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치 경영·가치 사고

그림 박구원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하는 연예인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다보니 일부는 마약에 손대기도 하고 일부는 우울증에 빠진다. 연예인 중에서 사람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언은 특히 스트레스가 많다고 한다. 로빈 윌리암스라는 유명한 코미디 배우가 얼마전에 우울증으로 자살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남을 웃기는 사람은 스스로 즐거울 의무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하고 있기에 사람들이 놀랄만도 하다. 로빈 윌리암스는 아주 유명한 코미디 배우였기에 그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으리라. 어떤 코미디 배우가 로빈 윌리암스와 같은 무대에 서게 되었는데 그를 너무 의식하다보니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마음을 고쳐 먹고 자신 만의 코미디를 선 보였더니 박수가 쏟아졌단다. 유명한 골프 선수 배상문의 고백은 우리에게 많은 충고가 된다. 그는 이길려고 경기를 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는데 자기 만의 경기를 하면 경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도박의 대가도 비슷한 소리를 한다. 돈을 따려고 하면 오히려 잃기에 마치 돈 딸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도박을 하면 돈을 딴다고 한다.

목표로 행복을 잡으면 불행은 필수
고객 위한 장사 할 때 돈 벌어
‘돈·돈’ 하면 의사결정 흐트러져

불교는 모든 인위적인 조작을 배격한다. 우리가 무엇을 염두에 두게 되면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행복도 목표로 삼으면 행복에 대해 공학적으로 접근한다. 건강이 더 좋으면 행복하겠지? 그럼 운동을 해야 돼. 날씨가 더 좋다면 행복도가 더 높다고 하니 이번 겨울에는 하와이에 가야겠어.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데 이번에 기어이 부장 승진을 해야지. 이렇게 목표지향적으로 행복에 접근하면 행복은 오히려 달아난다. 행복이란 지혜, 자유, 평온이 있을 때 부수적으로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추구하면 얻을 수 없다. 행복이란 지혜, 자유, 평온이 있을 때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거라고 정의하려는 순간 행복은 사라져 버린다.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다. 부처님은 깨달음조차 추구하지 말라고 했지만 깨달음을 추구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말하자면 깨달음을 추구하되 마치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는 듯이 추구하라는 말이다. 영어로는 아주 좋은 표현이 있는데 ‘함이 없는 함(doing without doing)’이다. 우리가 무엇을 할 때 마치 하지 않는듯이 하면 가장 잘 할 수 있다.

랜든 존스라는 사람이 미국의 자수성가한 부자 100명을 조사하고 나서 “부자가 되려면 돈을 좇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부자들은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으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돈을 벌겠다고 염두에 두면 오히려 실패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세상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의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결혼도 불교식으로 하고 불교 명상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만큼 독실한 불교신도이다. 그가 세상을 떴을 때 전 세계가 애도했다. 호주의 어떤 여성이 립스틱으로 애플 매장 쇼윈도우에 ‘고마워 스티브’라고 쓴 사진이 뉴스에 방영되기도 했다. 고객에게 공짜로 물건을 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마워하다니 그는 참으로 굉장한 사업가였다. 그가 세상을 떴을 때 ABC 방송은 그가 선불교에 기반한 경영을 했기에 애플이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애플 아이폰은 단순 간결한 디자인의 정수다. 그는 군더더기는 모두 없애고 핵심만 남겨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사람들은 최소 표현주의(minimalism)에 입각한 단순 간결한 디자인을 불교적이라고 보아 젠스타일이라는 용어를 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아이폰의 홈버튼 마저 없애려고 했다. 엔지니어가 홈버튼은 남겨 두어야 한다고 하자 할 수 없이 남겨 두었다고 한다.

그는 애플 아이폰을 만들 때 뒷면을 열고 보니 배선이 마음에 안들어서 좋게 정리하라고 엔지니어에게 지시를 했다. 엔지니어가 ‘고객은 배선을 볼 수 없는데요’라고 말하자 ‘내 눈에는 보이거든’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애플 제품의 완성도가 높고 우수해서 매니아가 생겼고 그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물건을 만든 적이 없고 가족이나 친구가 사용할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큰 돈을 벌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랜들 존스가 조사한 바대로 고객을 위해 가장 좋은 제품을 최저 가격에 공급하는 것만 신경 쓰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 부자는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지는 것이다.

어떤 식당 주인이 고우 스님에게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고우 스님이 ‘손님을 돈 벌어주는 봉으로 알지 말고 은인으로 알아야 한다’고 한 말씀 하셨는데 그대로 실천했는가 보다. 식당 주인은 많은 돈을 벌어 빌딩도 구입했다고 한다. 내가 자주 다니던 어떤 식당은 워낙 인기가 좋아 12시에 가면 자리가 없었다. 언젠가 주인이 바뀌었는데 메뉴, 종업원, 주방장 모두 그대로였다. 그 식당은 입구에 주방이 있었는데 유리로 안을 들여다보고 손님이 입장할 수 있게 해 놓았기에 주방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 바뀐 주인은 항상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고 배웅했지만 미소는 자연스럽지 않았고 표정은 음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이 점점 줄어 나중에는 문을 닫고 다른 식당이 들어섰다. 나는 그 식당의 새 주인이 고객을 은인으로 알지 않고 봉으로 알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돈, 돈’하면 돈을 벌 수 없다.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봉사해야 큰 돈을 번다.

부처님은 깨달음조차 추구하지 말라고 하셨기에 불자는 돈을 벌 때도 돈을 벌겠다라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돈을 벌려고 하면 못된 마음을 먹기 쉽고 소비자를 속이게 되며 길게 보지 못하고 단기적 안목에 빠져 일을 그르치기 쉽다. 오직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낮은 가격에 가장 높은 품질로 공급하겠다라는 마음 이외에는 다른 마음을 내지 않는게 좋다.

골드만 삭스 회장인 짐 오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억만장자를 만나보았지만, 오로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시작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불교 신도가 아닌 속세의 사람도 돈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부자가 되었는데 불자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돈은 소비자에게 최고의 품질을 최저의 가격에 제공하면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지 돈을 벌겠다고 마음을 많이 먹을 수록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돈, 돈’하다보면 돈에 관한 의사결정을 망치게 된다.

아무리 바보 같은 사람도 자기에게 음흉한 마음을 품거나 적대적인 자세를 가지면 금방 알아차린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런 촉각이 발달했다. 장사하는 사람은 고객이 얼마나 영악한지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고객을 위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한 두번은 속일 수 있으나 계속 속이지는 못한다. '돈, 돈'하는 사업가가 고객을 위할리가 없다. 동네에 두 의사가 있다고 하자. A라는 의사는 그저 환자를 봉으로 보고 ‘돈, 돈’하며 진료를 한다. B의사는 환자를 어떻게 잘 치료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한다. 환자는 B의사에게 더 많이 갈 것이다.

어떤 사업가는 자기가 성공했다고 남이 부러워하는데 정말 죽기 살기로 했다고 약간 억울하다는 듯 말을 했다. 성공한 사업가를 보면 죽기 살기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부처님은 〈장아함경〉에서 “만일 추위와 더위 가리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힘써 닦으면 어느 사업이고 안 될 것 없어’라고 설한다. 부처님은 경전 곳곳에서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고 있기에 부지런해야 한다면 죽기 살기 정도로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돈을 벌 때나 돈을 쓸 때나 모두 중도적이어야 한다. 중도는 어떤 의미일까?

첫째 경전에 가장 쉽게 쓰여진 중도의 사례는 거문고의 줄에 대한 비유이다. 부처님은 거문고가 지나치게 팽팽하면 끊어지고 지나치게 느슨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념으로 본다면 적당하게 부지런한 것, 평균적으로 부지런한 것이 중도적 자세다. 돈을 벌 때 적당하게 부지런하거나 평균적으로 부지런한 것이 중도적 삶이 될 수 있다.

둘째 중도는 양극단을 떠난 것이므로 게으르다는 극단, 죽고 살기로 하는 극단을 떠나야 한다. 양극단이 동시에 존재하거나 공존할 때 즉 양극단이 조화를 이룰 때도 중도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때로는 게으르다고 말할 정도로 일하다가 때로는 죽기 살기로 일하는 양극단이 서로 교대로 나타난다면 극단이 잘 조화를 이루는 중도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을 하다보면 절호의 기회가 온다. 그때를 놓치면 영원히 그런 기회가 오지 않기에 목을 매고 죽기 살기로 하게 되는데 극단이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계속하다간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적절한 시점에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그때의 휴식은 게으름이라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충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생 시절 창업의 기회가 왔는데 그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다. 아버지가 힘들게 입학한 대학이니 졸업하고 시작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끝내 학교를 중퇴했다. 빌 게이츠는 만약 그때 중퇴하지 않고 졸업했더라면 지금 유명 기업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셋째 중도는 때로는 약간의 과부하일 수도 있다. 만약 중도가 평균이나 중간이라고 평균이나 중간을 고집하면 그것 또한 극단이다. 운동 효과가 있으려면 약간 과부하가 걸릴 정도의 강도로 해야 한다. 너무 쉬우면 피곤하기만 하고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되며 너무 힘들면 다치고 노화가 빨리 온다. 마찬가지로 일할 때도 약간 부지런하게 하면 그게 중도일 수 있다. 너무 심하게 하면 몸이 상하고 지쳐서 장기적으로 사업이 퇴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평균적으로 하면 그저 그런 사업가가 되고 만다. 부처님은 열심히 돈을 벌라고 했는데 평균 정도의 강도로 일하는 것을 열심히 일한다고 말하기는 좀 쑥스럽다.

넷째 중도는 때로 약간의 과부족일 수도 있다. 우리는 소비할 때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면 절제이고 미덕이다. 대통령이나 CEO는 너무 바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하므로 너무 바쁘면 안된다고 한다. 약간 게으른듯이 여유를 가져야 신제품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평균보다 약간 과부족한 수준에서 일하는 것도 중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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