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이론이 아니라 체험이다/무각 스님 지음/호미 펴냄/1만 2천원

이 책은 어렵게만 여기던 참선 수행법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깨우쳐주는 일종의 참선 입문서이다. 저자 무각 스님은 일찍부터 재가 불자나 일반인들의 마음공부, 곧, 참선 수행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런 결실은 17년 전 재가자들을 위한 참선 수행 도량 <공생선원>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경전 공부와 더불어 참선 수행법을 가르치는 한편, 최근에는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선불교대학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공생선원서 무각 스님이 ‘일상 속에서의 수행’이란 제목으로 여섯 달 동안 법문 내용을 정리해 엮은 것이다. 처음 불교에 입문해 참선 공부 하는 초심자들을 위해서 불교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선(禪)이 무엇이고 왜 참선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해 공부의 기틀을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공부 함에 있어 이론적인 알음알이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집중 몰입해 들어감으로써 스스로 체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일깨운다. 

지금 일어난 한 생각이 내 삶을 결정해
일상 속 수행이 가장 빠른 마음공부 길


일상의 삶 속에서의 선 수행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답게, 마음공부의 길로 들어서는 법을 일러 주되, 생활 속의 관계와 상황을 비유로 들면서 쉬운 일상 언어로 찬찬히 들려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법문을 정리한 것이어서 글이 더러 논리적 비약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해 못할 부분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생동감이 느껴지는데다 글 맛을 살려 읽는 재미가 있다. 

절에 다니며 아무리 법문 듣고 불교 서적을 읽고 해도 알 듯 모를 듯 어렵기만 하던 불교와 선수행. 하지만 이 책은 “진리는 ‘지금, 여기’를 떠나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한편, 불교의 핵심과 참선 수행의 요체를 소박하고 소탈한 일상 언어로 일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일상생활서 참선 수행의 길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게 안내한다. 

“고상하게, 고준하게만 접하니까 부처님은 저 위에 거룩하시고 나는 저 아래에 동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불교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 삶입니다. 불교는 진리를 이야기하고, 진리는 지금 우리 삶 속에 있습니다.” 

지금껏 참선 관련 책들은 많이 나왔지만 고담준론으로 일관한 것이 대부분일 뿐 첫 발걸음을 떼는 일반인들을 위해 기본을 일러 주는 책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많은 불자들이 선에 관심 많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 생활이 그대로 참선 수행의 재료가 되고 길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굳이 산중 사찰이나 선원에 가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선 수행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음도 깨우쳐준다. 

참선이라면 “관(觀)하고 화두를 들고 집중해 용맹정진으로 뚫고 들어가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전 단계로 “마음의 쉼, 곧,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 먼저 선행됨을 이야기하는 책은 드문데, 무각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믿고 마음에 맡기는 것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쉬게 하고, 그 마음에 맡기면서 생활 속에서의 간절함으로 깊이 몰입하는 것이 참선을 잘할 수 있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 그러다 보면 생활하는 중에 부딪히는 일상의 난관들도 저절로 잘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행복하게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모두 마음 쓰기에 달려 있고, 지금 일어나는 한 생각이 자기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무각 스님은 이 책에서 “생활을 떠나서 불교가 존재할 수 없으니,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아야 합니다. 삶을 떠나서 진리가 따로 존재할 수 없으니 우리의 삶 그대로가 불교의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대로 진리의 표현임을 깨달아 가야 합니다. 내가 불하나 켜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모두 밝게 삽니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이어 마음 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마음을 관(觀)하는 것은 마음이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자각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마음 작용, 일체의 경계, 순경계, 역경계, 생각 생각을 또 다른 마음이 놓치지 않고 주시해 보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생각을 지켜보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곧 내가 지금 무엇 하는지 여실히 알고 마음이 어떻게 나가는지 보는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참선 하는 데에서 수행 일변도로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경계하며, 재가 불자나 출가자 할 것 없이 일상의 삶이 수행의 근본임을 늘 되새기라고 강조한다. 옛 선사들이 그랬듯이, 늘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수행을 점검하는 ‘스스로 마음을 믿고 맡기는 마음 쉼’이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참 나’를 알아야 불교를 제대로 알고 참선도 주저함 없이 올바르게 할 수 있다. 무각 스님은 “선은 내가 부처임을 알고 부처로 사는 것으로, 오래 전에 임제 스님이 가장 수승한 수행이라고 역설하였듯이, 바른 안목(眞正見解)을 갖춰야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바른 안목’은 자기 자신의 안목서 벗어나는 것이니, 자기라는 틀을 벗어 버려야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야 부처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무각 스님.

즉 저자는 “정견은 내가 누구인가 아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본래 부처입니다. 나타나는 현상이 연기이고 실체가 없고 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내가 본래 진리임을 자각하는 것이 바른 안목, 정견(正見)입니다. 정견은 자기 마음 가운데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갖춰져 있는 바른 안목에 의지하면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하고 바르게 살고 생각도 바르게 돌아갑니다.”라고 ‘바른 안목’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무각 스님이 이 책을 펴내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재가자들에게 올바르고도 손쉬운 참선 공부의 길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이 전법(傳法)의 최일선에 선 포교사들이 불교를 제대로 알아 선을 이론이 아닌 체험으로 익힘으로써 바른 안목으로 포교할 수 있는 지침서로도 활용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계종 포교원서 포교부장 소임을 맡았을 때 포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앞뒤로 ‘읽기에 앞서’와 ‘덧붙여’라는 글을 곁들였다. ‘읽기에 앞서’는 참선 공부를 처음 하는 이들을 위한 당부의 글이다. 1장은 불교가 무엇인지, 2장은 나는 누구인지, 3장은 무아, 연기 중도를 4장은 참선, 5장은 반조와 간화, 6장은 일상에서의 수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밝힌다. ‘덧붙여’에서는 불자들이 일반적으로 궁금해하는 기도, 천도재, 극락, 업식, 하심 등에 관해서 선(禪)의 견지서 쉽고 간결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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