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이념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현불논단]이념의 족쇄에서 벗어나야
  • 방영준/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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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한반도가 큰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청소년 시절에 어느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공포와 어지러움 그리고 스릴.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모습을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과 비슷하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을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혼란의 격랑 속에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새롭게 다가온다.

고래로 같은 민족이 칼끝을 마주하고 대치한다는 것은 우리 의식 속에는 그려질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식민지 통치하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고통과 억압을 공유하였고, 그만큼 해방의 기쁨도 컸으리라. 그러나 곧 한반도는 냉전적 국제정치의 이념적 대결장으로 되면서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나아가 한국전쟁이라는 우리 땅 전체가 전쟁터가 되는 민족적 비극을 겪었다. 이와 함께 분단의식의 고착화는 견고해졌고 우리 모두는 이념의 족쇄 속에 갇히게 되었다. 이제 70년의 틀에서 벗어나는 민족사적 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민족사적 전기의 매듭을 우리 민족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으니.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민족 공동체 구성원의 내공(內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전쟁은 민족적 비극
분단의식 고착화 시발점
이념 논의는 사고 위축 시켜

문화의 오류에 집착하는 현상
이념의 노예 사회에 양산해

부처님 용어 탈피사사
열린 마음으로 열린 사회 구성
평화공동체 형성의 역할 다하자

방영준/성신여대 명예교수

내공을 기르는 제일 중요한 과제는 이데올로기적 함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이념 논의는 정신병리적이라 할 만큼 우리의 사고지평을 위축시켜 왔고 그만큼 파행적이었다. 지금 남북정상이 만나고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남남갈등의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주변의 사람들과 남북평화를 주제로 대화하기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 이 모두가 이념의 문제에서 나온다. 이념으로 분단되고, 이념으로 전쟁을 치르면서 한국인의 정치적 삶은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념은 긍정과 부정적 측면이라는 양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칼과 같다. 어머니가 칼을 들면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내고 강도가 들면 큰 흉기로 변한다. 인류 역사상 이데올로기가 큰 흉기로 등장한 예는 너무도 많다. 이데올로기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정신 줄을 잠깐 놓치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 함정의 제일 큰 요인이 바로 언어와 실재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는 많은 용어가 동원되고 이 용어로 현실을 진단하고 분석한다. 이를 물화(物化)의 오류라고 부른다. 현실을 추상화시킨 것이 용어인데 이 용어의 안경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이에 집착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현실에 얼마나 많은 이데올로기적 용어로 사람을 자극하고 동원하고 있는가. 이념은 인간 삶에 있어 하나의 도구다. 그런데 이념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어이하랴.

붓다가 열반에 드실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하신 말씀이나, 연꽃의 의미를 가섭이 미소로서 화답한 염화시중을 상기하면 이제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용어에서 해탈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코 무슨 주의니 하는 용어로 현실을 진단할 수 없고 인간과 사회의 미래를 처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용어에 속박되어 왔다. 남북 평화의 시대를 만들기 위한 내공은 우리 모두가 열린 마음을 갖도록 여러 영역에서 노력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은 바로 평화로운 열린사회를 만드는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이 통일문화 창조의 핵심이다. 일찍이 칼 포퍼K. Popper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저서에서 열린사회의 적으로서 닫힌 이념체계를 비판하면서 열린 마음을 강조한다. 아 그렇다. 열린 마음은 바로 연기적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연기적 마음은 타자와 함께하는 상호관계의 가치이다. 남북의 평화로운 공동체 형성을 위한 불교의 사명과 불교도의 역할이 새삼 자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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