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 연구 새 방법론을 제시하다

6월 1일 동국대 불교학술원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 시모다 마사히로 도쿄대 교수〈사진 왼쪽〉와 사진 오른쪽은 그의 저서인 〈열반경 연구〉 한국어 판 표지.

“〈열반경〉의 핵(核)이 되는 경전은 〈원시열반경〉입니다. 이것이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대승의 〈열반경〉이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열반경〉이 존재합니다. 동질성과 이질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열반경〉에서는 사상적 운동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승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6월 1일 서울 충무로 동국대 불교학술원 강의실에서 열린 해외 석학 초청 강연회에서 강사로 나선 시모다 마사히로(下田正弘) 도쿄대 교수의 강의 중 일부다.

〈열반경 연구- 대승경전의 연구방법시론〉 한국어판(이자랑 譯, 씨아이알)의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그만큼 〈열반경 연구〉에 대한 시모다 교수의 강연에 사부대중의 관심이 높았다는 것이다.

문헌 읽으며 내재적인 의미 파악
〈열반경〉 형성 총체적 분석 통해
새로운 대승경전 연구 방법 주장

“경전연구, 텍스트 해석이 아닌
분명한 모습에 다가가려는 시도”


시모다 교수의 〈열반경 연구〉는 자신의 도쿄대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해 1997년 처음 발간됐다. 출간 직후 〈열반경 연구〉는 일본 불교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일본종교학회로부터 일본종교학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약 20년이 지났음에도 시모다 교수의 〈열반경 연구〉는 대승경전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승경전의 연구방법시론’이라는 부제에서 나타나듯 시모다 교수의 경전 연구는 텍스트를 해석하고 경전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열반경〉의 형성 과정 분석을 통해 대승경전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를 짚어낸다.

시모다 교수의 〈열반경 연구〉는 서장부터 결론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서장은 〈열반경〉 형성과 관련된 전제 요소와 대승불교 교단의 기원·경전 형성사 등을 살피며, 1장 ‘대승 〈열반경〉 이전의 역사’는 〈열반경〉이 형성되기 전에 불탑·사리 숭배 등 열반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을 고찰한다. 2~4장은 〈열반경〉의 형성과 사상·사회적 배경의 변천을 방대하면서도 새로운 독법(讀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저자는 〈열반경〉이라는 하나의 텍스트 안에 다양한 동질성과 이질성이 존재하며, 이를 밝힘으로써 〈열반경〉에 내재한 ‘운동’이 무엇인지를 짚어낸다.

〈열반경 연구〉에서 주목할 것은 대승경전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시선이다.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가 역자 후기서 설명했듯이 시모다 교수가 말하는 ‘대승경전의 연구방법시론’은 ‘방법론에 자각적인 연구의 구체적인 예’로 읽힌다. 거칠게 말하면 ‘경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의미를 물으며 문헌 내재적으로 읽는 단순한 태도를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론은 시모다 교수 자신이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석사 논문 주제로 〈열반경〉을 선정했고, 일반적 독해로 사상 체계와 내용을 연구하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고, 결국 경전에 담긴 말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를 음미하며 길을 더듬어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모하다면 무모할 수 있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완성한 것이 지금의 〈열반경 연구〉다.

시모다 교수는 경전연구에 대해 “역사도 풍토도 문화도 동떨어진 텍스트를 상대로 가능한 한 분명한 모습에 다가가려는 시도”이자 “경전의 운동을 운동 그대로 더듬어보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경전에 나타난 ‘운동을 모방하고 모방하는 것’이 연구자의 덕목임을 강조한다.

책의 말미, “연구자는 현대에 서 있고, 경전은 역사와 풍토를 사이에 둔 저편에 존재한다. 연구자와 경전과의 접점의 위치는 시대와 함께 반드시 움직여가야 한다”는 시모다 교수의 주장은 동시대 학자들에게 던지는 고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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