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을 새기는 붓시. 사진출처=트리사이클

1,400년간 불보살을 세상에 나타낸 사람들이 있다. 불교가 전래된 이래 대대로 불상을 만드는 장인들 붓시들이다. 지난 61일 미국의 불교전문지 트리사이클은 붓시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신성함을 새기다(Carving The Divine)’의 제작을 상세 보도했다.

붓시란 일본에서 불상을 조성하거나 불화를 그리는 전문장인들에게 붙는 칭호다. 6세기 중반 한반도와 중국에서 건너간 장인들이 처음 붓시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11세기에 들어 사찰이나 귀족들의 전속장인들이 아닌, 전문 불상장인들이 등장하면서 붓시라는 이름이 정착됐다.

다큐멘터리 '신성함을 새기다'
본 불상공예장인 붓시다뤄
2년 전 작고한 장인 코린 선생
활동 모습 남아있어 더욱 의미

붓시들은 일본에서도 엄격한 도제식 교육법으로 유명한데, 이들의 세계를 장기 밀착 취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인 세키 유지로는 불단을 만드는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불교공예와 불상을 만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가업이다 보니 아버지를 따라 붓시들을 만나는 일도 많았다고 다큐멘터리의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유지로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서 예술 영화를 만드는 일을 했고, 그제야 내가 자라난 환경이 독특하단 것을 깨달았다. 서양에 일본문화를 알리면서 내 정체성을 찾는 방법으로 현대의 붓시들을 다큐멘터리로 찍기로 마음먹었다고 제작의의를 덧붙였다.

세키 감독이 선택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붓시 세키 코운(45)과 그 스승인 사이토 코린(2016년 작고), 그 문하에서 공부한 붓시들이다. 특히 일본에서도 명장(名匠)으로 손꼽히는 사이토 코린 선생이 작고하기 직전의 활동모습을 담아 의의가 크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코운 붓시는 불상은 자비가 넘치는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뒤에 담긴 장인들의 치열함과 엄격한 과정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참여한 의의를 밝혔다. 또 다른 붓시 콘노 코케이는 불상을 조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지만, 모든 기술 뒤에 형용할 수 없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며 불상을 조성하는 마음가짐을 보였다.

불상을 새기는 사이토 코린 선생(우)과 제자 세기코운(좌). 사진출처=트리사이클

세키 감독은 코린 선생이 살아 계실 때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코린 선생은 후대에 부끄러운 작품을 남기지 않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고 답했다며 이런 장인정신이 불보살을 세상에 나타내는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감수를 맡은 하라다 마빈 스님은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다큐가 아닌 불상을 조성하는 장인들의 정신을 오롯이 보여 준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불자들이 자주 접하고 예경하는 불상이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작팀은 촬영 중에 서양의 관객들이 불교와 불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제작팀은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면서 주제를 홍보하기 위해 짧은 강좌와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했다. 전문가들의 감수를 받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매체에 업로드 되는 영상들은 시리즈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신성함을 새기다는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 출품을 목표로 최종 편집에 몰두 중이다. 불교예술의 정수인 불상과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 세계인의 반응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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