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유 ‘2030 또래 집단’ 육성 필요

자비신행회 청년식당 무료배식 모습

‘취업준비생의 거리’로 불리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옆 예술의거리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만 되면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광주 자비신행회(이사장 이화영)가 운영하는 청년식당에서 무료식사를 하기 위해 100여 명의 고시생들이 길게 줄을 서는 것이다.

20대는 취업 어려움 공유
30대는 워라밸·휴식 선호
사찰·단체 관련 강좌 시작

취업과 직장생활 어려움들
또래간 공동체에서 해소해
구심될 선도그룹 설립 유도

김영섭 자비신행회 사무처장은 “엄마가 차려주듯 한 따뜻한 밥 한끼에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마음에 작은 불심을 심는 것은 공감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 전법 포교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하는 불교 내 또래 집단 육성의 목소리가 높다.

 20대  어려움 공감·해법 공유

20대의 대표적인 고민은 ‘취업’ 그리고, 대학 진학으로 인한 ‘타향살이 어려움’ 등이다. 불교계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는 청년모임을 통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혜민 스님이 이끄는 마음치유학교는 7월 1일부터 15일까지 매주 일요일 취업을 위해 서울살이를 시작한 2030세대를 대상으로 후원프로그램 ‘어서와, 서울 살기 힘들지’를 진행한다. 20여 명의 서울 상경 학생들은 서로 서울살이 희노애락과 서울에서 잘 사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격려하는 시간을 갖는다.

힐링멘토 법륜 스님이 지도하는 정토회도 6월 27일부터 7월 8일까지 두북정토수련원에서 ‘슬기로운 여름방학 깨달음학교’를 개최한다. 대학생 및 미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깨달음학교는 자급자족 라이프 등 대학생들의 홀로서기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다.

대한불교진흥원도 7월 28~29일 경주 황룡원에서 청년들의 마음챙김 연수회 ‘심쉼풀이’를 연다. 불교계 청년공동체인 절오빠절언니와 함께 하는 심쉼풀이에서는 마음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 1월 노량진 고시촌에 개소한 마음충전소(소장 등명)도 스님과 고시생들이 함께하는 ‘따뜻한 밥한끼’ ‘스님과의 차한잔’ ‘마음충전 10분 텐트’ 등을 운영한다.

박철홍 마음치유학교 지도사는 “20대가 쉽게 마음을 여는 이들은 또래인 20대”라며 “함께 꿈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고 정서적 안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0대   취미·휴식 주제로 소통

대부분 직장생활로 상시적으로 모이기 힘든 30대의 경우 ‘취미’와 ‘휴식’을 주제로 한 사찰에서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는 청년회 차원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과 토요일 법회를 연다. 이중 화요법회는 이른바 치유법회다. 법회서는 직장인 도반들이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법회 참석 인원만 15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이와 함께 직장인들이 마음비추기, 불화그리기, 율동단 등 취미활동도 함께 할 수 있다.

서울 국제선센터(주지 탄웅)도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30대 직장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명상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는 아예 30대 직장인을 주 대상으로 발레와 요가 등 색다른 문화강좌를 개설했다. 7월 4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발레, 7월 5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요가강좌가 열린다. 타이틀도 2030세대를 위한 워라밸 문화강좌다.

봉은사 포교국 관계자는 “워라밸로 대변되는 일과 생활의 조화에 대한 30대의 관심으로 이번 문화강좌를 개설했다. 취미생활로 모인 이들을 사찰 수행 모임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30세대들의 공통점은 어려움, 혹은 취미 등을 함께 공유하는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계종 포교원이 2014년 전국 사찰불교대학 재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불교대학 재학생 중 20대와 30대는 2%에 불과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비슷한 연령대의 도반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 주요 문제로 꼽혔다.

2030세대들은 또래 집단 간 공감과 공유를 통해 자기 해법을 모색하는 만큼 포교 단체 안에서 공유·공감 형성을 선도할 또래 그룹을 우선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20대와 30대 불교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할 선도그룹을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세대가 느끼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구심축이 될 소그룹을 먼저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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