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산사, 보존 방향을 듣다-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 스님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하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약 4년동안 준비해왔는데, 회의할 때마다 108배를 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등재 확정될 당시 위원장이 산사가 ‘1080번째로 등재됐다’고 하며 의사봉을 쳤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감격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전문위원들이 나중에 이야기하더군요.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산사가 잘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3000배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 스님〈사진〉은 7월 9일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머리를 풀며 등재 순간을 술회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일부 등재 권고와 이후 정오표·외교지지협력문서 작성, 현장에서의 협상 등을 거쳐 21개 이사국의 7개 사찰 모두 등재 지지를 이끌어 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드라마 같았다. 조계종과 등재추진위원회는 그 드라마의 주역이었다. 특히 등재추진위원회가 작성한 정오표와 외교지지협력문서는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080번째 세계유산 등재 의미
“108배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와”
종단 중심으로 통합관리단 구성
수행·신행 중심 보존·변화 추진

“결과적으로 정오표와 외교 자료가 일괄 등재에 큰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정오표와 지지자료가 우리를 설득시켰다’는 각국 대표단의 지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등재의 기쁨도 순간이다. 이제 더 중요한 사업들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등재보고서에 기술한 대로 산사통합관리단(가칭) 구성을 통해 7개 산사의 통합적 보존·관리 방안을 내놔야 하는 것이다.
종민 스님의 기조는 단호했다. 유네스코가 산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는 산사가 ‘유·무형 문화가 모두 공존하는 살아있는 유산’임을 인정한 것이기에 이를 조화롭게 보존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등재는 산사의 무형적 가치, 특히 스님들의 수행·교육·의례와 신도들의 신행까지 모두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점 단위가 아닌 면 단위로 문화유산을 인식한 것이죠. 한국의 문화재 인식 역시 단순히 단일 문화재가 아닌 구성 요소를 함께 보존 관리하는 방안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산사와 같이 ‘살아있는 유산’은 더욱 면 단위의 보존이 필요합니다.”

또한 종민 스님은 향후 구성될 산사통합관리단은 종단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 세간에 제기했던 ‘박제화’ 등의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종단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합관리단은 홍보나 관광객 교육부터 사찰 보존·관리, 연구 등이 이뤄지는 기구입니다. 이는 각 사찰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연속유산이기 때문에 한 곳만 잘한다고 유산이 유지되는 것도 아니어서 모두 잘 보존돼야 합니다. 그래서 통합관리단이 필요합니다. 등재신청서에도 종단 주도의 통합관리단을 만들어 총괄 관리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스님에 따르면 통합관리단은 종단과 당해 사찰, 지자체, 문화재청이 참여하며 올 연말에는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조계종은 8월 중순 경 세계유산 등재 선포식을 개최한다. 이에 대해 종민 스님은 “7월 말경 유네스코에서 등재 인증서가 도착할 예정”이라며 “인증서가 도착하면 8월 중순에 세계유산 등재 선포식을 개최해 공식적으로 등재 소식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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