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가의 세가지 지혜

단단한 지혜의 뜻을 알기 위하여 불가에서 흔히 말하는 세 가지 지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지혜는 문혜(聞慧), 즉 (귀로) 들어서 생기는 지혜입니다. 두 번째 사혜(思慧)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즉 심사숙고하여 얻어지는 지혜가 있습니다. 그다음은 마음을 닦아서 얻은 지혜인 수혜(修慧)가 있습니다. 분별심이 사라지면 마음속의 지혜광명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수혜란 마음 닦아 드러난 지혜광명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문혜는 보고 들어서 생겨난 지혜, 말하자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여 얻어진 지혜를 말합니다. 학교에서 얻은 지식으로 직장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런 지혜는 문혜인 것입니다. 각종 정보와 지식을 통해서 얻은 지혜입니다.

지식이 많은 사람,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 비하여 해결능력이 뛰어날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고등학교 출신보다 대학 출신을 우대하는데, 이는 대학 출신이 중·고등학교 출신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에서 얻은 지혜, 즉 문혜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식과 정보를 통하여 얻어진 문혜는 단단한 지혜라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혜는 주위에 수많은 난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문혜가 보고 들어서 얻어지는 지혜라면, 사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얻어지는 지혜입니다. 즉 난제의 해법을 자꾸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며, 또 사람들과 난제에 대한 해법을 경청하고 논의하여 얻어진 지혜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볍게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을 더 많이 제거하게 되어 문혜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즉 난제의 해법을 계속 생각하는 자세, 사람들로부터 난제의 해결의 경험을 경청하는 자세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제거하므로 더욱 더 보편적인 지혜가 드러날 수 있게 하는데 이로부터 얻어지는 지혜는 문혜보다 더 차원 높은 지혜가 될 것이므로 더욱 단단한 지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혜는 마음의 분별심을 소멸하고 탐진치를 닦아서 생긴 지혜입니다. 현재 의식인 마음의 분별심을 끊임없이 바쳐 사라지게 되면, 마음속 깊이 내재된 선입견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선입견(이것을 전생의 업장이라 합니다.)이 사라지면 마음 깊숙이 숨겨진 본연의 지혜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 드러난 지혜의 범위는 심사숙고하여 얻은 사혜보다 더욱 넓고 깊습니다.

그러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대부분은 사람 속을 알지 못합니다. 한 길 사람 속을 아는 지혜, 이것은 문혜로도 아니 되고, 사혜로도 아니 됩니다. 오직 마음을 닦고 탐진치를 소멸하여 얻는 지혜인 수혜만이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제 마음을 닦아 분별심을 제거하면 일차적으로 자신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속마음도 무엇인지 알게 되는 원리 때문입니다.

탐진치를 닦아 수혜를 체험한 경영자라면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게 되므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여 회사를 슬기롭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수혜를 잘 닦은 사람의 지혜와 능력은 거의 신(神)의 영역에 접근하는 뛰어난 능력이요, 지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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