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미얀마

글 사진 조용경/메디치 펴냄/1만 6천원

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조용경의 미얀마 여행기다. 저자는 뜻밖에 ‘미얀마의 매력’에 반한다. 마치 우연히 사랑에 빠지듯. 처음에 미얀마에 간 이유는 일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또 가고 싶어졌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 대한 것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빠뜨리지 않고 알고 싶듯, 미얀마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미얀마로 떠났고, 짬을 내어 공부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4년간 16차례 미얀마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록한 결과물이자 짝사랑 일지다.

4년간 16번 여행, 3000장 사진
미얀마에서 깨달은 행복의 의미
균형된 시각으로 본 미얀마 민낯

신간 〈뜻밖에 미얀마〉는 저자가 열정을 다한 여행과 공부의 결과이다. 국내외를 망라해 자료를 섭렵했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연을 맺은 미얀마인 가이드에게 수십 차례 이메일을 보내 물어보았다. 또한 농업관개부 장관을 만나 미얀마 농민 실상을 직접 듣기도 했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사진을 본 후 그곳이 외국인 출입이 금지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 동안 준비해서 오지 여행을 떠났으며, 카메라를 들고 미얀마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3000장이 넘었다. 이 책에는 작가가 발견한 흥미로운 미얀마 역사에서부터, 문화, 정치에 이르기까지 ‘미얀마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또한, 미얀마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수천 장의 사진 중에 137장의 사진을 엄선했다.

이 책은 미얀마 여행을 준비 중이거나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 중인 여행자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미얀마는 스스로를 ‘황금의 나라, 미얀마’라 일컫는다. 처음 미얀마를 찾았을 당시 저자는 그 말을 비웃었다고 한다. “쥐뿔도 없는 나라가…” 하며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미얀마를 무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이 저자를 사로잡았을까? 일부 지역에는 아직도 분쟁이 있어 이 지역 여행이 쉽지 않았을뿐더러, 일인당 국민소득 1200달러 정도의 가난한 나라지만 미얀마인들의 때묻지 않는 순수한 미소와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만나면 만날수록 저자의 닫힌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40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해본 저자이지만, 이처럼 따뜻한 경험을 한 나라는 처음이라고 고백한다.

마음을 열고 미얀마를 바라보니 그 문화 수준이 높을뿐더러 이타심이 강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미얀마는 최빈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부 인구 1위를 차지한다. 또한 미얀마는 매번 다른 풍경을 선물했다. 계절마다 다른 하늘색, 알록달록한 의상들, 황금빛으로 빛나는 파고다, 일출과 일몰 때 지상의 모든 것을 황금빛으로 물들여 놓는 태양, 수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신비로운 고대의 유물과 유적들…. 미얀마 여행을 하면 할수록 사고방식이 자유로워졌고, 삶의 희열을 느끼는 농도가 진해졌다.

이제는 미얀마 여행의 불편함마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여유도 생겼다. 미얀마에 도착한 첫날이면 미얀마의 전통 국수, 모힝가를 한 그룻 뚝딱 해치우며 여행을 시작한다. 미얀마에서 모든 시간은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밥보다 여행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작가는, 더 이상 다음 여행을 어디로 갈지 고민하지 않는다. 아직도 더 알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미얀마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 년에 절반쯤 살고 싶을’ 정도로 미얀마가 좋다.

가난하지만 서로 상부상조하고,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할 줄 알며, 낯선 외국인에게 순박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하는 미얀마 사람들. 그들에게서 마음의 풍요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배웠다.

이 책에는 우리가 여행할 수 있는 미얀마의 거의 모든 곳이 소개돼 있다. 미얀마 문화와 역사에 깃든 불교와 미얀마 여행의 에티켓서 시작해서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양곤과 네피도, 미얀마의 오랜 문화가 깃든 만달레이와 불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바간은 빛나는 미얀마를 소개한다. 이어 소박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낭만을 선사하는 인레호수, 라카인 주를 중심으로 한 미얀마의 고대 도시들과 신실한 신앙으로 가득한 몬주와 카인주의 주요 포인트까지 펼쳐 보이며, 미얀마의 성속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곳곳을 다니며 찍은 3천여 장 사진 속에서 골라낸 137장의 사진은 마치 직접 미얀마 현지를 경험한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상세하다.

이 책은 다른 여행서와 달리 해당 여행지의 아름다운 모습만 말하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미얀마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미얀마는 1960년대 아시아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잘 살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최빈국이 되었다. 또한 시간이 멈춘 나라에서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60년대 미얀마는 아시아권에서 일본, 필리핀 다음으로 잘사는 나라였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오랜 기간 우리나라에 쌀을 원조해 주었다. 60대 이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안남미’가 바로 미얀마의 쌀이다. 하지만 미얀마는 여전히 1960년대의 모습을 유지한다. 지난 50여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미얀마의 근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작가는 이 책의 〈닫는 글〉에서 ‘아웅 산, 네 윈, 아웅 산 수지’, 이 세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미얀마의 사회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한편 2012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가 강력한 개혁에 성공한다면 아시아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50여 년간의 군사독재와 고립적 사회주의의 고리를 끊고 개방화의 길로 들어섰기에 ‘떠오르는 아시아의 별’이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서 별은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을 의미 한다. 미얀마에는 금, 옥 등 각종 보석이 풍부하며,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콩, 티크 목재 수출국이다. 20세기 초, 왜 영국과 일본이 미얀마를 차지하기 위해 국운을 건 전쟁을 벌였는지, 자주독립을 위해 미얀마는 어떤 운동을 벌였는지, 이 책을 통해 미얀마의 뜻깊은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이뿐만 아니라 미얀마인들의 전통 옷, 전통 화장품, 국민 음식, 각양각색 파고다의 유례와 설명까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뻔한 동남아 여행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새로운 시장을 알아내고 싶다면, 다시 떠오르는 미얀마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뜻밖에 미얀마’에 반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미얀마 여행을 통해 새롭게 보고 느낀 점을 4년간 꾸준히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했다. 연재를 이어가자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 단체의 요청으로 ‘미얀마는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수차례 미얀마 여행을 했다. 은퇴 후 잠시 주춤했던 인생에 새로운 활력을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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