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수혜자 중심의 풀뿌리 기부문화가 조성되는 가운데 불교계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을 시작으로 조계종 중앙신도회, 불교여성개발원, 사회적 협동조합 연꽃향기까지 불교계 신행과 복지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앞장서 그 의미가 크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니즈(needs)’는 더 이상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기업들만의 용어가 아니다. 한동안은 고객들이 원하는 욕구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이윤을 추구하는 데 주로 사용됐으나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하나의 기술로 통용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과거에 비하면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모금단체의 공금횡령이나 유용 파문 등의 문제가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지면서 모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모금 수혜자들의 “~은 그만 받고 싶다”는 말이 ‘갑질 논란’으로 회자되면서 기부문화에 한층 더 찬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하면 “내가 주니 너는 군말 없이 받아야 한다”는 기부자의 견해 또한 갑질이 된다. A가 필요한 이에게 가장 의미 있는 물건이 A라는 것은 상식을 갖춘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부처님이 중생 개개인의 근기에 맞춰 대기설법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수승하고 절대적인 진리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이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제는 불교계서 활동하는 복지단체들이 대기설법의 가치를 되새겨 수혜자 중심의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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