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지 전경. 경주에는 당시 수많은 사찰이 있었지만 구역관리를 통해 신도권역을 확보했다.

 

포교의 기초단위 구역조직
10명 내외 소규모로 구성
신도조직 체계화 기반에 도움

흔히 구역관리라고 하면 기독교에서 하는 신도관리 방법으로만 생각하고는 한다. 교회에서 보편화된 신도관리 방식이라서 그런지 불자들은 ‘구역관리’라는 용어 자체에 원인 모를 거리감마저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실제로 구역관리를 통한 신도관리를 하지 않는다. 사찰의 구역관리라고 하는 것이 구역별 축원카드 관리 수준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구역관리가 다른 종교에서 일반화된 방식이라 하여서 우리 불교가 시행하기를 기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구역관리는 신도를 동일생활권별로 소규모의 조직을 구성하여 가정에서도 신행생활이 지속되도록 관리하는 체계로, 사찰의 신도관리 및 조직관리를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찰을 중심으로 한 신도의 결속력과 유대감을 강화해 주고, 또한 재일(齋日) 기도에 그치기 쉬운 신도의 신행을 일상화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역관리를 위해서는 동일생활권 내에서 소규모로 구역조직들을 구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우선 구역관리의 기초가 되는 이 구역조직의 기능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구역조직은 신도로 하여금 일상생활에서의 수행과 가정법회의 봉행, 경전공부, 친교의 나눔, 포교의 실천을 가능하게 해준다. 상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가정법회는 동일한 구역조직의 신도가 한 가정에 모여서 법회를 봉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불자의 상당수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거나 1년에 1차례 즉, 사월초파일에만 법회에 참석한다. 자칭 불자이면서도 상당수는 1년에 사월초파일 하루 정도만 절에 나오거나 아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들을 절로 인도하기 위해선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한다. 동일 생활권에 있는 신도들이 가정에 모여 법회를 봉행하게 되면 불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은 좁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 따라 종교 활동이 증가함으로써 신행의 부족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신도가 일상생활에서 혼자 경전을 공부하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는 시간의 할애, 공부가 주는 지루함, 그리고 내용상의 어려움에 주로 기인한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경전을 공부하게 되면 시간을 할애하기 용이하고, 지루함이 덜하며, 그리고 내용상의 어려움을 토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친교(親交)라는 것은 서로 신행 안에서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가정법회만 봉행하고 헤어지면 형식적인 모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신도 간에 인사를 나누고 상호 간에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는 교제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친교의 뜻을 잘못 해석해서 구역조직 모임 때마다 먹고 노는 유흥의 시간이 된다면 구역조직의 참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구역조직은 포교의 기초 단위가 되어야 한다. 구역조직에는 새로운 이웃을 동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웃 사람들을 모임에 초청하여 포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사찰에 가기를 꺼리는 이웃 사람도 친근한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모임에는 보다 쉽게 동참할 것이다.

그러면 구역조직의 원리와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구역조직은 먼저 10명 내외의 소조직으로 구성하나 해당 사찰의 형편에 맞도록 조직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찰성장에 따라 구역조직 확장원칙을 변경할 수 있어야 하며, 한번 세운 원칙만을 고집하지 말고 유동성과 개방성을 가지고 재평가와 연구 분석을 통하여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구역조직은 반드시 신도의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수 있어야 하고 조직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야 한다. 이러한 제원리들에 의거한 구역조직의 활성을 위해서는 소속감의 형성, 수행정진과 경전 공부의 독려, 불교적 리더십의 배양, 선의의 경쟁 유도가 필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구역조직의 인격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사찰에 대한 소속감을 형성시켜주어야 한다. 오늘날 사찰의 의사소통도 점차 비인격화되는 경향이 있다. 종종 그것은 계산적이기도 하며 직업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규모인 구역조직 안에서는 반드시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종교조직의 특성상 사찰은 포교를 위한 기능을 요청받는데, 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초 단위의 지도자가 되는 구역장이 소속감을 가지고 포교에 임하여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수행에 정진하거나 어떠한 경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친교와의 차별성을 부여해 주며 구역을 종교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기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각 개인에게 인간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적인 만남 속에서 이루어는 수행과 경전 공부는 서로의 신심을 제고시켜주기 때문이다.

신도가 구역에서 포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불교적 리더십을 배양해야 한다. 종교조직의 특성상 사찰은 포교를 위한 기능을 필수적으로 요청받는데, 신도가 타인에게 포교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불교적 리더십이 없으면 타인을 불교적으로 지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적 리더십은 강한 신심에 최소한의 인간관계기술이 수반될 때 배양될 수 있다.

각각의 구역장들에 대하여 선의의 경쟁을 시킬 필요가 있다. 구역장들이 선의의 경쟁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활동을 분석하여 포상할 수 있는 일련의 보상제도(token system) 혹은 공적제도(merit system)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면 구역조직을 이끌어가는 구역장은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 구역조직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이 시원치 않으면 구역조직은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구역조직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어야 하며, 이들에게는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경전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불법(佛法)의 근원이 되는 경전의 의미를 모르고서는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 경전을 잘 알아야 구성원을 불법에 맞게 가르칠 수 있으므로 구역장은 경전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열성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 어떠한 일이라도 그 일에 성공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구나 소규모라도 남 앞에 서서 그들을 가르치고 인도하려면 열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열성 없는 구역장은 누구에게도 감화를 끼칠 수 없다. 비록 학식이나 지식에는 모자람이 있을지라도 신심에 기반을 둔 열성이 있으면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아서 구역조직을 이끌 수 있다.

또한 비전(vision) 의식이 있어야 한다. 구역장이 오늘도 내일도 잘만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든지, 모든 일이 그저 그만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구역조직을 잘 인도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포교를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역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고민하는 사람이 구역장의 소임을 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심을 가지고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돈독한 신심은 쉽게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어 구역조직을 신심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는 실천하지 않고 남에게만 행하라고 한다면 그의 말은 다른 사람을 이끌어줄 수 없다. 구역장이 계(戒)를 지키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 때 구성원들이 그의 지도를 따른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구역조직을 토대로 하여서 구역관리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첨언하고자 한다.

구역관리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구역조직에 대한 치밀한 연구조사와 사려 깊은 계획을 해야 한다. 먼저 사찰의 연구조직을 구성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사찰이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비교·검토하여 장기적인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구역장을 위한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구역장은 일정한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해야 하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을 구역장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구역장 임명을 위한 교육이 종료되었더라도 사후 교육을 지속하여야 한다. 분기별로 한 번 정도 구역장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구역장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동기를 제공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합리적인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구역활동이 질적으로 하락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평가는 서류상으로만 하지 말고 구성원들과 교역자가 자주 만나 상담해 봄으로 인해서 합리적이 될 수 있다.

넷째, 사찰의 다른 프로그램과의 연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구역조직은 사찰 전체 조직 안에 일부로서 존재한다. 사찰 안의 모든 조직은 유기적으로 연계된 조직이다. 따라서 구역조직은 사찰의 다른 프로그램과 연관되어야 한다.

다섯째, 구역관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단시간에 구역관리를 활성화하여 사찰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욕심일 수 있다. 다른 사찰에서 성공한 구역관리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모방하지 말고 해당 사찰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수립하여야 한다. 특정 사찰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 다른 사찰에서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찰의 형편에 맞게 시작하여 기간을 가지고 향상시키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많되 결속되지 않은 조직을 일컬을 때 흔히 모래알 같다고 한다. 우리 사찰의 조직이 그와 같은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신도 수는 적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막상 일을 추진하려면 사람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교단-종단 혹은 사찰 차원에서 여러 조직을 결성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루기도 전에 유야무야 사라지고는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단과 종단의 기초 조직인 사찰의 신도조직에서부터 결속력을 다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도들을 소규모 단위로 조직화하는 것은 신도조직에 결속력을 강화하면서 체계적인 정비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불교교단은 신도들을 소규모 단위로 조직화해주어야 한다. 만일 ‘구역관리’라는 용어가 거부감을 준다면, ‘법등(法燈) 관리’ ‘법단(法團) 관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 된다. 근래에 들어 급속한 성장을 이룬 소위 대형 도심포교당들을 분석해보면, 신도조직을 소규모로 조직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였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그 기초 조직이 튼튼하여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이고 다른 조직들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조직관리 기법이다. 더 이상 구역관리라는 용어에 천착하여 조직관리와 신도관리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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