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대선사 시봉이야기

 

원행 지음/에세이스트 펴냄/2만원

“배고프면 쌀없는 밥을 먹고 목마르면 젖지 않는 물을 마시고 허공 꽃 불사를 짓는다”(탄허 대선사 게송)

탄허 스님 일생과 사상 등 조명
소박한 수행모습 가감없이 담아

저자 원행 스님(월정사 부주지)은 탄허 대선사〈사진 위〉를 오랜 세월 가장 지근거리에서 시봉했다. 이 책은 대선사의 일상적 수행의 모습을 가감 없이 소박하게 진술함으로써 신도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친근감을 더해 주면서 수행승 이전에 학자이며 선각자로서의 탄허 대선사를 집중 조명한다. 탄허 스님은 44년 전에 이미 예언한 바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인물들이 나와서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적 국위를 선양할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문화는 다른 모든 국가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라고.

2018년 평창올림픽이 개최된 뒤 놀랍게도 세계인들의 시선은 지금 우리에게 집중돼 있다. 이 평화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은 탄허 대선사가 주석하며 〈화엄경〉 역경 사업에 온 생애를 바친 신령한 땅, 강원도 평창이라는 점도 매우 놀랍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정신적 중심국이 될 것이며,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해 세계의 윤리적 모범이 되리라는 탄허 대선사의 예언은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미 코앞에 당도해 있다.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나눈 뒤 나란히 남한 땅을 밟고 또 손잡고 북한 땅으로 한걸음을 내디뎠다. 실시간 방송되는 그 순간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모두 지켜봤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그 순간, 이미 통일은 마음속에서 이뤄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 원행 스님은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의 정세를 우리는 어떻게 선도해갈 것인가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는 이제 탄허 대선사가 일찍이 설하신 통일을 공부할 때라고 말한다. “통일이란 분할되어 있던 것들을 합쳐서 하나의 조직 또는 체제나 체계 아래로 결집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좋은 얘기지요. 그러나 가만히 세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통일은 거의가 무력에 의한 약육강식의 형태를 띱니다. 화엄의 세계에선 그런 통일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사물사물이 중중무진 연기되어 상즉상입하며 원융무애하기에 서로 개체성을 가지면서도 전체로서 조화로운 세계가 화엄의 세계입니다. 그 세계에선 모든 존재를 선악, 우열, 미추로 분별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합니다. 세계와 우주는 한덩어리 생명체입니다. 미워서 윽박지르고 나쁘다고 잘라버리고 못났다고 죽여버리는 것은, 자기 생명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입니다. 결국 세계 내 모든 존재를 자기의 확장으로 보는 것이 화엄의 세계입니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제 1장에서 6장까지는 탄허대선사의 예언 및 일화, 인연담 등이 소개된다. 이어 7장은 저자 원행 스님이 2016년부터 강원일보와 도민신문에 게재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이 되게 하자는 취지의 국민과 위정자에게 올린 간곡한 청원의 글들이 수록돼 있다. 마지막 8장은 탄허 스님의 생생한 육성으로 엮어진 대담을 실어 놓았다.

특히 본지 발행인인 대행 선사와의 각별한 인연을 묘사한 제 4장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과의 인연’편은 주목을 끈다. 저자 원행 스님은 “탄허대선사와 대행 스님의 인연이 얼마나 각별했냐 하면 큰 스님이 제자들에게 나는 그 분을 존경한다. 그러니 너희들도 그 분을 비구니로 보아서는 안되고 사숙으로 불러야 한다고 이르실 정도였다”고 회고한다. 이어 저자 원행 스님은 “탄허 대선사께서는 유무(有無)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대행 스님의 수행 세계에 탄복하며 사형사제의 지극한 예로서 대했다”고 덧붙였다.

저자 원행 스님은 마지막으로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어서 역사를 이룹니다. 과거 없는 현재나 현재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보는 것이 바로 역사의 인연법입니다. 탄허대선사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들을 현재와 미래의 큰 경책으로 삼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며, 더불어 이 책은 내 자신에게 던지는 자경입니다”라고 책을 쓴 취지를 밝힌다. ▲저자 원행 스님은?

불교 경전과 염불 소리에 이끌려 약관의 나이에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해 한암 스님, 탄허 스님, 만화 스님의 법통을 이어받아 수행 정진했다.

불교종단 분규와 비구·대처 불교 분규와 10·27 불교법난, 월정사 분규 사태 등으로 몸과 마음을 크게 다쳤다. 오대산의 큰 별, 탄허 스님과 은사 만화 스님이 열반하시자 49재를 모신 다음, 제 2의 출가로 가야산 해인사로 가서 성철 스님 문하에서 팔만대장경 장주 소임을 맡고 있던 어느 날, 꿈에 탄허 스님의 벼락같은 현몽이 있고 그것을 받들어 대전 자광사로 가서 중창불사하고, 다시 월정사로 돌아와 부주지 소임을 겸하며 동해시 삼화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운명적으로 삼화사 노사나철불을 친견했다. 이후 원주 치악산 구룡사 주지로 부임해 원주불교대학을 개설하고, 경찰불자들을 위하여 원주경찰서 경승실을 새롭게 장엄하는 등 대중 포교에 힘썼다.

10. 27불교법난 피해자 대표이며, 박근혜 정부의 출범 1년 뒤 조계종 1012인을 대표해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바 있다.

저서로는 〈월정사 멍청이〉 〈월정사 탑돌이〉 〈10.27불교법난〉 〈눈썹돌리는 소리〉 〈만화희찬스님 시봉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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