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선서화 초대개인전 ‘무진법문’ 展

화엄사성보박물관서, 8월 1~31일

김양수 作, ‘무진법문’ 展 中에서.

“어디로 가나요 그대들은?”
달빛 드리운 연못, 달빛 밑으로 물고기들이 줄을 지어 지나가고, 바위에 걸터앉은 개구리가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묻는다. 언어란 입 밖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한 폭의 그림이 그렇게 이야기 한다. 개구리가 물고기들에게 묻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도 답할 수 없는, 그 어렵고 끝이 없는 질문을 개구리가 물고기들에게 하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은 무진법문이다. 그동안 바람, 새, 꽃피우는 소리, 나비의 날갯짓 등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자연 속의 법문을 담백한 수묵으로 그려온 김양수(一休ㆍ58) 화백이 8월 1일부터 31일까지 화엄사성보박물관에서 초대개인전 ‘무진법문’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개구리가 만들어내는 풍경 30여 점이 전시된다. 대나무밭에 앉아 몰아치는 비바람을 ‘고요’속에 담아내고 있는 한 쌍의 개구리, 홀로 앉자 이슬로 차 한 잔을 짓는 개구리, 석탑에 앉아 잠 못 이루는 개구리, 세상의 모든 것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노래하고 기도하는 개구리가족, 개구리들은 시원한 바람을 만들며 화엄사로 뛰어 들어와 무진법문을 한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나는 늘 고요합니다.”
“이슬을 받아 당신께 차 한 잔 끓여 올리겠습니다.”
“기도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힘이 거기에 있습니다.”
“봄빛에 흔들리지 않는 게 있던가요?”

개구리는 물의 상상계를 대표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로 신화나 도상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나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복을 지니고 집으로 들어온다는 기복적 믿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 화백은 유년의 추억 속에서 개구리를 가져왔다. 그리고 세월의 두께와 깊이에 그 개구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과 모든 이들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림을 그렸다.

김 화백은 불교계에서 널리 알려진 선화가이며, 시인이다. 그 동안 그려온 그의 수묵화는 생략과 절제, 여백의 미학으로 선(禪)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림 위에 또 다른 그림으로 던져놓은 시어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많은 위로와 치유를 주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의 소재는 개구리들이다. 개구리를 통해 우리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자아를 들여다보게 하고 성찰하게 한다. 가벼운 색채는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서정과 해학은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의 그늘을 덜어낸다. 그의 그림과 글은 간결하고 짤막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종이에 번진 그림 속 먹물처럼 가슴의 끝에서 차분하게, 진하게 번져온다.

산사의 벽에 걸린 선화, 그 여법한 화장(畵藏)세계에서 잠시나마 고요한 자신을 만나보면 어떨까. 선화가 주는 새로운 언어의 세계를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양수 화백은 동국대학교와 중국중앙미술학교에서 벽화를 전공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2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동국대 예술대학과 성신여대 겸임 교수를 지냈다. 시화집으로 〈내속 뜰에도 상사화가 핀다〉 〈고요를 본다〉 〈함께 걸어요 그 꽃길〉 〈새벽별에게 꽃을 전하는 마음〉을 출간했다. (061)783-7610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