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禪시조’로 ‘時禪一如’ 경지 보이다

설악 무산 대종사는 세간의 대중에게는 ‘조오현’이라는 필명이 더 친숙할 수 있다. 196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대종사는 ‘선’과 ‘시조’를 함께 병행했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선시조’라는 새로운 문학사적 지평을 열기도 했다.

오세영 시인은 저서 <현대시와 불교>에서 무산 대종사 작품세계를 이렇게 평가한다. “오현의 시가 우리 문학사에서 하나의 의의를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은 시조 시형에 의한 선시의 현대적 확립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무산 대종사의 시조 연구는 꾸준히 이뤄졌다. 평론이나 연구 소논문들 이외에도 4편의 석·박사학위 논문들도 발표됐다. 그만큼 무산 대종사의 작품세계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종사 작품의 궁극점 ‘해탈’
공·중도·화엄 등 사상적 배경
“시조 선시 현대적 확립 이뤄”


올해 중앙대서 박사학위를 받은 배우식 시조시인은 무산 대종사의 선시조의 특징과 유형을 고찰했다.

“불립문자 언어도단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선’과 정형성의 ‘시조’가 만나 형성된 것이 ‘선시조’”라고 정의한 배 시인은 “조오현의 선시조는 평생을 선수행하며 닦고 비우고 또 비우며 닦아온 마음 혹은 영혼의 울림이며 표현이어서 쉽게 그 속뜻을 보이지 않는다. 조오현의 선시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은 깨달음의 경지인 해탈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산 대종사의 선시조의 사상적 배경에 반야공·중도·불이·화엄·연기·불살생 등이 복합적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불살생에 대해 배 시인은 “조오현의 선시조에서 보여지는 불교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깊고 넓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생명존중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면서 “불살생의 승화는 결론적으로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생명존중의 세계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산 대종사가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선시조 창작자이자 완성자’라고 상찬한다. 이에 대해 배 시인은 “조오현은 깨달음의 순간을 형상화한 수많은 선시조를 선보여 본격적인 한글 선시의 전범을 제시했다”며 “불가 전통의 한시 형식을 과감히 깨뜨리고 새로운 형식인 한글 선시조를 최초 발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오현 선시 연구’를 통해 2014년 경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민서 박사는 무산 대종사의 첫 시집 ‘심우도(1978)’부터 ‘아득한 성자(2007)’, ‘비슬산 가는 길(2008)’ 등 270여 편의 시를 대상으로 분석해 대종사의 문학세계를 규명했다.

그는 대종사의 선시를 △조사활구의 고칙시(高則詩) △자연경계의 선취시(禪趣詩) △중생구제의 우범시(又凡詩) △승속일여의 선화시(禪話詩)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오현 스님의 시는 일종의 돈오, 자성에 대한 직관적 지각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오현은 시인이면서 선승이므로 종교와 문학이 분리되지 않고 평등하게 용해돼 있다. 그의 선시는 선과 시가 균형을 이룬다”고 평가하며 “고려시대 교화를 목적으로 불교와 문학의 결합으로 승화시킨 혜심의 선시를 작금에 이르러 조오현이 현대 선시로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순덕 씨의 박사학위 논문 ‘현대시조에 나타난 형식미학과 생명성 연구―이병기, 조운, 김제현, 조오현을 중심으로’는 각 시인의 ‘형식미학’과 ‘생명성’에 주목한다. 특히 무산 대종사의 작품에 대해 “단시조와 연시조, 사설시조를 정격으로 창작하면서도, 점차 변용 및 확장으로 나아가는 형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오현은 시인이자 구도자의 길을 걸으며 순환적 생명성을 추구한다. 직관적 초월의식을 통해 집착과 욕망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깨달음과 구도의 시를 창작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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