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떠난 설악산, 주인 잃은 슬픔 가득하네”
“설악 떠난 설악산, 주인 잃은 슬픔 가득하네”
  • 속초 신흥사=윤호섭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승인 2018.05.30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원로의원 설악당 무산 대종사 영결식 엄수
설악당 무산 대종사의 평생 지음이었던 도반 정휴 스님이 행장소개를 하고 있다.
설악당 무산 대종사의 평생 지음이었던 도반 정휴 스님이 행장소개를 하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 설악당(雪嶽堂) 무산(霧山) 대종사가 526일 원적에 들면서 세간과 출세간의 추도물결이 설악산을 가득 메웠다. 산중의 주인이 떠난 자리에는 대종사가 남긴 듯 말 없는 경책이 안개로 남아 무산(霧山)을 이뤘다.

설악당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은 530일 속초 신흥사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장 세민 스님,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종단 중진 스님들과 사회 각계인사, 전국서 모인 불자 등 1000여 대중이 운집했다.

530일 신흥사서 대중 운집
불교·문학계 등 각계 인사 참석
500여개 만장 이운행렬 동참해

삼독 불길 잡는 소방관 되라
생전 육성법문에 대중 합장인사
용대리 주민들도 가르침 새겨

영결식은 명종과 영결법요를 시작으로 문도대표인 마근·문석 스님의 헌향과 헌다가 진행됐으며, 호상을 맡은 무산 대종사의 지음(知音)인 정휴 스님이 행장을 소개했다. 이어 생전 법문영상에서 모름지기 수행승은 삼독의 불길 잡는 소방관이 되어야 그림자가 부끄럽지 않다는 무산 스님의 법문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대중은 합장 인사하며 대종사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무산 대종사 영단에 헌화하는 모습.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무산 대종사 영단에 헌화하는 모습.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를 통해 무산 대종사께서 남기신 팔십칠의 성상은 선과 교의 구분이 없고, 세간과 출세간에 걸림이 없던 이 시대 선지식의 발자취였다. 오직 본분수행과 후학불사, 불교문화 쇄신을 평생의 원력으로 매진했다면서 산중을 지혜와 덕망으로써 원융화합을 이뤄내고, 설악의 불교문화를 부처님 정법으로써 세계문화로 전승하고 전법포교로 회향하셨다고 말했다.

원로의장 세민 스님은 영결사에서 지난 밤 설악산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들었다. 계곡물도 울먹이며 지나갔고, 새들도 길을 잃고 슬픔을 참지 못해 우는 것을 보았다. 산중의 주인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스님께서는 오랜 세월 대청봉에 홀로 앉아 꽃피고 새가 울면 아름다운 서정과 깊은 선지로 설악의 진경산수를 노래했다고 회고했다. 세민 스님은 이어 스님이 남긴 업적은 깨달음의 가치로 빛날 것이다. 이제는 생멸 없는 세계에서 해탈의 자유와 안락을 누리시고, 오고감이 없는 대자재력으로 다시 이 땅에 중생을 깨우치소서라고 말했다.

영결식에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문학계, 지역주민 등 1000여 대중이 운집했다.
영결식에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문학계, 지역주민 등 1000여 대중이 운집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 또한 추도사를 통해 무산 대종사가 한국불교와 일반사회에 남긴 업적을 기렸다. 설정 스님은 스님께서는 29년 전 낙산사에서 정진하던 중 크게 깨달아 천경만론(千經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라고 읊으셨다. 이런 오도의 기개로 스님은 산문을 일으켰고 종문을 든든히 했다면서 스님께서 남몰래 품어 온 우리 종단과 세간의 중생들은 무량한 스님의 자비심 속에서 함께 했다. 참된 깨달음을 향한 마음을 내고 고통에서 일어설 용기를 가졌다고 대종사를 추도했다.

무산 대종사 가르침 기린 대중
무산 대종사가 불교뿐만 아니라 문학계, 지역사회 등 곳곳에 영향을 미친 만큼 조사 낭독에는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과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성우 스님,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정래옥 용대리 이장 등 많은 대중이 참여했다.

먼저 원행 스님은 큰스님의 열반을 안타까워하는 일에 머물지 않고 그 행장과 유훈을 모두 가슴 속 깊이 새긴다면, 오늘의 무거운 영결은 조계종단과 한국불교의 새로운 도약을 일으키는 기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 스님은 오늘 큰스님의 털과 뿔이 세상을 덮었으니 큰스님의 행화는 광명이 됐다. 천방지축이며 허장성세로 살아온 어리석은 저희 납자들은 큰스님 광명 속에 일념만년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우 스님은 시처인(時處人)을 초월해 자유자재하셨던 대종사님의 자비행이 그대로 오도송이요, 열반송이 되어 우주법계에 아름다운 연꽃으로 다시 만개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신흥사 영결식장을 떠나 다비장으로 무산 대종사의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신흥사 영결식장을 떠나 다비장으로 무산 대종사의 법구가 이운되고 있다.

특히 마을주민 대표로 나선 정래옥 이장은 용대리~백담사 셔틀버스 운영권을 주민들에게 넘겨주는 등 지역민을 살뜰히 챙긴 무산 대종사의 넓은 품을 회고했다. 이장은 큰스님께서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백담사에 계시면서 우리 용대리 주민들에게 덕과 올바름을 가르쳐주셨다. 마을에서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많은 장학금을 주시고, 노인복지에도 늘 지대한 관심을 가지셨다신도들이 스님 쓰시라고 용돈 드린 것을 푼푼이 모아 주민들에게 베풀어주시면서 마을 발전에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용대리가 우뚝 서게 됐다. 저희들은 용대리 어느 곳을 가나 스님께서 남기신 발자취를 돌아보며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새겨 열심히 살아가겠사오니 편히 잠 드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무산 스님의 입적을 추도하며 사부대중이 500여개의 만장을 들고 운구행렬에 동참했다.
무산 스님의 입적을 추도하며 사부대중이 500여개의 만장을 들고 운구행렬에 동참했다.

무산 대종사의 상좌인 득우 스님과 유발상좌격인 이근배 원로시인은 각각 조시와 헌시를 낭독, 대종사의 삶과 업적·가르침 등을 돌이키며 원적을 추도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다비의식을 위해 무산 대종사 법구가 일주문 밖으로 이운됐다. 사부대중은 인로왕번을 선두로 500여개의 만장을 들고 이운행렬에 동참했으며, 다비장소인 금강산 건봉사로 이동해 거화의식을 봉행했다. 대중은 “큰스님 불 들어갑니다!”라고 함께 외치며 불을 놓았고, 적멸의 길을 떠나는 무산 대종사를 배웅했다.

한편 무산 대종사 49재는 61일 신흥사서 초재를 시작으로 713일까지 백담사, 낙산사, 만해마을, 진전사, 건봉사, 신흥사로 이어진다.

다비장이 거행된 금강산 건봉사에서 사부대중이 거화의식을 하고 있다.
다비장이 거행된 금강산 건봉사에서 사부대중이 거화의식을 하고 있다.
거화의식으로 무산 대종사의 법구가 사바세계서 적멸의 길로 떠나는 모습.
거화의식으로 무산 대종사의 법구가 사바세계서 적멸의 길로 떠나는 모습.
다비의식을 바라보며 대중은 무산 대종사의 원적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다비의식을 바라보며 대중은 무산 대종사의 원적에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에서도 현대불교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