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앙굴리마라경2

앙굴리마라는 다가 갈수록 점점 멀어지는 부처님보다는 울며 다가오는 어머니의 손가락을 취하는 것이 쉽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처님이 앞으로 나오셨다.

앙굴리마라여, 보아라, 나는 이미 멈추어 있느니라. 머물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네다. 하늘은 누굴 죽여야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대는 참으로 가엾은 사람이다. 바로 이 나무 아래가 그대가 태어난 곳이며 어머니가 너를 안고 기른 곳이다. 어찌 그곳에서 어머니를 살해하려고 하는가? 나쁜 스승의 가르침 때문에 끔찍한 살생을 하고 이제 어머니까지 해치려는 것을 보니 너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다. 어서 빨리 칼을 버려라. 그리고 여래에게 귀의하라. 앙굴리마라여, 떨지 말거라. 두려워하지 말라. 여래는 크게 인자하나니 바로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고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대한다. 너는 여래께 귀의하여 지난날을 참회하고 정진하라.”

앙굴리마라가 두려움에 멍하니 있자 어머니가 먼저 다가가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린다. 그는 피 묻은 칼과 손가락꾸러미를 집어던지고 어린아이처럼 어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출가를 찬성하고 부처님도 그의 출가를 허락하였다. 그 때 제석이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에게 하늘 옷을 공양하며 가사를 만들라 하자 앙굴리마라는 코웃음을 치며,

제석이여, 내가 이제 막 출가를 결심했는데 이런 값진 옷을 보시 받는다면 내 번뇌와 내 안의 마군을 어떻게 항복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뭐로 보고 이런 경계에 들게 하는가. 나는 마하가섭처럼 무소유의 두타행을 하려고 하니 나에게 고급 진 옷은 필요하지 않다. 너나 실컷 입어라하자 제석이 기가 막혀 이해를 시키려 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의 크신 사랑을 받고 출가를 했지만 마음에 악심이 남아 긍정적인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청정하게 수행하려 하니 나를 훼방하지 말라며 모든 이들에게 겨우 그 정도의 경지밖에 터득하지 못했냐고 힐난하기 일쑤였다. 잠자코 지켜보시던 부처님께서 앙굴리마라에게 삼귀의계와 5계를 주었다. 그리고 문수사리법왕자와 함께 그를 북쪽의 항하사세계를 지난 곳에 있는 무량혜자재왕여래를 찾아가 여래의 세계, 여래의 몸과 중생을 교화하는 법을 배워오라며 보낸다. 이렇게 앙굴리마라는 이제 비구 가구로서 새로 태어나 바라문의 법을 잊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간다.

어느 날, 탁발을 나간 그를 보고 세상 사람들은 기겁을 했다. 악마가 부처님 품에 숨어들었다고 난리가 났다. 사람들이 던진 돌에 얻어맞고 기원정사로 돌아오는 길에 만삭의 한 여인이 그를 보고 놀라 아이를 낳으려다가 그만 숨이 막혀 아이를 낳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아와 부처님을 뵙고 그 날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자. “가서 이렇게 말하라. 나는 출가하여 스님이 된 뒤로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노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여인이여, 나를 믿으라, 어서 마음을 편히 가지고 아이를 순산하라고 해라.”

그는 999명을 죽인 자신은 절대로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하자, 부처님은 가는 길에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부처님께 오계를 받고 새로 태어난 제자 가구다. 비구 가구는 단 한 번도 살생을 한 적이 없다. 나는 산모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그곳으로 가고 있다.” 소리를 치고 가라고 했다. 산모의 집에 다다라 이렇게 말하자 산모는 안심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파세다닉왕이 연쇄살인마였던 앙굴리마라를 체포하기 위하여 기원정사에 왔지만 개과천선한 그를 보고 부처님께 그를 맡기고 떠났다고 한다. 훌륭한 스승이신 부처님의 말씀 한 구절이 경전을 읽고 난 내 귓가에 머무니 절로 청정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비록 과거에 잘못 살았다 하더라도 그 후에 고치고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바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구름을 벗어난 달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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