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훼불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6월 중에만 2건의 훼불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1~2일 한국 선무도 본산인 경주 골굴사에 이교도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이 잠입해 복전함에 십자가를 그리고 사찰 표지석에는 ‘죽을 사(死)’를 낙서했다.

6월 18일에는 법보종찰 해인사에 이교도 남성 2명과 여성 2명이 난입해 “주 예수를 믿어라”, “하나님을 믿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시 법회 봉행 중이었던 해인사는 이교도의 행패로 법회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사실 이교도가 행하는 훼불행위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잊을만 하면 다시 나타난다. 이유는 명확하다. 다른 사람들의 종교와 사상을 인정하지 않고 혐오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교도에 인한 훼불행위에 대해 대부분 훈방이나 손괴 처벌 정도만 받고 있다. 불상 등을 파괴하는 행위를 단순 난동 행위와 손괴로만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각 종교계와 정부는 종교간의 화합과 평화를 깨뜨리고 전통문화와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각 종교계는 이웃종교와 문화적 고유함을 훼손하는 언행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배타적 종교관으로 인한 차별·혐오 없는 사회와 전통 문화·문화재 보호를 위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실효적 대책은 불교계가 오래 전부터 제정을 촉구해 온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은 종교·성별·장애유무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현재 이교도들의 행위는 소위 증오범죄에 해당된다. 단순히 광신도들의 행태라고 보기에는 이제 그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미국은 1969년 연방증오범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증오방지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이나 학대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하서는 벌금형 및 1년 이내 구금, 총기 등 무기사용자에 대해서는 최대 10년 징역, 납치·성폭행·살인범에 대해서는 무기형 또는 사형 등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0년 종교화합유지법을 제정해 다른 종교단체에 대한 적대감, 증오, 악의, 또는 적개심을 일으키는 자와 이를 종교단체나 기관을 선동하거나 부추기거나 장려하는 자에 대해 징역과 1만 달러 이상의 벌금형을 내리고 있다.

미국처럼 증오범죄방지법이 제정되는 것이 제일 좋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차별과 혐오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개신교인’들과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국회의원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정치적·경제적 갈등을 넘어서 종교적 갈등이나 민족적 갈등 그리고 문화적 갈등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피해자는 있는 데 가해자는 마음 편한 이 같은 행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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