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비수관 - 3) 자비수관 명상하는 방법

자비손 만들기-의식의 작용
자비손 연상이 잘 안 될 때는 자비손이 만들어지도록 해본다. 자비손 연상이 희미하거나 연상되지 않더라도 손이 있다고 생각하고, 상상력으로 책상이나 바닥을 치면서 의식의 작용이 선명해지게 해보는 것이다. 물론 연상이 잘될 때도 이 방법은 의식의 작용이 선명해질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손을 책상 위 또는 바닥에 대고 그 감각을 기억한다. 상상으로 만든 마음의 손으로 책상이나 바닥을 만져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손이 의식되면서 책상이나 바닥을 치게 된다. 특히 10초나 20초 정도의 시간에 얼마만큼 빨리 두드리며, 두드리는 횟수가 얼마인지 시험해본다. 빨리 두드리고 그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집중이 잘되는 것이다.

다음에는 조금 떨어진 벽에 마음의 손을 보내서 두드리는 실험을 해본다. 그리고 두드리면서 숫자를 헤아려본다.

시선을 너무 멀리 두면 손바닥이 가서 두드릴 때 힘들어서 속도가 느려짐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자기도 모르게 가상의 마음의 손이 생각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떨치면 마음이란 멀고 가까움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된다.

다음에는 벽에다 마음의 손이나 주먹을 보내서 벽을 뚫고 들어갔다 나오는 실험을 해본다. 그리고 몇 번인지 횟수를 세어본다.

우리의 인식은 벽은 단단하고 두껍고 막혀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마음의 주먹은 쉽게 벽을 통과한다. 벽을 무너뜨리는 것도 아니다. 벽의 형상에 흠 하나 없이 마음의 손도 손상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통과한다. 통상적으로 벽은 있고 단단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상상력으로 그 벽을 부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왜냐하면 관념의 벽에 의해 의식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저절로 손이 만들어진다. 이 연습은 처음 마음의 손을 만드는 사람이나 마음의 손 이미지가 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마음의 손이 작용하는 데 걸림이 없다는 것이 명확히 이해된다.

그렇지만 몸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올바른 수행 자세가 아니며, 도리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 수행의 근본이 자비심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오직 자기 몸의 변화에만 안이하게 만족한다면 곧바로 집중력과 관찰력이 사라지게 된다. 대신 폭력과 자만에 물들어 자신의 몸을 상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겨서 함부로 대상을 조작하려고 하거나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다음에는 벽속에 손을 넣고 방 전체로 돌려본다.

이 실험은 마음이 뒤쪽으로도 가는지 체험해보는 것이다. 마음(의식)의 자유로움을 확인해보는 체험인데 단지 의식을 움직이는 훈련이다. 의식을 움직여서 몸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위빠사나이다. , 호흡관찰할 때 어떤 부위에 현상이 나타나면 그 부분을 관찰하고, 그 현상이 사라지면 다시 호흡관찰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다른 부위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은 곧 의식을 움직여서 관찰하는 것이다. 자비수관도 이 원리와 같다. 자비손(의식)을 움직이는 것은 의식을 움직여서 관찰하는 것이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자비손을 몸에 접촉시킴으로써 몸의 5대 현상과 아뢰야식 속에 저장돼 있는 정보들까지도 쉽게 나타나도록 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렇게 자비수관을 훈련하다보면 마음속에 잠재돼 있던 트라우마에서 점차 벗어날 수 있다. 다음은 자비수관을 체험한 50대 여성의 체험기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장사도 크게 하고 싶고, 남들도 많이 도와주고 싶고,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마음일 뿐 조그만 변화에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거나, 2~3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해도 얼굴이 붉어졌다. 조그만 일에도 크게 반응하여 두려움을 느껴 생활이 불편했고, 특히 소변을 보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살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 동안 여러 가지 수행, 방편을 사용했으나 결정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20109월 추석 이후부터 자비선사에서 자비수관 명상을 시작했다.

수행 첫날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고통의 원인들이 올라왔다. 나는 산골에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입시를 위해 학교에서 야간학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이 되었다. 가난한 산골마을이라 중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나 혼자뿐이었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나 혼자였다.

시골 밤길은 초등학교 여학생에게는 너무나 무서웠다. 이웃 할머니들에게 전해들은 귀신 이야기 등은 공동묘지를 지날 때마다 떠올랐고, 산길에 있는 개울물 건너기는 너무 가혹했다. 무서워서 오줌을 싸기도 하고, 앞뒤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러한 두려운 경험은 반복됐다.

내가 40년 동안 불안감, 두려움과 육체적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것은 다 이 트라우마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비수관 수행을 하면서 내 자신에게 사랑과 연민해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수행 중에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스님께 점검받으면서도 울었다. 이번 기회에 내 인생을 가로막았던 트라우마 문제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자비선사에서 한 달여 동안 장기수행을 했다.

스님께서 법문하신 알아차림또한 과거는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 없고,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라는 내용을 계속 되새기며 나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장사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대인관계도 원만해졌다. 나의 모든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이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낮추어 보았던 습관이 바뀌었다.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생각하고 사랑으로 대하게 됐다.

자비손 응용법
자비손을 응용하는 방법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자비손으로 몸을 쓰다듬으면서 그 손을 따라 몸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자비손을 따라 그 부위를 관찰하면 변화하는 현상을 알 수 있다.

둘째, 자비손으로 몸을 쓰다듬어 놓고 난 직후에 자비손을 멈추고 그 몸의 변화를 주시하여 관찰하고, 다시 자비손으로 몸을 쓰다듬는 식으로 반복하는 방법이다. 마치 여러 가지 물건을 흩어 놓고 자기가 찾고자 하는 물건을 찾듯이 한다.

셋째, 자비손을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단지 주시하여 지켜보기만 하는 방법인데, 이는 자비손보다는 단지 지켜보는 방법이 유효하다고 판단될 때이다. 그렇지만 다시 자비손으로 돌아온다.

넷째, 앞의 세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방법이다.

이 네 가지 방법은 생각의 흐름을 그치게 하여 마음을 고요하게 하거나 대상을 꿰뚫어보아 망상을 제거하여 지혜가 생기게 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자비손과 몸의 접촉방법
첫째, 몸을 아기마음의 손을 어머니손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손을 신체에 접촉하여 쓰다듬을 때 잘 돌봐주지 못해 미안해” “이제까지 잘 버텨주어 고마워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아무개야, 사랑해하고 대화하듯이 한다. 특히 통증이 있는 곳에 자비손을 대고 대화하듯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자비심을 담은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자비심이 발동한다. 이것이 자기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법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제어하며 사랑·연민·관용·용서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방법이다.

둘째, 마음의 손을 신체에 접촉하여 쓰다듬기를 하되, 맑은 물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 등을 연상하여 응용한다. 수행자의 근기나 몸 상태에 따라 응용하는 연상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셋째, 자비손을 몸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 35또는 10이상 간격을 띄워서 쓰다듬기를 하되, 밝은 빛 투과시키기 등을 응용한다. 자비손을 몸에 접촉하지 않고 간격을 띄어서 할 수 있는 것은 몸이 항상 기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비손이 이 기운과 접촉되면 기운이 아주 활발해진다. 그래서 자비손과 기운의 접촉이 잘 되는 경우에 자비손을 몸에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몸에 접촉시킨 것 이상 발휘될 수도 있으며 몸의 형상이 모두 기의 흐름으로 변할 수도 있다.

넷째, 손을 크게 키워서 자비손을 응용한다. 또는 어머니가 아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을 때처럼 아주 부드러운 감정을 가지고 따뜻함이나 빛 등을 실어서 응용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차례대로 해도 되고 차례 없이 혼용해도 되며, 각자 성향에 따라 그 중 하나만 골라서 해도 된다. 역량에 따라 천수천안과 같이 자비손을 많이 만들어 응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배가 몹시 차다면 따뜻한 손을 만들어 배에 대 놓고 다른 손으로 머리부터 관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손을 대상 부위에 가만히 올려놓을 수도 있으며 지그시 누를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 손의 성향을 바꾸어 가면서 응용하면 된다. 단지 거칠게 때리듯이 완력으로 하는 것이나 지압하듯이 꾹꾹 누르는 것은 자비심의 표현이 아니므로 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가 사랑이 가득 찬 시선으로 아기를 보면서 쓰다듬듯이 자비손을 떠올려서 머리 쪽부터 몸 아래로 천천히 마사지하듯 쓰다듬음을 연상한다. 사랑의 감정을 넣어서 이렇게 천천히 발까지 골고루 자비손으로 쓰다듬는다. 이때 몸은 그대로 놓아두고 마치 제3자인 것처럼 손과 몸이 접촉되는 부분을 주시하면서 실제로 쓰다듬을 때 접촉되어 일어나는 느낌의 처음, 중간, 그리고 끝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쓰다듬음은 내 것[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이고 붙들고 집착하는 마음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서로를 소통시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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