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종교시설 내 투표소가 부활했다. 이번 지방선거 종교시설 투표소는 총 5곳으로 전남 보성군 M교회 서울 동작구 D교회 경기 안양시 Y교회 충북 청주시 C교회와 S교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또다시 선거일에 선교활동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종교시설 투표소는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꾸준히 설치되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과거 종교시설 투표소는 2007년 대선에 1194, 2008년 총선에 849,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399곳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게다가 종교시설 투표소 90% 이상이 교회에 설치되면서 논란이 일고, 2008년에는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지관 스님이 교회에서 교육감 선거 투표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문제는 단순히 투표소가 종교시설 내에 설치되는 것을 넘어 선교활동이 잇달아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점이다. 2008년 서울시 투표소 중 한 곳이었던 S교회는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에게 커피와 차를 제공하면서 교회 홍보물을 탁자에 올려둬 빈축을 샀다. 2012년 서울시 강동구 C교회는 종교 상징물과 함께 하나님이 함께하시는등의 문구를 방치했고, 관악구 C성당 역시 다목적실에서 십자가를 가리지 않고 투표소를 운영하다 시민 제보로 뒤늦게 가렸다. 이렇듯 무분별한 선교행위 때문에 종교시설 투표소는 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논란은 20101병영 안과 종교시설 안에는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한다고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사그라지는 듯했지만 다만, 종교시설의 경우 투표소를 설치할 적합한 장소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투표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공직자들의 입장도 일견 납득은 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 관계자는 이번 종교시설 투표소와 관련해 지방선거는 투표소가 많아야 하고, 큰 공간도 있어야 한다. 주민 접근성이나 거리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각 종교시설 투표소들이 지하주차장을 갖추거나 공공기관서 협조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애당초 법 조항에서 단서조항을 달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했을 일이다. 결국 부득이한 경우라는 모호한 표현이 공직자들의 종교중립 의무를 해치는 결과를 낳은 셈이기도 하다. 단서조항을 삭제할 수 없다면 적어도 종교중립을 지키지 않은 투표소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뒤따라야 대중으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종교시설 투표소 ‘0’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노력으로 일궈낸 이 기록은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2017년 대선에서 무너져버렸다.

자자(自恣)와 포살(布薩)은 승가의 대표적인 미덕이다. 계율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반성하고 죄를 지었으면 참회하는 자자와 이를 정기적으로 모여 하도록 의례화한 포살이 과연 불교계에만 필요한 것인지 모두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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