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비전 수립, 기금 조성 등 나서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 비핵화 등 아직 남은 과제는 많지만 서로를 적대시했던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 긍정적인 태도로 서로 다가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남은 4자 회담 등 과정이 있지만 제2개성공단,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짧게는 교류협력 사업이 활발해지며 길게는 북한사회 전반의 개방까지도 이뤄 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는 어떤 방향으로 남북불교교류를 진행하며 더 나아가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불교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동질성 향상, 불교계 나서야”

무원 스님 前개성 영통사 복원단장

천태종 개성 영통사 복원과 단청 복원사업에서 단장을 맡았던 대전 광수사 주지 무원 스님<사진>은 남북 불교계의 동질성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원 스님은 먼저 장기적으로 청소년과 아동 교육분야에서 불교계가 동질성 향상을 위한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무원 스님은 “실리적인 혜택 외에도 결국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 불교에 대한 인식 등이 미래세대에 높아져야 불교의 미래도, 민족의 미래도 밝아진다”며 “현재 진행되는 대부분의 교류가 기성세대간 교류에 머물고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남북한 불자 청소년 연합캠프를 시작으로 북한이 더욱 개방된다면 북한 사찰 템플스테이, 북한 청소년 심성 교육 등 남북한 청소년들이 함께 어우러 질 수 있는 자리를 불교계가 만들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의식 전반에 동질성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원 스님은 또 “남북 불교의식의 공동정리와 함께 남북 불교대사전 등 불교 내적인 정비 작업도 필요하다”며 “먼저 한국불교 내에 범불교적인 포럼을 통해 이러한 정리 작업을 함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원 스님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사찰들이 기본적인 법회의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사찰 복원 당시 사물, 법구 등이 굉장히 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개방 기조에서는 아무래도 북한 주민들의 종교활동이 활발해질 것이기에 북한사찰에서 법회와 행사를 원할히 진행할 수 있도록 기본인프라 구축을 남한 사찰에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끝으로 “다양한 노력들이 성공하기를 국민과함께 기원한다”면서 “종교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원력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北내 조불련 위상 강화 중요”

이금순 통일교육원 선임연구위원

 

이금순 통일교육원 선임연구위원<사진>은 “모든 민간차원의 남북 간 교류협력은 당국 간 정치적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불교계를 포함하여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당국 차원에서의 화해와 협력이 제도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위원은 이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정상이 합의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 내부에서 소통하고 화합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불교계가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 선임위원은 불교계가 그동안 북한 ‘조선불교도연맹’과 추진한 교류 협력 사업에 주목하며 북한 내에서 조불련의 역할과 위상이 강화되는데 한국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위원은 “조불련과의 사업은 남북불교계가 신뢰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여 왔다. 이제는 북한의 변화를 감안하여 불교계가 북한과의 새로운 협력 틀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동안의 불교계 협력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 내에서 조선불교도연맹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최근 관심을 보이는 장애인, 여성, 아동, 노인들에 대한 복지사업도 조불련과 함께 남북불교계가 새로운 협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과정은 무엇이 있을까.

이 선임위원은 먼저 각 종단의 대북창구를 담당해온 기구들의 재정비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 선임위원은 일반 불자대중들의 동참을 위해 매일 모든 사찰에서 예불 때마다 올리는 ‘통일’에 대한 서원을 진행하는 등 생활 속 실천도 중요함을 역설했다.


“기금 조성에 종단 나서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사진>는 우선 남북관계의 정황 변화에 주목했다. 고 교수는 “극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대화 국면에서 도출된 결과들은 65년간 유지돼 온 정전협정질서에서 새로운 평화의 체계로 역사적인 대전환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새로운 시대로 가는 패러다임의 교체기”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이라고 하는 말을 써가면서 나선 것은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문화복지’ 분야에 주목했다. 고 교수는 “북한 지역도 도심사찰보다 산중 사찰이 많은 상황이다. 사찰에서 포교하기보다는 오히려 불교문화원과 같은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불교계가 더 긴밀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종교활동을 내세우기보다는 문화활동으로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특히 불교계의 의료와 교육 분야로의 진출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고 교수는 “의료분야는 동국대 의료원의 인프라를 활용 가능하다. 평양에 불교병원을 건립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추진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교수는 “사실 매년 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종단 내에서 기금이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반이 없는 데 기인한다. 지금까지도 그 기반이 되어 있지 않다”며 “종단이 지금이라도 확고한 의지로 기금 조성 등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고 교수는 “평화 정착은 남과 북이 하나의 시장,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한반도 생활공동체가 됨을 의미한다. 불자 대중들의 작은 관심 하나 하나가 이 땅에 평화를 정착하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드는데 힘이 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사찰별 北포교 비전 세우자”

유승무 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 교수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사진>는 “그동안 남북간의 이념대결 상황에서의 인도적 지원은 상호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비적대적인 교류를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진단하며 “이제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 변한 만큼 협력 교류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정세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 통일 한국까지 염두에 둔 계획 하에 불교계가 움직여야 한다. 평화체제가 공고해지고 서로 자치를 인정하는 체계에서 지금보다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지금까지의 인도적 지원은 사실상 가장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도움이었다면,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이들을 불교신자로 끌어 올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사회에서 불교의 위상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북한지역에서 이뤄지는 사업들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다양한 협력 관계를 다져야 이뤄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반을 다지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원력이 있는 스님들부터 먼저 뭉치고, 이를 불자대중에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사찰별로 ‘개성 포교당 건립’ ‘마하연 복원’ 등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신도대중과 공유해 재정 확보부터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교수는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계가 기독교계에 밀려 ‘실기(失期)’한 역사를 들며, 북한 개방 국면에서 이웃종교계에 비해 더딘 접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 교수는 “이웃종교에 비해 미약한 도심포교, 청년층에 대한 뒤늦은 접근 등 한국근대화 과정에서 불교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노력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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