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교지도자 40인 성명, ‘증오범죄 규탄’ 촉구

현장에 있던 스님이 촬영한 동영상 캡처화면. 기독교 신자 제레미 클라크가 사찰관계자들에 “악마숭배자”라 외치며 불상을 파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화면제공=뉴스트리뷴

워싱턴서 백인 남성이 베트남 사원 불상을 고의로 파손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 종교계에서 증오범죄를 규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 불교 전문지 ‘라이언스 로어’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 등 종교지도자 40명이 워싱턴 타코마 카운티 소재 베트남 사찰서 있었던 공공기물 파손 사건을 비판하고, 기독교 극단주의를 근절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6월 29일 보도했다.

해당 성명은 같은 달 21일 발생한 ‘타코마 카운티 사찰 훼불사건’서 야기됐다. 현지 지역뉴스에 따르면 타코마에 거주하는 제레미 클라크(Jereme Clarke)란 남성은 ‘차 폭 웨 명상센터’에 침입해 불상을 손으로 넘어뜨려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범행 직전 사찰관계자에 “악마 숭배자!”라고 소리쳤다는 점에서 그가 기독교 신자임을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5일 뒤인 25일, 미국 전역 40명의 종교지도자들은 공개서한을 냈다. 이들은 “클라크가 기독교 신앙을 인종차별적·반 불교적 증오범죄에 이용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독교 극단주의의 한 현상인 훼불사건이 한 사람(제레미 클라크)의 처벌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역주민들 사이에 종교나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미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지도자들은 기독교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독교계는 이번 타코마 사건을 통해 기독교 극단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지도자들은 신자들에게 훼불행위는 기독교에 반하는 일임을 알리고,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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