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일 위원, 〈불교장인 인명사전 삼국∼조선 전기〉 발간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인천공항 문화재감정관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서 (한국불교장인인명사전- 삼국시대~조선전기)와 함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한국불교에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불상, 불화, 전각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조성한 화승이나 조각승들이 누구인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상량문이나 화기, 복장물들을 통한 단편적 정보만이 존재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조성 작가를 전문적으로 발굴하려는 학술 연구가 미진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최근 내놓은 〈한국불교장인 인명사전-삼국시대~조선 전기〉는 주목할 만 하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전기까지 수 많은 불교문화재의 작가들을 조명해 놓고 있어서다.

조선 후기 인명사전 이후 8년만
1400여 불교 장인 스님 정리해
불교미술사 연구 중요 기초자료
“작가 중심 연구가 필요한 시점”
근대편 집필 준비… 3년 뒤 회향


〈한국불교장인 인명사전-삼국시대~조선 전기〉는 1427명의 화승·조각승·각수·수철장·주종장·와장 등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어느 작품에 참여했는지도 기록했다. 사전의 뒷부분에는 관련 작품의 도판과 참고문헌까지 적어 다른 연구자들이 참조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최 위원의 이런 작업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선후기 불교장인 인명사전〉이란 이름으로 불교조소·회화·공예와 전적·건축과 석조미술편을 잇달아 발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다룬 불교 장인만 6227명이다.

이번 사전 작업은 5번째로, 나오기 까지 8년여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자료 취합과 정리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 이후 전소된 사찰들을 복원하느라 불사가 많았고 시기가 가까워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던 조선 후기와 달리 삼국시대부터 조선 전기까지는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은 “되도록 많은 사료들을 접해 장인 스님들을 정리하려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이전보다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술회했다.

약 10년동안 정리한 불교장인 수만 7600여 명. 이렇게 지난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 위원은 “인간 중심의 미술사를 하고 싶어서”라고 질문에 즉각 화답했다.

그는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양식사 위주의 연구가 주류였지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서 “은사인 안귀숙 선생님의 화승 의겸과 주종장 사인 관련 논문을 읽으며 불교조각에서도 작가를 찾을 수 있는 판단이 들었고, 조각승 색난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문화재 지정조사 등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며 많은 장인들의 단편활동을 밝혀내고 이를 모아 인명사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최 위원의 〈한국불교장인 인명사전〉 시리즈는 한국불교미술사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성과이다.

중앙승가대 교수 정각 스님(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은 추천사를 통해 “문헌자표와 작품 이미지를 통해 탐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불교미술 장인들의 생애를 드러내고 밝혔다”면서 “풍부한 미술사담론, 그리고 미술사연구 분야를 보다 두텁게 만들어준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 위원은 인명사전 근대편을 준비 중에 있다. 총 2권으로 발간될 예정인 근대편은 집필에 3년 정도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최 위원은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은 무수히 많은 장인들의 공덕으로 불교문화재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된다면 우리 문화재가 더 많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인명사전을 통해 잊혀진 장인을 한 명이라도 밝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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