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누군가 건네는 차 한 잔에
말라붙은 마음 다시 숨을 쉬고
초면의 얼굴이 주고 간 다정함에
젖었던 마음 다시 펄럭여본다
때로는,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없고
네가 나에게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너와 나의 바깥에 있었다
어쩌다 찾은 산사의 적막
적막 너머에서 들려오는 풍경(諷經)소리
이름 모를 이들이 쌓아 놓은 적석탑
문 밖에 걸린 연등의 그림자
문 밖에 걸린 것이 연등뿐일까
매일매일 문 밖에 마음 걸어놓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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