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지 승원’ 등재 어떻게 이뤄졌나
‘한국의 산지 승원’ 등재 어떻게 이뤄졌나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8.07.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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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부 합심… 山寺를 세계에 알리다
6월 30일 바레인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한국대표단이 등재결정 직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조계종 홍보국
6월 30일 바레인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 한국대표단이 등재결정 직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조계종 홍보국

1425일. 지난 2014년 8월 6일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現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2018년 6월 30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까지 걸린 시간이다. 조계종을 중심으로 등재추진위에 참여한 정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약 4년이라는 시간동안 ‘산사 세계유산 등재’라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뛰어왔다.

지난 2014년 8월 추진위 발족
조계종·문화재청 등 14곳 참여
유산 등재까지 1425일 ‘대장정’

국내·국제학술대회, 조사·연구 등
숨 쉴 틈 없이 꾸준히 준비 작업

4곳만 등재 권고에도 포기 않고
정오표·외교협력문서 작성하는 등
종단·추진위 실무진들 노력으로
각국 대표단 모두 등재 선회해

佛·官, 세계유산 등재 위해 손잡다
한국 전통산사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세계에 인정받은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조계종과 사찰,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노력한 결과다.

전통산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사업은 지난 2014년에 본격화됐다. 조계종은 2014년 8월 6일 ‘한국의 전통산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조계종과 문화재청을 비롯해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보은군, 공주시, 순천시, 해남군, 안동시, 영주시, 양산시 등 14개 기관과 세계유산 등재 대상 전통산사인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등 7곳 사찰이 등재 제반 사항에 대해 상호 협력을 다짐하는 협약이 진행됐다. 또한 등재를 위한 전문위원들도 10명을 위촉했다.

이후 등재추진위원회는 등재추진을 위한 연구 용역부터 6번의 국내·국제학술대회와 2차례의 국내외 전문가 예비 답사, 학술총서 발행 등을 통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하 이코모스) 실사와 최종 보고서 발간에 만전을 기했다. 연속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기존의 한국의 전통산사를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바꿔 그 의미가 더욱 잘 드러나게 했다.  

일부 등재 권고를 모두 등재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올해 1월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됐다. 이후 반년 동안 이코모스의 실사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등재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이코모스가 지난 5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7개 산사 중 연속유산으로서의 선정 논리 부족 등을 이유로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4개 산사만을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후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이하 등재추진위)의 행보는 빨라졌다. 조계종 문화부와 등재추진위는 이코모스의 등재권고문 중 ‘산사’의 역사와 발전 과정에 대한 기술에서 발견된 오류에 대해 정오표를 제작했다. 작성된 정오표를 등재추진위는 6월 8일 세계유산센터로 발송했고, 이코모스는 정오표 12개 항목 중 11개의 오류를 인정했다.

또한 등재추진위는 별도로 지지 교섭 자료를 작성해 외교부를 통해 각국의 유네스코 대표단에 보낼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를 위해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 스님은 출국 전 외교부 차관을 만나 외교적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1개국 대표단들 ‘모두 등재’ 지지
6월 30일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의제로 올라온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대해 등재권고문을 작성한 크리스탈 바클리(Kristal Buckley) 이코모스 어드바이져가 산사의 역사적 유·무형의 가치를 위원국과 회원국에 설명했다.

이후 스페인 대표단이 “7개 산사가 모두 세계유산으로 등재가치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19개국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산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누구보다 산사의 가치를 아는 중국 대표단의 구오짠(Guo Zhan)과 마곡사를 직접 방문했던 유네스코 짐바브웨 대표부 대사는 “권고문에서 제외된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가 다른 4개 산사와 함께 연속 유산으로 등재돼야 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헝가리, 보스니아, 노르웨이, 쿠웨이트, 호주, 탄자니아, 바레인 등 많은 위원국들도 “7개 사찰 일괄 등재”를 주장하며 “살아있는 문화유산인 승려들의 예경·수행·신행 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존·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각국 대표단의 입장 선회는 종단과 등재추진위가 작성한 정오표 등의 역할이 특히 컸다.

실제, 노르웨이 대표단은 “등재추진위가 제작한 보충자료(정오표)를 통해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 3개 사찰의 역사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며, 호주 대표단도 “제공받은 외교 지지 교섭자료가 충분한 지지를 표명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정오표와 외교 지지 교섭자료 작성을 담당한 김정은 등재추진위 책임연구원은 “등재권고문이 정식 배포됐을 때 산사의 역사성, 발전 과정에 대한 오류와 이해도가 떨어졌음을 인지했다”면서 “연속 유산으로서의 산사의 독특한 특징과 수행·예경·선교 겸학 등 무형적 요소들을 대표단이 중점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윤 조계종 문화부 문화재팀장은 “캐나다 전문가는 외교 지지 교섭 자료를 가지고 돌아가겠다고 밝힐 정도로 종단 작성 문서자료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며 “적확한 오류 지적과 산사 이해도 높인 정오표와 교섭 자료는 이번 등재에서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산사, 한국의 전통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위 왼쪽부터 대흥사, 마곡사, 법주사, 봉정사 전경. 사진 아래 왼쪽부터 부석사, 선암사, 통도사 금강계단 전경.
'산사, 한국의 전통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위 왼쪽부터 대흥사, 마곡사, 법주사, 봉정사 전경. 사진 아래 왼쪽부터 부석사, 선암사, 통도사 금강계단 전경.

韓 산사 가치, 세계가 인정
‘한국의 산지승원’의 등재는 한국 산사의 독보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불교사찰들은 단독유산으로 개별 등재돼왔으나, ‘한국의 산지승원’은 한국 대표 전통사찰들이 가지는 포괄적 특징과 개념을 연속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종민 스님은 “등재된 7개 사찰은 ‘산사’라는 대표성을 가지면서 지리적·입지적·신앙적 다양성을 대변한다”면서 “등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산사’라는 가치가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등재로 인해 천년 넘게 이어온 한국 스님들의 수행·생활·교육 등 무형적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살아있는 유산으로 높게 평가 됐다”면서 “등재 이전에 참배객들이 사찰이 보유한 건축물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산사를 살아있는 승원으로서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봤다.

산사통합관리단 구성해 유지·홍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이후가 더 중요하다. 6년마다 잘 보존되는지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잘못됐을 경우 위험 유산으로 분류돼 등재 취소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역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산사의 종합정비계획 마련 △등재 이후 증가하는 관광객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산사 내 건물 신축 시 세계유산센터와 사전에 협의할 것 등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조계종 문화부는 7월 5일 열린 브리핑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산사들의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조계종 문화부는 △산사 내 비지정 문화재 건물 등에 대한 관리 방안 △산사 종합정비 계획 △관광객 증가 대응 방안 △산사통합관리단 설립 등을 향후 계획으로 내놨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산사통합관리단(혹은 산사세계유산센터·가칭) 설립이다. 이는 지난해 1월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명시한 것으로 7개 산사를 통합 관리하는 종단 중심 기구로 해당 지자체들과 기관들도 참여하는 구조다.

조계종 문화부는 “산사통합관리단은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등재된 유산이 적절히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7개 산사의 학술·보존·홍보들을 당담할 것”이라며 “등재 직후 대두되는 사찰 내 신축불사를 비롯한 종합 정비 및 관광객 관리 등도 통합관리단에 의해 관리 방향과 정해지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은 점 단위의 유산이 아닌 면 단위의 유산으로 사찰에 입지한 건축물과 시설물은 모두 동일한 관리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향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인정한 산사의 가치를 지키며 규제로 박제화된 산사가 아닌 조화로운 변화를 통한 생명력 있는 산사로 보존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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