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연 영남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봉사자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The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 ⑨

오달연 영남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봉사자가 생일파티를 열어 생일을 맞은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있다.

 

1996년부터 영남대학교병원에서 봉사를 해 온 오달연 씨는 2005, 봉사팀장의 권유로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다. 오 씨는 1996년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영남보현자원봉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단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역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 씨는 어머니를 간호하던 당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환자와 보호자를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불자인 오 씨는 봉사를 통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 중 만났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 아이가 호스피스에 온 적이 있었어요. 그 아이는 죽음의 목전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했죠. 아이는 친구들을 불러 한 명씩 얘기를 했어요. 용서해주고, 잘못한 일 있다면 사과하고 화해를 했죠. 어린 나이인데도 어른도 못하는 일을 의연하게 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봉사를 통해 인생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오 씨는 호스피스 봉사뿐 아니라 홀몸노인들에게 밑반찬을 조리해 배달하고, 후원금도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양질의 봉사를 꾸준히 해온 오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상자로 50대에 뒤늦게 결혼식을 올린 말기암 환자를 회상했다.

장성한 딸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린 50대 말기암 환자에게 결혼식을 올려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스님이 주례를 맡아 병원법당서 진행했는데 한복을 차려입은 부부가 입장하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그 분은 1달 후 운명했습니다. 사별가족모임에서 고인의 노모가 참석해 자식의 영상을 보며 고개 숙여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선합니다.”

오 씨는 환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주로 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준다고 설명했다. 말기암 환자들과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지만 임종하는 환자가 있을 땐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오 씨는 대구자원봉사대상 개인 본상, 국제라이온스 대구 총재상 등을 받은 바 있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임상웃음치료 자격증도 갖고 있는 오 씨는 시간이 되면 호스피스 심리상담도 하고 싶다는 포부다.

호스피스 대상자가 불안하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호스피스는 대상자뿐 아니라 봉사자의 삶도 바꿀 수 있습니다. 봉사를 하며 자아를 찾을 수도 있고요. 진지한 마음가짐과 충분한 교육이 동반된 호스피스 봉사자가 앞으로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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