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74호, ‘성윤리와 불교’ 특집

2018년 상반기 한국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키워드 중 하나는 ‘미투(Me Too)’다.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운동은 한국에서 폭발적인 사회현상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혜화역 시위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에서도 성범죄는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불교 대표 학술계간지 〈불교평론〉이 최근 발간한 여름호(통권 74호)의 특집인 ‘한국사회의 성윤리와 불교’는 ‘미투’운동과 확산될 수 밖에 없었던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불교 안에서의 성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韓 사회 ‘젠더기반 폭력’ 만연
폭력 구조 직시, ‘미투’의 핵심

교단 내 성폭력, 개인 일탈 치부
위계·폐쇄적 사찰 구조 등 살펴야

욕망 아닌 권력 구조의 문제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은 ‘욕망과 권력 그리고 성담론의 상관관계’에서 남성 중심적 권력 기제가 어떻게 여성에게 발현되는지를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비판한다. 김 소장에 따르면 ‘젠더 기반 폭력’은 여성을 차별하는 개인 인식과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

그는 “성폭력은 ‘폭력’의 형태에 ‘성’이 개인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벌인 일이라며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해석한다”며 “성폭력은 성욕이 일으킨 폭력이 아니라 성별·지위 등의 권력 관계를 이용해 성욕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폭력’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문제는 욕망이 아닌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 및 성폭력 고발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미투가 문제 삼는 것은 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이라며 “미투를 통해 성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성욕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폭력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권력구조에 관심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를 성찰하지 않고 욕망의 문제로 화살의 끝을 돌리는 이상 그 구조에 공모하게 된다. 욕망이 아니라 폭력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 권력 구조와 性 문제
조승미 서울불교대학원대학 강사도 불교 교단 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파계로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폭력 문제 이해와 한국불교 권력 구조’에서 “현재 한국불교에서 드러난 성폭력 문제를 권력 구조에 대한 분석없이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시행할 수 없다”며, △성차별주의 △출·재가 위계구조 △폐쇄적인 사찰 조직을 성폭력 문제를 야기하는 한국불교의 권력구조임을 지적했다.

“종교 성폭력의 특징이 성직자의 절대적 권위와 위계구조에 따른 폭력”임을 전제한 조 강사는 “한국불교의 출·재가, 남녀의 이중적인 위계문화는 성폭력 발생의 취약구조”라고 비판하며 “성폭력이 발생해도 은폐돼 해결되기 쉽지 않는 것은 사찰의 폐쇄적 운영 구조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강사는 ‘연민’을 통한 공감과 연대를 제안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고통 또한 실체가 없으니 마음먹기 달렸다는 조언은 연민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연민을 기반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폭력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불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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