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서

여름햇살 아래
나뭇잎 짙어간다
나뭇잎이 짙어가는 것은
세월 또 흘러가는 것을
뻔한 나뭇잎은 신기하고
세월은 보이지 않으니
그 많은 후회의 빌미가
다른 게 아니었네

한 시절 나무였던 나무
이제는 ‘生’과 무관하고
분명한 이름 아래 서있던 석조들
이제는 역사와 무관한데
그 ‘무관’ 위에 앉아서
짙어가는 나무만 보일 뿐
매일 보는 산 아래가 궁금할 뿐
그 많은 후회를 어찌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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