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정상회담이 불교계 미칠 영향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치러졌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교류 준비에 들어간 불교계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약속에
불교계 앞다퉈 환영입장 밝혀
각 종단 대북사업 매진 다짐

교류 공론화해 여론 집중하되
북측 부담 없도록 신경 써야
한국불교 연대문화 형성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12일 싱가포르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4개항을 합의, 세계와 한반도 평화·번영 증진에 서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양 정상은 이날 북미의 새로운 관계 설립 노력 한반도 지속·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 4.27 판문점선언 재차 확인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약속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및 수습 등에 공동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앞으로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고 밝혀 북한 비핵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 공동합의문 채택 환영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불교계 각 종단은 잇달아 환영논평을 내놓으며 남북불교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가장 먼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회담 직후 성명을 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및 북미 관계정상화 등의 내용을 담은 담대하고도 통 큰 공동합의문이 채택된 것에 대해 조계종은 남과 북 7천만 겨레와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성과를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으로 평가했다. 설정 스님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차이와 다름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화합하도록 북미 양 정상을 대화와 설득으로 감화시켰다. 이는 불교의 화쟁사상을 몸소 실천해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 이행을 기대한다. 남과 북의 불교계 또한 남북불교 교류 활성화를 통해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또한 북미정상회담을 한반도 긴장해소와 평화구축을 위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인류행복을 위해 불교계가 나설 것을 다짐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은 UN평화세미나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 중 북미정상회담 환영성명을 내고, 금강산 유점사 방문과 복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교 및 종교단체들도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종교지도자들은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 밝혔고, 불교인권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회담을 계기로 아픈 역사가 치유되고, 세계질서는 재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북교류 계획 구체화부터
이처럼 불교계가 앞다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하고, 대북사업 의지를 드러내면서 불교계 내에서 구체적인 대북교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불교계의 대북사업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우선과제로 꼽힌다.

박재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국장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평화적인 흐름이 일고 있는 것은 대북교류의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그 속도가 빨라 불교계서 어떻게 교류해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에서 필요한 불교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현재 불교계는 대북교류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 북한지역 교구 설립이나 행정 조직화, 기금 구성 등 논의되는 것이 없다. 기독교와 원불교 등 이웃종교가 다양한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도 예상된다고 꼬집은 뒤 비정치적인 종교영역서 빠른 남북교류가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남북불교계 공동체 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급진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맞춰 대북교류가 이어지면 도리어 북한불교계에 부담을 주거나 일방적인 요청으로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2000년대 천태종 개성 영통사 복원단장을 역임한 무원 스님은 교류는 양측이 함께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성과를 내기 위해 말을 앞세워 교류에 무게를 두면 상대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공존할 수 있는 것처럼 우선 한국불교계 내에서 연대문화를 형성하고, 북한의 의견을 잘 반영해 소통하는 게 먼저다. 산발적인 접근으로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우리부터 입장을 정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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