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봉사는 심리적 대가 받아야 할 일

사찰에서 함께 김장 울력을 하는 스님과 신도 봉사자의 모습. 이들의 원력을 북돋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절은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고요할 것 같기만 한 절이지만 그 안의 생활은 쉴 틈이 없다. 마당을 쓰는 작은 일부터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큰일까지 모두 사람의 손이 가지 않으면 되지 않는다. 스님들만으로 그 일들을 다 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신도들이 일을 해주어야만 절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신도들의 울력과 봉사는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다.

절과 교회 같은 종교단체는 여타의 조직과는 운영이 사뭇 다르다. 일반조직은 일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한다. 대가가 없으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에서는 신도들이 일을 했다고 하여 보수를 주지는 않는다. 신도들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울력이자 봉사인 것이다.

신도는 무임금 노동인력 아닌
종교공동체의 주요구성원
칭찬·표창 등 감사 표현 필요


그런데 신도들의 자원봉사는 정말 아무런 보수나 대가가 없어도 되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신도들이 절에서 일을 하는 것은 분명 스스로 원한 봉사이자 공동체의 일을 다 같이 하는 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울력하고 봉사하는 신도를 무임금의 노동인력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신도의 울력과 봉사는 스스로 원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안 해주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공짜 인력이 아니며 그들의 일이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신도의 자원봉사는 금전적이 아닌 심리적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신도가 자원봉사를 하였다면 절은 그들이 가치와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절에서 한 자신의 이타행이 가치 있음을 알게 하고, 스님의 좋은 법문을 들어 만족하게 해주어야 한다. 여타의 조직이 금전적 대가를 치른다면 절은 심리적 만족을 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절은 신도의 자원봉사에 대한 대가로써 심리적 만족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 신도를 만족시키는 법문은 가장 이상적인 보상이다. 법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날 다시금 일깨우는 말씀이다. 신도가 절을 찾는 이유는 삶의 고통과 그 본질을 깨달아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그 답이 있고, 부처님이 입멸한 오늘에는 스님의 법문을 통하여 그 답을 구할 수 있기에 절을 찾는 것이다. 법문은 신도가 절에서 반드시 구하여만 하고 구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법문이 되려면 스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문은 스님의 알음알이가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이어야 한다. 신도의 고민과 문제를 개인적 경험과 지식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스님이 대중에게 설할 수 있을 만큼 부처님과 불교를 공부해야 한다. 그 공부에다가 신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스님 개인의 경험을 더해 법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법문에 더하여 신도의 자원봉사를 인정해주는 방법도 좋은 보상이 된다. 인정은 신도가 자원봉사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인정은 신도들이 봉사에서 만족을 경험하고 그에 따라 봉사활동을 지속하도록 격려하고 자극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신도의 자원봉사에 대한 인정 방법은 다양하다. 증서, 감사장, 시상, 표창, 대중공양, 절소식지 게재,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의 지지와 감사의 표현을 들 수 있다.

상(賞)은 잘한 일이나 우수한 성과를 칭찬해 주는 표적(表迹)이다. 상을 통해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다. 주지 스님이 신도의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증서, 감사장 등을 표창하고 시상하는 것은 좋은 보상이 된다. 상뿐만 아니라 신도 대중이 자원봉사를 하느라 고생했을 때 다 같이 대중공양을 하는 것도 보상의 효과가 있다. 또한 절에서 소식지를 간행하고 있다면 자원봉사활동 내용을 게재해주는 것도 보상이 된다. 사람들은 좋은 일로 자신의 소식이 대중매체에 활자화되는 것을 기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진과 더불어 소식을 전한다면 더 좋은 보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이벤트(event) 성격의 보상도 중요하지만 스님이 신도의 자원봉사를 지지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칭찬하는 것은 일상에서 신도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표현에 어색한 스님들이 많기에 더욱 그 보상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정에서 알고 있어야 할 것은 자원봉사신도를 집단화가 아닌 개별화하여 의미 있는 인정을 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받는 인정보다는 개인적으로 받는 인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신도에게 자원봉사가 만족하고 가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선 그에 대한 심리적 보상이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절과 신도 양자가 그 봉사활동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절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고 신도는 그 일을 가치 있는 일로 여겨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의 원조를 받는 절의 욕구와 자원봉사활동을 원하는 신도의 욕구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이다. 절에 일이 있다고 하여 떠넘기듯이 신도에게 일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그 일은 신도 스스로 원하는 자원봉사가 되지 못하며, 그렇기에 일에 대한 신도의 만족과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와 같이 만족과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은 오래가지 못한다. 신도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봉사활동을 부여하여 그들에게 불자로서 이타행의 실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지, 신신(信心)을 내세워 신도에게 적합하지 않은 업무를 반강제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① 자원봉사자 모집 시에 활동업무의 성격을 명확히 공지하고, ② 모집에 응한 신도가 어떤 욕구 및 동기를 가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③ 이들에게 의미 있는 업무를 약속해야 한다. 신도에게 자원봉사업무를 부여할 때 그 업무가 힘들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신도는 위축될 수 있고, 손쉬운 느낌을 주게 되면 신도는 흥미를 잃거나 안일한 자세로 활동에 임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신도에게 업무의 성격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신도의 자원봉사를 관리하는 사람은 이에 더하여 참여 동기, 기대하는 직무와 욕구, 기술과 잠재력 등을 사전에 파악한 다음 신도의 선호도에 맞게 업무를 부여하여야 한다. 하지만 자원봉사에 무조건 많은 신도를 동원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신도의 욕구와 능력 그리고 선호도에 상관없이 업무를 부여하게 되면서 신도의 공감도가 없어지게 되고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자원봉사 관리자는 자원봉사가 단지 절의 일을 무료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신도들에게 주어야 한다. 신도들은 절의 일을 해준다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거기에서 나아가 그 활동이 자신의 인격적 성장과 불교적 생활에 훌륭한 방편임을 인식하고 믿게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신도에게 자원봉사를 요청하기에 앞서 부처님의 생애와 불교의 교리에 의한 이타행의 가치 그리고 작복과 업의 의미에 대하여 우선 가르쳐 주어야 한다. 부처님의 삶이 온전히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였으며, 그것에 대한 현재적 실천이 자원봉사이며, 그 자원봉사가 복을 짓는 행위이며, 그 행위로 인하여 선업이 쌓여 감을 알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신도들이 이러한 인식을 할 수 있을 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자원봉사에 대한 불교적 의미를 자각할 수 있다.

이상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신도의 심리적 만족과 보상에 대하여 거론하였다면 이제는 자원봉사의 실천에 필요한 조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당수의 절들은 자원봉사를 위한 업무분장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수의 신도를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자원봉사신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게 된다. 사람이 많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활용에 대한 계획이 없이 사람을 많이 모으기만 하다 보니 일하는 사람은 계속 일하고, 노는 사람은 계속 노는 상황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일어난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원봉사업무의 조직화이다.

자원봉사업무의 조직화는 절의 전체 자원봉사를 계획하고 관리하며 평가하는 총체적인 틀로써, 관리자가 자원봉사의 목표달성에 필요한 활동들을 분류하고 배정하는 것이다. 즉 자원봉사업무가 어떻게 수행될 것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업무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업무분장은 업무 내용과 방법을 구체화하여 절의 목표와 신도의 욕구를 연결하고 통합시켜주는 행위이다. 우수한 업무분장은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자원봉사신도를 활용하여 어떠한 일을 수행하려 하는지에 관한 사항이다. 둘째, 왜 이와 같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와 왜 정규직 종무원보다 자원봉사신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사항이다.

지금까지 절의 자원봉사 현장에서는 자원봉사신도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분장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사람을 보다 많이 모집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의 자원봉사에 대한 만족도와 지속도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므로 절은 자원봉사신도를 모집하기 전에 명확한 자원봉사 업무분장을 먼저 마련하여야 한다.

절의 자원봉사는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에 앞서 절의 목표와 신도의 욕구가 공감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신도가 자원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인정과 보상의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원봉사를 위한 사람을 모으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업무 내용과 방법을 명확히 하여 업무를 분장하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신도를 절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공짜 인력이 아닌 부처님의 연기사상에 입각하여 이타행을 실천하는 불자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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