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정 스님의 8주기를 맞아 유발 재자들이 스님의 주옥같은
가르침과 어록, 일화 등을 담은 에세이와 산문집 등을
잇달아 발간해 화제가 돼고 있다. 특히 법정 스님의 저작물들이
스님의 평소 유언에 따라 절판 돼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 출간된 법정 스님 관련 저서들은 유달리 주목을 끈다.
법정 스님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등을 한데 모은 <간다, 봐라>와
법정 스님과 사제의 인연을 맺은 정찬주 작가가 평소 드러나지 않은
법정 스님과의 일화를 한데 묶은 <법정 스님의 뒷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서술하는 소재와 관점은 다르지만, 그래도 사유와 성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가꾸라는 법정 스님의 주옥같은 가르침은 일맥상통하다.
언제 어느때 다시 읽고 들어도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발원한 대로 몸소 실천한 행원에 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어록들이 거룩한 가르침으로 다가오는 큰 이유다.




법정 스님 사유 노트와 미발표 원고 모음
스님의 임종게와 산중 일기 최초 공개
“내가 살아가는 이 모습도 공부해라”
깊은 울림 전한 투명한 사유와 순수한 언어



법정 스님의 숨겨진 일화가 남긴 가르침
저자, 스님 저서 담당 편집자로 재가 제자
“스님 마지막 가는 길은 수행자의 참모습”
불교언론, 중앙일간지 등 연재 칼럼 엮어

간다, 봐라/ 법정 스님 지음/ 리경 엮음/ 김영사 펴냄/ 1만 4500원

“스님, 임종게를 남기시지요”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

이 책은 처음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임종게와 사유노트, 스님의 숨결이 살아 있는 미발표 원고부터 지인들의 일화와 편지 등을 한데 모은 것이다. “생의 모든 순간을 환영하라, 어려운 일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어려운 일을 피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법정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강원도 산골 시절, 그때까지 지니던 노트와 메모, 편지, 그림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수류산방(水流山房)’이라 이름 붙인 마지막 거처에서도 세상을 향해 남긴 글과 그림들,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가르침을 준 스님 작품들의 토대가 된 육필 메모와 노트들이 여덟 가지 주제로 엮였다. 산중 수행자의 생활을 진솔하게 담은 산거일기를 비롯해 자연과 생명, 홀로 있음, 침묵과 말, 명상, 무소유, 차(茶), 사랑과 섬김이라는 주제별로 다시 모인 법정 스님의 노트 속 글과 메모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원고인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얻어 오늘에 되살아났다.

스님이 아껴둔 미발표 시와 에세이, 퇴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육필 원고, 다양한 책에서 가장 귀한 구절만을 뽑아서 정리한 내용들, 그리고 여기에 스님의 치열한 공부와 빛나는 감성이 덧붙여지면서 어느 장을 읽어도 여운이 깊은 색다른 잠언집이 탄생하였다.

“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가 아니라 생명과 존재의 목소리이며 영원히 현존하는 만물의 목소리다” “어째서 그대 안의 살아 있는 근원에게 묻지 않는가” “사랑이란 당신의 마음, 가슴, 당신의 전존재를 완전히 주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사랑을 받으려고 빈 그릇을 갖다 대지 않는 것” 등등. 언제 들어도 인생의 큰 가르침이 되는 주옥같은 글들이다.

특히 197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며 옥중 고초를 겪던 무렵에 쓴 세 편의 저항시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임종게’는 대중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라 의미가 더욱 깊다.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 함석헌 선생, 향봉 스님, 구산 스님 등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지인들이 간직한 스님과의 주요한 일화들도 모아 부록으로 엮었다. 산중의 냉철한 수행자이면서도 세상과의 뜨거운 대화를 놓치지 않았고, 누구보다 철저했지만 늘 따뜻한 유머를 간직한 법정 스님의 새로운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스님이 마지막까지 보관하던 육필 원고들과 편지, 물품들을 컬러 사진으로 실어 생생함을 더한다.

이 뭉텅이를 드리면 공부에 더 깊이 들어가보시겠습니까? 어느 날 수류산방 아궁이에 무얼 태우시는 모습을 보고 여쭈었습니다. “스님! 아궁이에 또 무얼 그렇게 태우십니까?” “방편을 태울 뿐입니다” “아궁이가 방편을 먹으면 도를 이룰 수 있습니까?”

스님께서는 부지깽이로 아궁이 문을 탁 치시며 “보살님, 이 뭉텅이를 드리면 공부에 더 깊이 들어가보시겠습니까?” 저자는 합장으로 예를 올렸다.

그날 이후 무시로 스님의 사물 상자들이 아궁이 대신 저자에게 왔다. 특히 2008년 초봄에 법정 스님이 버린 상자 속 원고 뭉치가 이 책 내용의 주를 이룬다.

책 속에 나타난 법정 스님 가르침
▲모든 생명은 다 하나다. 우리 모두가 이 우주가 벌이고 있는 생명의 잔치에 함께하고 있다. 하나의 나뭇잎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없다. 우리 모두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거대한 진동 같은 것이다.

▲진리를 추구한 사람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늘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자기 자신 속으로 들어갔다.

▲홀로 있음으로 해서 얻는 희열은 외떨어진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희열은 번잡한 도시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희열은 홀로 떨어져 있는 곳이나 번잡한 도심에서 구할 대상이 아니고 바로 ‘자아’ 속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없어야 한다. 자아중심적인 행동이 되어가는 것이 없어야 한다. 크나큰 침묵과 하나가 돼야 한다. 침묵은 모든 것의 텅 비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한한 공간이 있다. 이기주의적이고, 한정된 에너지가 아닌 무한정한 에너지가 있다.

법정 스님의 뒷모습/ 정찬주 지음/ 한결미디어 펴냄/ 1만 5천원

이 책은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의 숨겨진 일화들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법정 스님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산문집이다. 저자인 정찬주 작가는 과거에 법정 스님 저서 담당 편집자로서, 아울러 각별한 재가제자로서 스님과 맺어온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평소 법문과 일치한 법정 스님의 실제 삶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할 진정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남겨진 법정 스님의 모습은 동일했다.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스님의 장례식 모습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고승들이 꽃으로 장식한 운구차에 실려갔지만, 스님은 당신 유언에 따라 그러지 않았다. 누운 스님을 가사 한 장으로 덮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스님의 그 모습은 송광사를 찾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때 저자는 법정 스님의 그 뒷모습이 참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살아서 가는데만 사람이 죽어서 따라간다”는 조주 선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나는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어찌 나뿐일까? 스님의 마지막 길을 보려고 온 사람들 모두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이 책은 법정 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과 일화들을 되새기는 가운데 위대한 수행자 한 분이 어떻게 우리곁에 살다 갔는지를 이야기하는 산문집이다. 정윤경 작가의 그림과 유동영 작가의 사진 40여컷 또한 이 책의 주옥같은 일화들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1부에는 법정 스님이 대통령의 청와대 초대를 거절할 정도로 권력자를 멀리한 이야기, 정찬주 작가가 불일암에서 스님에게서 법명과 계첩을 받고 제자가 된 이야기, 스님에게서 낙관없는 현판 글씨를 받은 이야기, 스님이 대원각 땅을 시주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이야기, 저자가 과거 편집자로서 스님의 저서들을 만든 이야기, 스님이 입적하신 뒤 누에고치처럼 자신을 가두어 <소설 무소유>를 완성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 주로 불교계 언론에 연재한 칼럼들을 실었다. 또한 2부에는 스님의 가풍을 이어받아 저자가 하루하루 일궈가는 산중생활의 사계절 풍경들이 소개돼 있다. 주로 중앙일간지의 청탁 칼럼 들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법정 스님을 추모하는 글이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모 정간지의 법정 스님 추모특집 기획기사에 게재된 글들이다.

“스님은 수행자이지 수필가가 아니었다. 하루에 글 쓰는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예불하고, 채마밭을 가꾸고, 좌선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만행하는 등 보통 스님의 일상을 조금도 벗어난 적이 없던 스님은, 죽음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극한 상황에서도 병상에서 홀로 조석예불을 거르지 않았다.  

한 수행자의 한평생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 책 <스님의 마지막 뒷모습>은 오늘날 우리곁에 참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며, 우리를 그토록 감동시킨 무소유의 삶이 무엇인지를 동시에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한편 저자인 정찬주 작가는 “이 책은 법정 스님께서 내게 주신 마지막 선물과도 같다. 스님이 내게 주신 자비와 가르침이 가득한 글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산문집은 나에게 법정 스님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책이 될 것이라 더욱 정성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책속의 밑줄 긋기
▲“법정스님 역시 상좌 받기를 꺼려했다. 불일암에 가서 왜 상좌를 두지 않습니까? 라고 여쭈면 부처님도 55세 이전에는 시자를 두지 않았다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서 ‘내 손발이 상좌’라고 하셨다. 법정스님은 1983년부터 덕(德) 자 돌림의 상좌를 받기 시작했다. 내가 “왜 덕 자 돌림으로 하셨습니까?” 하고 묻자, 스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답하셨다. “내가 덕이 없기 때문이오. 제자들만큼은 덕으로 둘레를 맑히며 살라고 덕 자를 붙여주었어요”

▲“불가에서는 행운을 부르는 행동을 두고 발복(發福)한다고 한다. 행운이 꽃처럼 피어난다는 뜻이다. 반대로 복을 까먹는 행동을 두고 복감(福減)한다고 한다. 복을 더는 행동이니 불행을 자초하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발복과 복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입을 닫고 있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허튼 생각 하나만 해도 그것은 복감이다. 그러니 인생이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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