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일요가족법회…여래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효록 스님

주제 : 고통으로부터 해방

어버이날, 어린이날을 비롯해 가족 여행을 가기 좋은 연휴들이 많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 5월 20일에 있었던 길상사 가족법회에서 효록 스님은 가족이 얼마나 연기돼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모두 한 몸에 있었다고 말했다. 효록 스님은 모든 것은 연기돼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야 한다. 또한 고통을 마주했을 때에는 그 고통을 알아차리고, 느끼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록 스님은… 본사는 청암사로, 상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자아초월상담학 박사이며, 동국대학교 외래강사,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불교상담학회 수퍼바이저를 역임중이다. 현재는 여래심리상담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여러 프로그램에 의해 고통온다
불교는 고통으로부터 해방 목표
내 고통 알아차리고 느낀 다음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사라진다


오늘 저와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함께 동의해야 하는 것은 고통에 대한 생각입니다.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이 불교에 관심을 가질까요? 나의 고통이든 다른 사람의 고통이든 불교는 고통으로 시작해요. 그리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 해탈을 향해 갑니다. 고통이 없는 것이 즐거울 락(樂)이고 극락(極樂)이라고 하잖아요. 살아 있을 때든, 죽을 때든. 그것이 나의 고통이든 다른 사람의 고통이든, 불자라면 고통에 관심을 가지셔야 해요.

고통에 관련해서는 인류 역사상 크게 두 줄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동양에서 시작했고, 하나는 서양에서 시작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아주 오래된 철학이기도 학문이기도 종교기도 하죠.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의 첫 시작이 고집멸도잖아요. 마음에 관련한 고통의 해결에 260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게 불교에요.

또 서양서 시작한 한쪽의 큰 흐름이 있죠. 심리학이자 상담심리치료입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역사가 130년 됐습니다. 과거 교통이 불편할 때는 심리학과 불교가 서로 별개의 것처럼 발전했습니다. 현재는 동양의 불교와 서양의 심리학이 1950년대부터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불교가 과학적으로 연구된 것은 40-50년 됐습니다.

살아가시면서 꼭 이루고 싶은 소원들 있으시죠? 실감나게 표현하면 욕망, 욕구입니다. 이 욕망과 욕구가 실현되지 못하게 막는 걸 불교에서는 이를 업(karma)이라고 하고 심리학에서는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소원과 욕망을 이루는데 방해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생 프로그램’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가 ‘유전자 프로그램’. 세 번째가 ‘자궁 속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첫 번째 업: 전생 프로그램
먼저 첫 번째 전생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전생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죠? 자아초월 상담학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보통 3살, 4살쯤 되면 전생 얘기를 하는 어린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생 기억을 갖고 있는데 언어가 트이는 경우죠. 오늘 저는 ‘LSD’라는 약물을 통해 연구한 것을 소개하겠습니다. LSD는 환각제에요. 신종 마약류인데 먹게 되면 한 시간 안에 어떤 상태에 도달합니다. 다른 마약을 사람들이 먹을때는 왜 먹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LSD라는 약물은 다른 마약과 달리 먹으면 기분이 안 좋아요. 무색·무취의 백색 분말가루인데 한번 사용하게 되면 같은 양의 다른 마약에 비해 효과가 300배 정도 된대요.

이 약물을 먹었을 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게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공통적으로 자기가 자궁 속에 태아였을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생생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요. 어머니의 심장박동소리가 어땠는지. 혈액순환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다 이야기 하고. 말하는 사람의 학문 수준을 넘어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고 해요. 자기가 임신해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가 했던 생각, 느낌, 어머니가 신체적으로 받았던 충격 까지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요.

또 공통적으로 자기 친척들이나 자기 조상들이 무엇을 경험했는지까지 구술한다고 해요. 수 십년에서 수 백년 전에 조상들이 겪었던 일들까지 정확히 기억하기도 하고. 나중에 확인 해보면 전부 사실이라고 합니다. 동물이었을 때, 식물이었을 때 느낌까지 전부 기억하고. 선사시대에 암컷이었는지 수컷이었는지까지 다 기억한다고 해요. 너무 넘치도록 풍부한 자료를 이야기 하는데, 그것들을 점검해보면 전부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험을 하면 할수록 아주 중요히 생각하는 게 지금 이순간의 경험이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들어보셨을 거예요. 행복도가 높은 사람은 과거, 현재, 미래 중 현재에 머물고 있대요. 고통스러운 사람일수록 과거를 생각해 후회, 원망을 하거나 미래를 생각해 막연히 두려워하고 공포에 떨죠. 행복도가 높아지려면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물러야 해요. 두 번째로 이분법이 사라진대요. 우리가 전부 연결돼있다는 것을 자각한대요. 세 번째로 상대성에 대한 자각이 명료해지는데, 박테리아나 신, 곤충, 사람이라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돼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네 번째가 무한한 에너지를 느낀다고 해요 아주 밝은 흰 빛을 보게 되고, 생(生)과 사(死)는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대요. 우리는 중생이기 때문에 깨닫지 못해서 지금은 살아있는 것 같고 죽으면 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지만요.

두 번째 업: 유전자 프로그램
두 번째 유전자 프로그램이에요. 과거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부모님으로부터 키, 몸무게, 머리색 등은 2%밖에 유전이 안된다고 밝혀졌어요. 초기 과학자들은 나머지 98%를 해독할 수 없었어요. 마치 필요 없는 유전자 취급을 받게 되고 그렇게 ‘Junk DNA(쓸모없는 DNA)’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오늘날은 화학이 많이 발전해서 밝혀졌죠. 놀랍게도 실제로는 부모님의 감정, 행동, 성격같은 것들이 우리한테 유전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3대가 유전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를 중심으로 나, 어머니, 할머니가 3대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우리는 유전된다는 거예요. 우리 어머니가 지금 외할머니 뱃속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외할머니가 우리 엄마를 임신한지 5개월 쯤 되면, 앞으로 장차 나로 만들어질 난자의 세포가 엄마의 난소 안에 있어요. 그러면 장차 앞으로 만들어질 나와,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는 모두 한 몸에 있어요. 최소한 4-5개월은 같이 있죠. 그러면 할머니가 우울하면 엄마도, 나도 우울하죠. 남자의 경우, 앞으로 남성으로 만들어질 정자의 세포가 할머니의 자궁 속에 아버지가 태아로 있을 때 이미 아버지 몸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자 거사님들과, 아버지와, 할머니는 애초에 같은 몸에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과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DNA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어머니가 굉장히 두려워하고 화가 나고 그런 감정이 있다고 해봐요. 아기에게 영향을 주겠죠. 어머니가 만성적으로, 반복적으로 화를 내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태아 때부터 영향을 받게 되면서 태어나기도 전에 우울함을 갖추게 됩니다. 그래서 태어나기만 했는데 우울한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자살하고 싶은 충격이 계속 일어나셨던 분이 있어요. 이유를 전혀 몰랐다가 명상을 하면서, 자기가 태내 경험을 했어요. 그 당시 엄마가 죽고 싶어 하더라는 거예요. 이분은 그걸 계기로 어머니의 삶을 다시 보게 됐어요. 어머니를 깊이 이해하게 됐고 이후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 번째 업: 자궁 속 프로그램
세 번째 자궁 속 프로그램은 크게 네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가 자궁에 착상해서 2개월까지. 두 번째가 2개월에서 9개월. 만삭. 세 번째가 분만 과정. 네 번째가 태어나서 처음 6시간. 이렇게 나뉘어요.

첫 번째부터 보면, 불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아기가 생긴다고 합니까? 제가 아는 상식으로는 아버지의 정자가 있어야 하고 어머니의 난자가 있어야 하고, 준비된 영적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개의 합이 딱 맞아야 임신을 합니다. 그렇게 아기가 처음 착상해서 2개월까지, 아기한테 이때는 천국이에요. 자기가 할 게 없어요.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것이 탄생돼요. 무(無)에서 유(有)가 만들어지죠. 2개월에서 9개월까지 기간에는 어머니의 한 생각, 한 생각에 아이가 영향을 받죠.

또 분만 과정인데, 아기가 자궁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이때 아기가 첫 번째 분리를 경험해요 분리감. 외로움, 허전함, 공허감 이런 것을 느낍니다. 첫 번째 분리를 느끼게 되면서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네 번째 태어나서 6시간 까진데, 예전에는 딸이 많으면 딸을 낳았을 때 저기로 밀쳐뒀죠. 아는 분이 4째 딸인데, 태어나서 4시간동안 방치됐다고 해요. 이때 ‘나는 혼자구나’ ‘세상에 나 혼자 뿐이구나’하는 감정이 생겼죠. 지금 50대인데 살면서 가족들한테 평생 ‘어떻게 너는 너밖에 모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대요.

지금까지 소개한 게 자궁 속 프로그램이에요. 자궁 속 프로그램에 4가지. 그 다음에 무의식 프로그램이 있고, 6살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많은 것들이 태어나고 경험한 이후에 감정의 찌꺼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누적돼서 여러분의 욕구 충족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처음 시작할 때, 인간이 받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여러분이 느끼는 것이 외로움이든, 공허함이든, 불안감이든, 화든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가 알아차림입니다. ‘고통이 있구나’하고 알아차리면 우리 몸에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껴야 합니다. 그 후엔 그 감정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하면 대개 불안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술을 먹고 담배를 피고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합니다. 불안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불안을 알아차리고, 느끼고, 수용해야 합니다. 인간은 다 외롭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보편적으로 다 그렇습니다. 나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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