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문화 함께하는 복합공간 ‘사찰’

VR기술로 표현된 사찰 전경. 4차산업기술의 발달에 따라 증강현실이 도입되고 가상사찰이 생겨나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불교건축은 전통사찰에 내재된 수행공간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장소로 조영되었다. 사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시대의 흐름과 지역 문화의 특색이 반영되면서 사찰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었다. 수행의 공간에서 대중적인 문화의 공간으로 그 기능이 확대된 현대의 사찰은 전통사찰의 본래적 기능이 담고 있던 여러 가지 역할과 달리 산업화시대에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하는 양상을 지니게 되었다. 수행의 공간에서 대중적인 문화의 공간으로 확대된 사찰의 기능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다기능의 역할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제일 중요한 수행 장소로서의 기능을 중심으로 교육과 힐링 공간으로의 사찰건축 활용방안이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VR·AR·IoT 등 활용
불교사상의 건축구조 반영 관건
힐링요소 담은 발전 기대

디지털혁명의 단계를 거치면서 인류사회가 공간의 영역에 대한 존재감이나 인식에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최근에 와서는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을 활용하는 사찰건축의 조영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주공간으로의 확장에 이어서 사이버공간으로의 진입은 더욱 더 다양한 세계로 시공간이 확장됨을 의미한다.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면서 대부분의 건축물 조성에 있어서 최첨단 기술이 반영되고 있는 만큼, 사찰의 유지와 보수 그리고 신축에 있어서도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사찰 공간 내부는 물론 외부공간을 초연결하는 초 지능의 시스템 혁신에 부합하는 공간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스마트 시티에 부합하는 사찰, IoT 기반의 스마트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찰, 빅데이터에 의한 경영의 혁신 공간으로의 사찰이 필요하게 되었다. 신축사찰 조영의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AR/VR의 활용으로 좁은 공간을 다양한 각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사찰 유지와 보수에 IoT 기반의 스마트 센서 장비를 활용함으로써 전통사찰 각 부분을 보다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센서로부터 송신되는 균열, 진동, 온도, 습도, 부식, 뒤틀림 등의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함에 따라 전통사찰의 채색유지와 보수, 나무기둥의 뒤틀림 등을 사전에 인지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전통사찰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사찰의 유지와 보수 그리고 복원에 최근 ‘사라진 도시’나 ‘잃어버린 도시’로 여겨졌던 고대도시의 유적이나 유물의 발굴에 동원된 신기술의 활용이 필요하다. 신라시대 건축물의 상징인 황룡사 9층 목탑은 고려시대 몽골의 병화(兵火)로 불에 타 주춧돌만 남아 있다가, 3D 입체영상으로 재현되었다. 1200년 전에 가라앉은 신화의 도시 헤라클레이온의 발견에 사용된 음파측정 수단인 핵자기공명 자력계(Nuclear Magnetic Resonance Magnetometer)나 하늘에서 내려다본 영상을 이용해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주변의 거대한 밀림에서 또 다른 사원의 흔적을 찾아낸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기술, 강력한 X선을 이용해서 파피루스의 내부를 꿰뚫어 보고 글자를 읽어 낸 과학기술 등 여러 종류의 신기술 도입을 통한 사찰의 복원이 필요할 것이다.

신축사찰 조영의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AR/VR을 활용함으로써 도심 속의 좁은 공간을 다양한 각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찰이 존재하는 공간은 사찰 내부의 공간과 외부의 공간 그리고 사찰을 구성하는 각종 불교문화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이는 물리적인 공간에 불교의 사상을 이미지화한 것으로 불교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형성하고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형성될 수 있는 신축사찰에 대한 모색도 중요하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불교의 의례나 수행이나 불교문화 전반의 행위가 전개될 수도 있다. 가상사찰(virtual temple)에 불교문화의 정수가 내재된다면 물리적인 실재의 공간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실재하는 장소가 되어 현실에서의 사찰역할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기존사찰을 대신하는 대체로서의 공간적 개념과 교육의 실천을 위한 보완재로서의 기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공간’의 분할과 경계의 생성 그리고 ‘장소’의 특징이 형성된다는 점에 있어서 사찰의 공간 역시 장소적인 특성을 통해서 불교문화가 전개된다. 사찰을 이루는 가람은 불교정신을 외현시킨 상징성과 실용공간으로의 기능성을 내포하면서 전통성을 이어왔다. 또한 지역적 공간성과 거기서 발생하는 사건과 표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장소성과 내부의 의미를 반영한 경계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내포한 전통을 형성해 왔다.

불교건축은 다른 종교에 비해 아주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사찰건축의 외부적인 면에 있어서의 조영이 중요하지만 불교사상이 건축물의 구조에 어떻게 잘 반영 되었는지가 관건이라고 하겠다. 사찰은 법당과 강당을 비롯해서 탑이나 종각 그리고 대지 모두를 일컫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탱화나 벽화, 불상, 전각, 당간지주 그리고 현판과 같은 것도 사찰 전체를 구성하는 내용물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찰창건 당시 개산조사에 의한 창건목적에 불교사상과 신앙의 유래가 담겨있으며 사찰의 존재성에 대한 의미가 건축이라는 외형적 형상에 반영되어 있다.

건축시장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보편적으로 보급되고, 다양한 IoT 장비를 이용함으로써 건축 산업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건축 산업 전반에 도입될 이와 같은 신기술들이 불교문화의 총체를 담고 있는 사찰건축의 조영에 잘 적용된다면, 전통사찰과 신축사찰의 조영에 있어서 실용성과 활용성을 높여줄 것이다. 불교건축의 활용에 있어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의 응용은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AR/VR 기반의 교육공간, AR/VR 기반의 힐링공간, IoT 기반의 산업 공간의 구성에 있어서의 활용은 기존의 양상을 변화시킬 구심점이 된다고 하겠다.

21세기의 교육양상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의 응용이다. 예를 들어 홍콩시티대학의 경우 돈황석굴이나 운강석굴을 촬영하여 AR/VR 기반의 교육프로그램을 상용화 하고 있다. 초기불교시대부터 근대기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유적지뿐만 아니라 문헌에 나타난 내용을 가상현실화 하여 직접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의 공간이 사찰 공간에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찰의 존재성과 연계하여 장소가 지니는 특성이 반영된다면 더욱 적합한 공간이 된다고 본다.

가상사찰(virtual temple)을 통한 불교교육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가상사찰은 지속적으로 다니고 싶은 사찰이 너무 먼 거리에 입지해 있거나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 없을 경우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적합한 시간에 사찰시설의 활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거리의 사찰에서 진행되는 여러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15년 창조경제박람회에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운영한 ‘가상현실에서 걷는 석굴암’이라는 체험행사는 실시간 실내위치 추적과 3D 가상현실 인터페이스인 HMD(Head-Mounted Display)를 조합해 개발한 새로운 몰입형 콘텐츠이다. 관람객들이 가상현실 장비를 머리에 쓰면 마치 석굴암 내부를 탐험하는 듯 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시각 가상현실 장비가 앉거나 서 있는 제자리에서의 체험만을 제공하는데 반해, 이 체험 전시는 석굴암 내부를 직접 걸어서 탐험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사회의 도래에 의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사회적 상황에 따른 심신의 피로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 중에서, 사찰에서 진행된 템플스테이는 힐링적 요소를 담은 불교문화의 하나라고 하겠다.

사찰공간이 수행과 종교의례를 위한 장소로서의 기능과 함께 생활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관계성을 형성하는 존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의 기능이 필요하게 된다. 도시형 농장의 기능을 IoT 기반의 스마트 농업을 통해서 사찰에 조성한다면, 면적대비의 생산량을 증대시킬 것이며 저장과 유통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소비지와 생산지가 근접하게 되는 구조를 형성하고, 저비용과 친환경의 유기농 재배를 가능하게 하는 4계절 재배를 지속하게 할 것이다. IoT 기반의 스마트 농업으로 생산된 농작물은 사찰 자체 내의 소비는 물론 대중의 소비와 유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서 사찰 건축물이 여러 가지의 편의성과 불교적인 장소성의 현대적인 활용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사찰의 본래적인 기능이 수행과 교육의 공간이었기에 적절한 융합과 활용이 전제되지 않고 무분별한 수용만이 진행된다면 4차 산업으로 인한 기술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목인의 사회에서 농경으로의 정착생활은 건축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일반적인 건축물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하지만 과연 사찰이 ICT발전과 공간 활용의 변화 그리고 경제 형태의 변화에 따른 공간 활용의 존재성을 비판 없이 수용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찰의 본래적인 기능이 수행과 교육의 공간이었고 불교식의 수행과 교육에는 ‘고행’이라는 방법론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전제로 한 실용성만을 강조하다보면 불교수행 본연의 것을 망각할 수도 있다. 적절한 융합과 활용이 전제되지 않고 무분별한 수용만이 진행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4차 산업으로 인한 기술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긍정과 부정의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유토피아로 향하느냐 디스토피아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기반의 사찰 공간이 고유성과 전통성을 지니면서도 교육과 힐링 그리고 산업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갖춘다면, 사회의 갈등과 위험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건축 조영을 통해서 조화로운 세상의 형성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