느낌으로, 또는 선명한 꿈으로 응답을 표시하십니다. 또는 존경하는 스님의 모습이 되어 말씀하기도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은 집을 팔고 싶을 때 기도로 하나님의 응답을 구하며,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이라 믿을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 집이 팔리면 내 기도의 힘이라 생각지 않고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여 주셨다고 할 것입니다. 보통 불자들은 집을 판 것이 하나님의 뜻이요 기도의 응답이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을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금강경 공부로 자력과 타력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불자들은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하는 기독교인을 불자들과 다르지 않게 보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처(妻), 자식 하면 내 처, 내 자식으로 여겨 그들을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금강경을 공부한 사람은 내 처, 내 자식이라 하지 않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부처님께서(잠재의식이) 보내주신 인연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설사 원수 같은 처자식이라 하더라도 부처님께서 내 진심(嗔心) 닦으라고 보내주셨구나 하며 감사히 맞이합니다.

주인이신 부처님께 일단 여쭈며 주인이신 부처님의 응답대로 행합니다.

이것이 금강경의 무아(無我) 무인(無人) 무중생(無衆生) 무수자(無壽者)를 제대로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이며 밝아지는 길입니다. 또한 무능을 능력으로, 무지를 지혜로 바꾸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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