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방울들이 모여 강의 물줄기를 이루고 결국에는 바다에 이르러 하나가 되듯이 통일의 과정도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 통일은 통일 준비기 통일 국면 통일 이후시기로 구분되는 장기적 프로세스다. 진정한 통일은 외적 통일과 내적 통일로 완성되는데, 체제적 통일이 외적 통일이라면, 내적 통일은 의식의 통일이다. 즉 마음의 통일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통일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통일 관련 보도가 언론을 통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위협에서 촉발되어 극단으로 치닫는가 싶던 북미간 갈등국면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면서 북핵문제가 한반도를 넘어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주요 이슈로 다시 부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정치·외교적 조치와 결정들의 드라마틱한 면모는 민족통일과 평화를 갈구하는 뉴스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담보하기에 충분한 뉴스가치를 갖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은 민족의 소명으로서, 주어진 시대적 기회를 잡아내는 지혜 또한 우리 민족의 몫임에 틀림없다. 통일이 남북한 정상 간의 합의나 우리 민족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조와 합의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은 굳이 독일통일의 경험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론의 보도양태를 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통일이 될 듯 비쳐진다. 언론이 북핵 현안의 본질보다는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면서, 통일 과정에서 언론이 지향해야할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화행 교수.

4.27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통일·평화 갈구 뉴스 소비 많아
현안 파악보다 담론 확대 집착

진정한 통일, ·외적 통일로 완성
정권따라 달라지는 보도 지양하고
민족동질성 회복위한 뉴스 있어야

佛法 바탕 통일 언론불교 의무
내적 통일이뤄지도록 노력해야

첫째, 언론은 통일 과정에서 사회통합에 기여하여야 한다. 특정 성향만을 대변하는 정파적 태도를 버림으로써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한 공론장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의 통일 보도에 대한 한 연구결과를 보면 언론의 보도태도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은 정부 통일 정책에 대한 객관적 비판을 통하여 권력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통일의 전제조건인 갈등해소와 사회통합을 견인하여야 한다.

둘째, 언론은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여야 한다. 남북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북주민 간의 이념적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서와 심리적 요인에서 오는 각종 차이를 극복하는 일은 통일 이후 우리에게 닥칠 문제이다. 언론은 체제 및 수뇌부 보도 일변도 경향을 탈피하여 북한 주민의 생활상, 인권문제 등 보도 분야를 경제·문화·사회·예술·종교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고,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동질성 회복을 위한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 정책 등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다양한 모습을 이슈화하여 통일 이후 겪게 될 각종 이질감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하여야 한다.

통일 보도는 낱낱의 물방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강줄기를 따라 도는 거대한 물결의 흐름에 주목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관점으로 다뤄져야 한다.

불교 언론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평화적 여론을 형성하고, 남북 신뢰를 구축하며, 국민통합 및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공론의 장을 불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외적 통일뿐만 아니라 진정한 내적 통일, 즉 남북 주민의 마음의 통일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통일언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최고의 덕목으로 설하신 화합이야 말로 통일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