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유마경(維摩經) 1

<유마경>은 부처님 당시 최대 상업도시인 바이살리(Vaisali)를 무대로 펼쳐지는 재가불자인 유마거사와 부처님제자 33인들과의 토론과 침묵, 그리고 법문을 다룬 경전이다. 유마는 누구 길래 부처님의 제자와 법거량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해본다. 부처님 경전에 등장하여 설법을 한 승만이나 유마거사는 두 말할 것 없이 인격과 덕행이 뛰어난 인물이다. 유마의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은 첫째는 한량없는 부처님께 언제나 공양을 올려 선근(善根)을 깊이 심어 이타행(利他行)을 잘 한 것이다. 모든 생명들에게 생존에 관한 공양물은 물론이고 진리의 가르침을 공양하고 봉사와 선행으로 열심히 남을 이롭게 하는 수행을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생멸이 없는 진리를 얻어 그 진리를 전하는 방법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중생들의 그릇을 알아보는 지혜를 갖춰 그에 합당한 설법을 함으로 유마는 복덕과 지혜를 갖춘 인격자로 등장한다. 불교적 인격자가 되기 위해선 지혜와 방편과 원력이 있어야 하는데 유마는 이것을 완전히 갖춘 재가자의 모습을 다 지닌 분이다. 유마는 청정한 이름, 무구칭(無垢稱)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는 바이살리 성의 재벌그룹의 총수였다. 항상 불교수행을 철저하게 하여 계율과 선 수행으로 이미 한 소식한 분이다. 본래 도인은 시크한 면이 많은데 유마는 아주 당당하여 누구라도 잘못된 수행을 하고 있으면 반드시 가르쳐 정법 속으로 인도했다. 언제나 사람들과 사교성도 깊어 잘 사귀고 토론하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마는 허구의 인물이라는 말도 있다. 부처님 제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답을 통해 그들로 하여금 공부가 향상시켜주는 역할과 보살도의 실천에 대한 평등을 나타내는 불이사상(不二思想)을 알게 하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유마는 우리를 돕기 위해 나타난 대승보살의 화현으로 본다.

<유마경>은 한글대장경 제 57책 <유마힐소설경>, p25와 제 247책 <대승입릉가경>속에 p281 <유마힐경>으로 3회 14품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경전이라 한글로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 매우 많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은 <유마경>이 희곡, 연극의 대본을 보는 느낌이 든다.  서론에서 보적의 스토리와 십대제자들의 절절한 사연 속에 대승보살로 나아가 도록하는 방향전환이라든가. 미륵보살의 수기와 관련된 이야기, 광염동자, 게다가 마왕 파순이 등장하는 <불국품>, <방편품>, <제자품>, <보살품> 이 4품은 너무 드라마틱해서 즉시에 공연을 올려도 될 만큼 아주 재미있다.  

본론에 해당하는 유마의 병에 관한 스토리가 전개되며 부처님 당시 가장 지혜로운 유마와 문수와의 만남을 통해 유마가 문수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장면에서 1차 법거량이 일어나고 다시 병에 대한 문수의 질문과 유마의 답변 5가지를 통해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중생이 아프고 괴로운데 내가 어찌 행복할 수 있는가”는 중생교화를 위한 길을 열어 보인 <문수보살문질품>, 신통은 지혜의 증장과 비례하니 지혜와 선정을 밖에서 찾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긴 <불가사의해탈품>, 어떻게 정진하여 선정에 몰입할까에 대한 논의와 중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를 논하는  <관중생품>, 보살은 어떻게 성불하는가에 대해 중도적 삶에 대한 가르침을 <불도품>에서 심도있게 들어가고, 어떤 방법으로 도를 깨우칠 것인가에 대해 33명의 보살들과 불이사상을 논하고 유마가 침묵하는 모습 속에서 법의 길에서 안목이 높아지는 <불이법문품>과 점심공양을 먹고 논의를 계속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유마가 향적국(香積國)에 가서 남은 밥 가져 올 이를 찾았지만 누구도 가려는 이가 없자 스스로 변화보살을 시켜 42억 항하사 국토를 지난 곳에 가서 공양을 가져오게 하는 <향적품>까지 본론을 보며 유마의 정신 세계 속으로 무난히 우리도 입성하게 된다. 결론은 정토의 보살들이 예토의 공덕행으로 진정한 불국토 건설의 의미와 그 곳에 살고 계시는 여래, 부처님을 보고자 하면 중도적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는 <보살행품>과 <견아촉불품>다. 중생이 부처라는 사실만으로 그들에게 법으로써 공양을 올리는 <법공양품>과 미륵보살의 서원을 통해 대승의 진리에 희망과 꿈을 가지고 신해행증하면 모두 다 부처를 이룰 것이라는 유마경을 세상에 널리 알리자는 <촉루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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