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용서로 화합해야 만사 형통”

1936년 전남 담양서 태어난 스님은 1952년 담양 보광사서 도천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55년 목포 정혜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보살계를, 1958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또한 1959년 해인사 강원을 마쳤으며, 이후에는 해인사, 상원사, 보광사, 범어사, 통도사, 묘관음사, 도리사 등 전국 제방선원서 정진했다. 1975년 화엄사 주지를 맡아 교구본사의 위상을 세웠고, 1985년부터 현재까지 폐사 직전의 여수 흥국사 주지를 맡아 중창불사에 진력했다. 특히 명선 스님은 일제 때 중단된 수륙대재를 복원해 매년 진남 거북선축제서 봉행하며 의승 수군의 향훈을 기리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3~9대)과 원로회의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조계종 명예원로의원으로 있다.  

명선 스님.

▲스님이 평소에 말씀하신 백년대계를 키우라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위기에 빠진 종단의 백년대계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우리가 수행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으라고 하지만 살아가면서 시시비비가 없을 수 없거든요. 하지만 요즘 조계종에 대해 너무 시비가 많아요. 이제까지 내가 조계종 승려가 된지 65년 됐는데, 계절병처럼 몇 년에 한 번씩 시끄럽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보니 또 그렇습디다. 왜 다른 종파가 우리 조계종에 있는 스님들에 대해 신상관계에 간섭을 하고 시비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그런 것을 막아버리고 사부대중이 더불어 항상 생활불교를 통해 고락을 함께 해야 합니다. 제가 종회의원을 30여 년간 했고, 원로의원도 10년간 하면서 느낀것은 불교가 백년대계를 위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판사판을 구분해 제도를 만들어서 거기서 융통성 있게 사람을 키우고 수행하다보면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죠. 이판사판에 대해서 위원회를 두고, 각 교구별로 심의를 통해 서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히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


▲수행자의 범계행위가 요즘 특히 문제시 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부처님 당시 때는 계가 끊어지려 한다든지 하면 대중에 고하고 나갔다가 오고 또 나갔다가 올 수 있는 등 세 번을 허락 했어요. 우리 불교 집안에는 참회와 포용, 용서라는 좋은 미덕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단죄부터 할 생각보다 대책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서 종단이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종단이나 어느 사회든 화합이 최고이죠. 뜻이 맞아야 형통하는데, 너무 죄를 벌하는 쪽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공사를 해서 참회를 받고 그렇게 해서 그것을 해결 하고 모든 것을 그렇게 해버리면 시비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옛날에 삼중 검사가 바로 대중공사지요. 조그만 약점만 있어도 그것을 갖고 몇 십년간의 공적을 무너뜨리고 긁어내려 버립니다. 중생계는 상대성인데 자꾸 긁어내리려 한다면 옳지 않죠. 지난번 조계종단이 제적된 사람들을 모두 투표 해서 결정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사면 복권 문제는 회의를 중단하더라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투표는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0여 년간 염주나눠주기 운동 펼쳐
몽골 청년 초청해 한국서 출가교육
“문제 생기면 단죄보다 해결책부터”

▲평소 법문때나 교구의 화엄사 행사때나 주로 ‘화합’을 강조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부처님 공부는 ‘베풀고, 화합하자’는 것입니다. 50여 년 전,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였죠. 담양 시골마을에도 전쟁은 비참하고 끔찍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아픈 것은 사람들의 갈등이었습니다. 가족처럼 함께 살던 마을사람들이 이념으로 갈라졌죠.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고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그때 받은 충격으로 방황하던 저는 세속을 떠나 출가를 했습니다. 불법을 공부하며 제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부처님 말씀은 ‘더불어 함께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살이는 ‘함께 사는 것’입니다. 화해야말로 부처님 가르침의 으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없이 항상 베풀어야 합니다. 먼저 나 자신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마음을 항상 비우고 내 의견과 서로 다른 의견이 표출됐을 때 대립되면 내가 양보하고 조정해서 화합해야 하는데 이때 내 주장은 좀 비워버리면 됩니다.
 

▲30여년 전 흥국사 주지를 맡으시면서 중창주라 할 만큼 번듯하게 도량을 일구었지만 스님이 가장 힘써 펼친 불사는 ‘인연 맺어주기’라고 들었는데요.

돈이 생기면 지금도 염주를 사서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라도 인연만 닿으면 무조건 나눠줍니다. 손에 있는 염주를 건네주면 모두 어찌나 좋아하는지 제가 다 기뻤습니다. 초창기에는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염주를 건넸죠. 특히 택시기사들이 제가 나눠주는 염주를 좋아했습니다. 당장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반응이 찾아 왔습니다. 직접 저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제가 건넨 염주로 기도해서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도 있고, 교통사고를 피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염주를 부적처럼 여긴다며 기복적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염주는 부처님과 인연을 맺어주는 최고의 불구(佛具)입니다. 염주는 부처님을 생각하는 구슬 입니다. 따라서 염주를 지닌 것만으로도 화두가 됩니다. 화가 치밀다가도 염주가 손에 잡히면 수그러지게 됩니다. 평상시 염주를 돌리며 염불을 하다보면 나쁜 습관이 줄어들죠. 그동안 건넨 염주만도 족히 100만개는 넘을 것입니다.

이판사판에 대해서 위원회를 두고, 각 교구별로 심의를 통해 서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히 구분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는 명선 스님이 흥국사 경내를 걷고있다.

▲요즘 출가자수가 현격히 줄어서 큰 문제인데 스님은 이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산아 제한 정책에 의문을 품었죠. 현대 한국사회에서 인구감소는 커다란 문제가 되는데 이는 불교계에도 불어올거란 생각을 했어요. 출가자의 감소로 이어질 거란 생각 말이죠. 역시나 종단에서도 큰 문제로 생각할 정도로 출가자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20여 년 전만해도 해마다 행자가 되겠다며 절에 들어오는 이가 수십 명씩 되었는데 말이죠. 저는 불법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젊은이들에게 출가를 권유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불국정토를 이루는데 국경이나 인종이 따로 있겠습니까.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몽골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과 외모가 비슷한 몽골 젊은 스님을 초청해 사미, 비구계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몽골불교를 대표하는 간단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몽골의 젊은 스님을 한국으로 초청합니다. 20대 초반의 몽골 스님들이 한국서 사미부터 시작해 비구계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몽골 젊은이들을 한국서 출가시키신다는 말씀이 흥미로운데요. 지금까지 몇 명을 출가시키셨나요?

2년 전부터 7명을 데려다가 1년 반 교육을 시켰습니다. 3~4개월 교육 시켜서 승가 대학을 보내고, 또한 11명을 더 교육 시키고 있습니다. 그냥 몽골서 바로 데려와 교육 시키려니까 힘도 들고 식생활도 달라 처음에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7개월동안 울란바트로서 11명을 한국문화에 대해 미리 교육을 시킨 후 화엄사서 습의 교육을 시킵니다.
아마 몽골 스님들이 비구계를 받을 때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 할 것입니다. 그러면 몽골뿐 아니라 한국의 정식 스님이 되어 두 나라 어디에서든 포교와 수행을 겸하겠죠.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는 불교뿐 아니라 한국과 몽골 양국의 우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구계를 받은 몽골 스님은 한국에 거주하는 몽골 이주민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고, 몽골에 가서는 한국불교와 문화를 전하는 민간 외교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 오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 불자들이 화합하라 베풀고 살라 마음도 비우고 살라 하지만 많이 혼란스러운 지금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면 좋을까요?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것처럼 참선하는 사람은 하고 염불하던 사람들은 하고 주력하던 사람은 하고 그렇게 신심껏 해오던 그대로 흔들림 없이 하면 됩니다. 내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마음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불자이고 수행자이지요. 외부에서 무슨 말 한 마디 한다고 해서, 호수에 돌 많이 던지면 물결은 금방 퍼지지만 호수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집니다. 남의 허물은 한 귀로 흘러버리고, 자기 공부 열심히 하세요. 부처님이 오신 뜻은 모든 중생들의 마음에 등불을 켜게 하는 것입니다. 참 마음의 등불을 켜는 거에요, 마음의 등불을 밝히면 온 세상이 밝아집니다. 문제는 내 마음이 어둡기 때문에 잘못도 생기고 시비도 생기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구렁에 빠지지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각자 자기 마음을 밝히세요.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는 각자 원찰을 찾아가 정성을 다하고 자기 마음의 등불을 정성껏 밝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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