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불교교류 동질성 회복 아닌 ‘확인’
교류효과 배가 위한 범종단 협력 필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이른바 평화의 시대 도래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남북민간교류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불교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 불교교류는 남북 문제에 있어 민족의 동질성 확인이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 새로운 남북불교교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남북불교교류, 1988년부터 시작

남북 민간교류와 협력 분야에서 불교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상호 신뢰로 동질성 회복의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
불교를 골자로 한 남북교류가 처음 가시화된 것은 1988년부터다. 1988년 7월 미국 시민권자인 대원 스님과 1989년 6월 법타 스님, 도안 스님 등이 한국 국적으로 처음 평양을 방문한다. 이후 1990년대 중반 북한 식량난 속에 종교계의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차츰 교류 폭이 넓어진다. 1992년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평불협) 창립 이후 대북지원이 진행됐다.

1995년에는 조선불교도연맹이 북한지역 수해 복구를 위한 불교계의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북한수재민돕기 범종단추진위원회가 발족하기도 했다. 이어 한국JTS,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불교운동본부(‘좋은 벗들’로 개명), 북녘동포돕기불교추진위원회(민족화합불교추진위로 개명)가 창립돼 북한의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신계사·영통사 복원 등 성과 남겨

불교 NGO단체들의 교류 외에 불교 각 종단의 직접적인 교류도 이어졌다. 종단 차원으로는 1999년 진각종 대표단의 방북이 큰 기점이 됐다. 2000년에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친본부가 설립돼 본격적인 종단 차원의 교류가 진행된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조계종의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천태종의 ‘개성 영통사 복원불사’ 등 큰 규모의 교류협력사업이 진행됐다.

2002년 이후 남북불교 간의 교류는 기존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더해 신계사, 영통사 복원불사, 불교문화재 공동 조사·발굴 및 복원, 59개 사찰에 대한 단청불사 지원이 진행된다. 2003년과 2004년에 시작된 북한사찰의 복원불사는 2005년 10월에 개성 영통사, 2007년 10월에 금강산 신계사의 낙성식을 각각 가졌다.

정치관계 종속 한계 못 벗어나

문제는 남북불교교류가 정치관계에 종속된 한계를 못벗어 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1997년부터 이뤄진 부처님오신날 남북공동발원문이 있다. 부처님오신날에는 현재 남북불교계가 공동발원문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1997년부터 시작됐다.

그 배경에는 1995년 북한 홍수피해 당시 진행된 인도적 지원으로 쌓아 올린 상호 신뢰가 있었다. 이후에도 남북공동발원문은 지속 발표됐다. 2008년 금강산에서의 관광객 총격 사건으로 관광 중단과 대화 단절 속에서도 발표됐을 정도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과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등 이어진 남북 경색국면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가 중단됐다. 2015년 공동발원문 채택 후 다시 중단된 공동발원문 채택은 판문점 선언이 이뤄진 2018년 다시 발표된다. 이밖에 다양한 교류 활동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중단되고 있다.

그동안 사찰 복원·의식 통일 등
북한 불교 복원에 중점 둬
먹거리 등 인도적 자원 중심

북한 사회 개방 변화 맞춰
문화·의료·교육 진출 과제
“근대화 과오 반복 말아야”

신계사 복원 기념 남북합동법회도 복원 1주년인 2008년 행사는 금강산 관광 중단 여파로 무산됐으며, 2016년 복원 9주년 행사 또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실험에 이은 대북제재 등으로 무산됐다. 남북합동법회가 성사된 2009년부터 2015년까지는 매년 8~50명 수준의 대표단이 신계사를 찾았다.
박재산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국장은 “남북불교교류가 급물살을 타더라도 갑작스런 외부 요인에 의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계사 복원 또한 완공 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지만 그동안 교류가 중단되며 사실상 방치됐다”고 말했다.

정기 교류 거점 마련 필요

이런 상황에서 현재 남북불교교류는 2010년 1월 남측 불교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며 조금씩 남북불교교류의 물꼬가 트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 전문가들은 정세에 영향 받지 않는 불교계만의 교류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은 정기 교류의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 등에 정기적인 교류거점을 확보하는 등 정치 구도에서 벗어나 남북불교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발판이 될 것이다.
또 세계불교도우호대회(WFB)를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불교계는 2011년 여수엑스포 기간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 당시 북한 스님들의 참석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기류는 다르다. 북한 조불련은 최근 세계불교청년우의회(WFBY)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2018국제불교청소년교환캠프에 조불련 청년위원회 명의의 연대사를 보냈다. WFB 등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활동하고 이를 정기적인 교류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평불협 회장 법타 스님은 “양국이 오가기 힘들다면 중국 등지에 정기적인 만남의 장을 구성하는 것도 좋다”며 “남북 정치 국면과 별개로 북한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 인도적 지원 외에도 다양한 교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문화 분야로 교류 확대

2014년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발표한 로드맵에는 1단계 금강산 관광 재개시 신계사 운영 정상화, 2단계 2015년 평양불교문화회관 건립, 3단계 2016년 개성지역 사찰 불사 등이 있다. 이중 평양불교문화회관 건립은 불교가 단순히 문화재 복원 등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 포교에도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최근 교수불자연합회 30주년 기념행사에 조불련 전국신도회는 연대사와 축사를 두차례 보냈다. 여기에는 문화포교협력과 함께 공동 연구 활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부분 협력사례로는 2005년 북관대첩비 환수가 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방치됐던 함경도 의병 전승 기념비인 북관대첩비 반환에 남북이 함께 노력한 사례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 세워진 북관대첩비는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탈된 것이었다. 당시 한일불교복지협회장 초산 스님을 중심으로 북관대첩비 환국 범민족운동본부를 구성, 조불련 측과도 긴밀한 연대를 통해 환수가 진행됐다. 이후 문화재청과 통일부를 포함한 관련부처 논의와 전시 후 북한에 전달됐다.

심익섭 교수불자연합회 회장은 “남북 불교문화재 및 불교사 연구 등 공동학술대회를 비롯해 신앙 및 풍습 조사 등 학술적으로도 소통할 부분이 많다.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이뤄질 수 잇는 부분”이라며 “조불련 측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남북불교교류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교류 위한 기금 조성 필요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남북 불교교류를 위한 기금 조성도 필요하다. 현재 조계종은 민추본을 단일 창구로 남북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종단 예산 편성과 구미 도리사 인근 경작지에 통일쌀을 심어 쌀 수매 이익 일부분을 대북 인도지원과 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천태종 등 불교 각 종단도 각각의 기관 예산 편성을 통해 남북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경우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 소요되는 자원을 적립하고 있다. 현재 약 14조원이 조성된 상태다. 불교계의 경우 기금 조성이 전무하다. 당장의 통일 종책을 추진해갈 재원 마련부터 과제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불교계가 북한과의 교류에서 주력하고 있는 단청 등 문화재 복원, 사찰 조사 및 복원 등의 사업은 크게 보면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외에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포교와 전법과 의식 통일과 같은 불교 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불교계 통일기금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금을 적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불교계 과제는?

이외에도 불교계에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그동안 남북불교교류와 협력의 전개과정을 보면 먼저 ‘금강산’과 평양 일대로 한정된 교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남북 교류협력이 진행되며 개성교구, 평양교구 등 주요 거점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대부분의 교류협력 사업이 서울 중심으로 진행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민추본은 2014년 12월 부산지역본부를 발족하여 운영 중에 있다. 남북불교계의 협력사업의 원할한 추진과 이어진 결과물의 효과를 위해서라도 전국적인 조직망 구축과 범종단적인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

박재산 민추본 사무국장은 “종단 차원에서 교류협력을 진행하더라도 범불교적인 동참의 분위기를 조성해갈 필요가 있다”며 “가장 먼저 홍보사업을 통해 불자들의 관심과 긍정적인 인식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웃종교계는?

실리 추구 북한 변화에 진출 ‘잰걸음’

기독교 과기대 이은 교육협력
순복음교회 평양에 병원 건립
원불교 태양광·숲조성 사업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관계에 다양한 협력이 모색되며 이웃종교계는 발빠르게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특징은 북한사회의 경제협력 위주로의 변화를 이용한다는 부분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 북한사회가 실리 추구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 개방 모델 추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체제의 변동없이 경제체제만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통일교의 경우 평화자동차 합영사업을 진행했다. 통일교 평화자동차와 북한 기계공업전문회사인 조선련봉총회사가 1999년 4월 북한 남포에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든 평화자동차총회사가 그것이다. 평화자동차는 2002년 2월 연 1만대 조립생산 가능한 공장을 준공한 뒤 생산라인을 가동했지만, 2013년 3월 북한에 정밀 기계를 철수했다.

기독교계는 연변과기대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평양에도 과학기술대 설립을 논의 중으로 교육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017년 추진한 ‘8.15 광복절 기념 남북 공동 기도회’ 및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협의회’의 평양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1 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남북공동준비위원회 조직도 논의 중이다.

개신교계의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던 평양 조용기심장전문병원 건립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은 순복음교회가 2007년부터 평양 건립을 추진 중인 곳으로 260병상 규모로 알려져 있다. 현재 시공사 부도에 이어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상태다. 순복음교회는 4월 경 북측과 병원 건립 재개를 합의한 상태로 병원 외 의과대 기숙사, 강의실 등도 함께 건립하는 것을 모색 중이다.

가톨릭계는 북한 장충성당 복원을 진행한다. 2015년 천주교주교회 민족화해위원회 소속의 대표단이 방북해 복원을 논의한 상태다. 여기에는 남측 사제가 장충성당에 파견돼 미사를 봉헌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있다.

원불교는 교리 상에 통일 관련 내용이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미 평양교구가 설립된 상태다. 올해 2005년부터 추진된 <겨레말큰사전>의 공동 편찬을 재개하며 교정원 산하 ‘통일위원회’를 설치하고 교류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원불교는 원불교 유적지 발굴 및 개성교당 복원, 태양광 발전 설치 및 숲 조성 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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