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방법론

부처님과 제자들은 탁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 소통했다. 현대사회서 이같은 탁발 등 행위는 어렵지만 사회요구를 발빠르게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은 동남아 탁발의 모습이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사찰의 소임을 사는 스님 특히 주지 스님은 포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물론 포교는 부처님 법을 중생에게 전함으로써 그들이 고(苦)로부터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데 궁극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한국스님들의 포교 고민은 이보다 훨씬 실존적이다. 탈종교시대, 다종교사회에서 불교와 사찰의 존립을 위하여 포교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교를 왜 하는가?’ 보다 ‘포교를 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질문이 보다 더 이 실존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처님과 제자, 탁발·칠가식
설법과 공양으로 지역사회 관계
지역 요구 파악해 접근해야

종교도 성쇠(盛衰)와 부침(浮沈)을 겪는다. 수많은 종교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현재에도 새로운 종교는 계속 생겨나고 사라져간다. 한 때 천년만년 지속될 것 같이 위세를 크게 떨치던 종교도 역사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불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조차 불교가 쇠락했다는 것은 한국불교도 예외가 아님을 단적으로 반증한다. 불교인구에서 나아가 출가승려마저도 감소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불교유적만 있고 불교는 없는 인도의 현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불교의 성쇠와 부침은 한마디로 포교에 달려있다. 포교는 불교교단을 유지시키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불교교단을 유지하기 위해선 신도가 지속적으로 귀의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신도의 유입은 포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만약 신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교단 자체도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포교는 불교를 유지시키는 근본이자 모든 불자의 사명이다.

그러하기에 부처님 재세 시에 전도부촉(傳道付囑)을 들은 수많은 제자들이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교에 헌신하였다. 설법제일 부루나 존자가 수로나국으로 포교를 떠나려 할 때 부처님께서 그곳의 백성들이 난폭하고 포악한 것을 걱정하시자 부루나 존자는 “설사 그들이 욕하고, 때리고, 죽인다 하여도 원망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화는 중생을 고통으로 벗어나게 하겠다는 전법교화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자 이를 통한 불교교단의 유지와 전승에 대한 신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가 쇠락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부처님의 포교에서 찾아야 한다. 부처님은 지역사회 즉 마을주민들과의 관계 맺음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한 마을에 머물게 되면 주민들과의 상호작용을 유지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공유했었다. 부처님과 제자들은 매일 아침 탁발을 통해 공양을 받았고 칠가식(七家食)을 지켰다. 칠가식이란 탁발을 시작한 첫 번째 집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일곱 번째 집까지만 공양물을 받는 것이다.

칠가식을 함에 발우에 공양물이 먹을 만큼 차면 일곱 집을 다 돌지 않아도 탁발을 중단하였다. 물론 일곱 집을 돌았을 때 발우를 채우지 못했어도 그냥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일곱 집을 다 돌고도 발우를 채우지 못하신 날도 있다고 전해진다. 일곱 집을 돌기 전에 발우를 다 채운 상황이라면 마을주민들의 삶이 풍족함을, 만일 일곱 집을 다 돌고도 발우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면 부처님께 조차 드릴 공양물마저도 없을 정도로 삶이 궁핍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칠가식의 탁발을 통해 부처님과 제자들은 마을주민들과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했던 것이다. 이러한 부처님과 제자들의 탁발은 단순히 음식물을 얻는 행위만이 아닌 지역사회의 삶을 이해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부처님과 제자들의 포교는 설법과 공양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자체가 지역사회와의 관계맺음이었다. 그들은 설법 그리고 탁발과 공양의 과정 속에서 지역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통해 부처님과 제자들은 마을주민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을 주었다. 경전에는 부처님의 비구 대중이 1,250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매일 아침 천명의 비구들이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만나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것은 어느 한 지역의 포교에 있어서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 한국불교에 시사점을 준다. 포교는 지역사회 주민들과의 상호작용과 공동체 의식을 이루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처님 재세 시의 포교는 전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친화를 통해 이루어졌던 것이다. 걸식을 하는 무리로서는 당연한 행위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걸식을 하지 않는 한국승가는 어떻게 지역사회와 친화하면서 포교를 해야 하는가?

사찰이 지역사회와 친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사찰이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나서거나, 지역사회의 각종 행사에 동참하거나, 사찰의 행사를 지역사회의 행사로 승화시키는 일은 사찰이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되는 지름길이다.

사찰이 지역사회와 친화하고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지역사회에 회향하면서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사찰은 지역사회와 유리(遊離)되어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사찰이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지역포교의 전제 조건이자 성공 조건이다.

현재 지역친화성이 부족한 사찰들의 상당수가 역설적이게도 비교적 재정의 여유가 있는 관람료 사찰이라는 점은 지역친화포교에 있어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발행한 <지역포교 리포트>에 의하면, 이들 사찰의 신도는 상당수가 해당 지역이나 사하촌의 주민이 아니라고 한다. 지역주민의 신도 비율이 낮은 사찰이 어떻게 지역친화적인 포교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찰의 포교가 지역과 친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 요구를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금부터는 지역 요구의 파악 방법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역 요구를 파악한다는 것은 포교를 함에 있어서 지역의 현실과 특성 그리고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시장조사와 같은 개념에 해당하며, ‘지역통계연보’의 활용은 지역친화포교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해당 지역의 통계연보를 발간하고 있다. 도, 시, 군, 구 등 자치단체에서 발간하는 지역통계연보에는 그 지역의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지역의 연혁과 토지, 기후에서부터 포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인구, 산업, 보건, 환경, 교육, 재정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지역정보가 구비되어 있다. 이들 정보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지역의 상황과 현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친화포교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낮은 반면 청년 인구의 유출이 높은 지역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포교에 나선다면 중장년이나 노년층 포교에 비하여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교육기관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포교에 힘을 쓰는 것이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인구가 갈수록 고령화되는 곳이라면 경로잔치, 독거노인돕기, 노인대학과 같이 노년층에 필요한 사업을 하는 것이 포교에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지역통계연보를 활용하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역친화포교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지역사회에 이바지 하는 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파악한 후에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사찰에서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것을 들 수 있지만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지역친화적인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여러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직자들을 위한 무료급식,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도시락 배달, 경로잔치, 푸드 뱅크(food bank), 자활 센터, 장학금 지원 등이 그러한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전시적·일회적이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계획적·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지역친화 프로그램이 일회성의 전시적 행사에 그친다면 지역주민들은 그 사찰에 대하여 실망하고 오히려 포교에는 역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사찰이 계획적인 지역친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면 지역주민들은 그 사찰을 신뢰하고, 나아가 불교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포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지역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포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사찰이 지역의 이슈(issue)에 천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과거의 진보 대 보수,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등 계급과 이념 투쟁적인 사회운동이 아닌 인권, 경제, 통일, 환경, 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영역의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환경운동과 생태운동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문제들이 지역공동체의 시각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비정부기구) 또는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의 성격을 띤 시민사회조직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사찰의 여러 스님들은 지역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정리하고 그 대안을 내는 이른 바 이슈 매이킹(issue making) 또는 이슈 리딩(issue leading)으로 불리는 활동에 능동적으로 동참하여 지역사회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찰이 지역과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면, 사찰의 성장을 지역에 회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찰이 자신의 성장만을 추가한다면 지역과 공동체를 이룰 수 없다. 사찰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성장의 토대로 하고 있기에 그 성장을 지역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사찰이 성장의 결실을 해당 지역과 공유하면,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사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포교에 유익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찰이 성장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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