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이 발견한 명문.

경주시 서악동에 위치한 보물 제62호 선도산 마애불에서 삼국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명문이 발견됐다.

불교고고학 전문가인 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은 “유적 답사 중 선도산 마애불의 오른쪽 암벽에서 약 1.3m 떨어져 나와 성모사 뒷편 처마아래까지 밀려온 바위면에서 삼국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명문 8자를 판독했다”고 6월 4일 밝혔다.

박홍국 교수 답사 중 확인
8자 판독… 비구니 호칭도
석불 명문 중 最古 추정돼


당시 박 관장은 동행한 전공 학자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했고 가로 5행, 세로 5열 중 8자를 판독했다.

보물 제62호 선도산 마애불.

2열 1행은 거(居), 5행은 미(弓?)를 새겼고, 3열과 4열 5행에 각각 문(聞)과 사(思)가 있다. 가장 글자가 많이 남은 열은 5열으로, 5열 3∼5행에는 차례로 아(阿), 니(尼에서 匕 대신 工), 신(信)이 보인다.

글자의 크기는 세로 3.5~4.5㎝이고, 글자 사이의 간격은 2~3㎝, 옆 글자와의 간격은 약 4㎝이다. 명문은 능숙한 솜씨로 새긴 해서체로 가로 3m, 세로 2.8m, 높이 2.5m의 바위 동쪽면에 남아있지만 표면 박락과 파손이 심한 상태이다.

판독된 명문 중에서 ‘미(弓?)’는 선도산마애불의 본존이 아미타여래상인 것과 관련있어 보인다. ‘아니(阿)’는 ‘아니(阿尼)’의 이체자(異體字)로 대구 무술오작비(578년, 신라 진지왕 3년)에도 있는데, 비구니를 뜻하는 호칭으로 〈삼국사기〉에도 2곳서 확인된다.

명문을 찾은 박 관장은 “명문의 위치로 보아 마애불의 조상기 명문일 것”이라며 “단석산 신선사 조상명문과 더불어 우리나라 석불 명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새겨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 같이 잘 새겨진 명문이 있는 것은 당시 선도산 마애불 조성에 많은 공력이 투입됐음이 증명된다”고 밝혔다.

이 명문에 대해 함께 조사한 신라사 전문가 이영호 경북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명문은 비록 일부 글자만 판독된 상태지만,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진평왕대(597~632년) 선도성모 불사 관련한 역사적 사실일 수 있다”며 “700년 전후에 조성된 마애삼존불의 조상명문(造像銘文)일 가능성이 높은 중요한 금석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주 선도산 정상(해발 390m) 가까운 안산암 절벽에 높이 6.85m의 본존불과 화강암으로 따로 조성된 협시보살(4.62m·4.55m)이 있는 이 마애불은 경주 시내를 내려 보는 곳에 자리한 기념비적인 삼국시대 거대 석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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