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배 생략한 채 사찰도장 인증 사례 급증해

주인을 써주는 모습. 주인은 불교 사찰과 신사 모두 행해진다. 사진=박영빈 객원기자

최근 일본서 유행하는 주인(朱印) 수집이 불교의 상품화를 야기한다며 논란이다.

일본의 이와테 일보66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주인 문화에 대해서 집중 보도했다. 주인(朱印)은 중세부터 일본 사찰에 전해져 온 전통으로, 절에 온 사람들이 참배했다는 증표로 공책이나 족자에 절의 도장과 본존불의 이름을 받아가는 것이다. 집에 불단을 모시는 풍습이 있는 일본에선 이 주인을 부처님으로 생각해 불단에 모시곤 한다.

SNS에 주인인증 위해 사찰 방문
현대적 도장 개발하는 사찰도
젊은 세대 포교에 긍정적이다
원래 의미 퇴색 된다의견 분분

그런데 최근, 기운이 좋은 곳을 방문하면 운세가 트인다는 파워 스폿(power spot) 순례가 인기를 끌면서 주인 수집이 유행하고 있다. SNS에 인증하기 위해 사찰을 방문하면서 더불어 주인을 받아가는 2~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찰들에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인과, 주인을 모으는 공책인 주인장(朱印帳)들도 등장했다.

이런 유행의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지난 2014‘NHK’가 특집 방영한 프로그램 주인 걸(御朱印 girl)’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인들이 주인을 모으는 것이 조명되면서 주인 수집이 유행을 타게 되었다. 심지어는 주인 붐(御朱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주인 열풍으로 젊은 세대들이 절에 모이고,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일본 현지 사찰들은 의미가 크게 왜곡된 현재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교토의 고찰 죠잣코지(常寂光寺)의 주지 나가오 켄유(長尾憲佑) 스님은 시간을 내어 절을 들리고,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고, 주인을 받고, 보시금을 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 전체가 중요한 일이며, 공덕이 되는 것이다. 단지 와서 도장과 글씨를 받아 가는 것으론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참배를 마치고 받은 주인을 SNS에 인증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순서를 생략하고 주인만을 받아 인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또 켄유 스님은 원래 주인은 참배자가 써온 사경을 부처님께 올린 증명으로 받던 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참배 증명이 된 것이며, 그렇기에 지역이나 사찰에 따라 주인이라는 말 대신 납경(納經)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인장에 받는 도장과 글씨는 단순한 기념이 아닌, 각 사찰의 본존불과의 인연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주인장. 사진출처=진자메모 닷컴

최근 주인을 받아가는 의미와 예절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교계 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인 수집을 목적으로 오는 많은 젊은이들이 사찰예절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크다. TV 프로그램에선 주인 수집을 스탬프 랠리(기념을 모으는 행사)라고 소개했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또 주인을 받을 때 마치 물건을 사는 것처럼 요금은 얼마인가?’, ‘얼마에 되는가?’등의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켄유 스님은 절에 보시를 하는 개념이므로 얼마나 공양 올려야 합니까정도로 정중히 물어 달라고 강조했다.

불교계의 비판을 인식해, 최근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과 SNS 등에서도 바로 납경을 받는 모습보다 참배 후에 주인을 받는 모습과 예절을 홍보하고 있다. 일본 불교계에서는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인과는 별도로 진짜 기념 스탬프를 비치하는 곳도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대중을 향한 독특한 주인이나 주인장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모 사찰의 경우 벚꽃시즌에 춘계한정 주인을 해준다고 홍보 하다가 교계의 비판을 받고 중지한 바 있다. 또 독특한 모양의 도장이나 글씨를 써주는 사찰들을 관광하는 주인 투어등이 여전히 성황중이다.

신앙의 증표였던 일본의 전통 불교문화 주인(朱印)을 둘러싸고 불거진 문제들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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