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앙굴리마라경1

우리들 인생 속에서 나를 바꾸게 했던 이들과 만났을 때를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당시에 대부분이 모른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그를 만나 내 인생이 더 윤택해지고 빛날 수 있었음을 기억하며 존경의 마음이 드는 분, 바로 스승이다. 불자에게 부처님은 위대한 스승이다. 스승이라 불리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알게 하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앙굴리마라, 사람을 죽이고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를 만드는 살아있는 악마의 화신인 그를 제도한 부처님의 이야기는 한글대장경12권인 불반니원경에 있는 불설앙굴계경pp297~305앙굴마라경pp323~465에 등장한다. 아함부에 속한 경전들을 소책자로 만들어 불자들에게 깨우침을 주고자 했던 편집자의 의도가 보이는 경전 중에 하나다.

사위성 북쪽 살나마을에 살던 발타라는 남편을 잃고 홀로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이란 똑똑하고 총명한 아들 하나만 보고 살았다. 세간현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응용력이 뛰어나 수십, 수백 개를 깨달아 알며 다른 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일어주는 능력이 뛰어났다.

12살에 바라문 마니발타라에게 출가하여 그의 수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스승의 젊은 아내가 이 총명한 제자에게 연모의 정을 품고 있다가 스승이 왕의 초청을 받아 떠나며 세간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갔다. 스승의 부인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평소에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하며 예절을 잊어버리고 세간현을 유혹했다. 놀란 세간현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옷을 뿌리치며 그 곳을 떠났다.

수치심과 모욕을 느낀 것은 세간현이었지만 사건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스승의 아내는 거절당한 것이 억울하고 분하여 남편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머리를 풀어헤치고 목을 매는 시늉을 했다. 마침 도착한 스승은 아내에게서 세간현이 자신을 성추행하였고 그 부끄러움에 죽으려 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속에 불같은 분노가 일었다. 그는 자신의 가장 총명하고 착한 제자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증오심으로 복수를 결심한다. 스승의 아내를 욕보인 죄를 사면 받으려면 사람 천 명을 죽여 그들을 하늘에 태어나게 해주고, 그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를 만들어 가져오면 너도 하늘에 태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세간현은 그건 절대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스승을 거역할 수 없어 그렇게 허무하게도 살생악귀로 변하게 된다. 그 길로 거리에 나가 예리한 칼로 사람을 죽이고 손가락목걸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양심에 가책을 느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순수하게 잘생긴 얼굴과 친절한 말솜씨에 홀려 다가갔다가 여지없이 살해를 당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사위성 전역에 퍼졌지만 사람들은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죽어나갔다. 이제 드디어 999명의 손가락을 모았을 때, 마침 어머니가 자신의 사랑스런 아들이 미쳐서 세상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마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피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찾아오고 있었다.

마침 탁발 나갔던 제자에게 사위성이 발칵 뒤집힌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이 사위성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시면 앙굴리마라(사람을 죽이고 손가락 자르는 악마)를 만나니 절대 가시면 안 된다고 말렸다. 그 앙굴리마라와 어머니가 딱 마주쳤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지막 손가락이라는 생각에 극도의 흥분을 한 상태였다. 일촉즉발, 부처님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신통력으로 앙굴리마라가 아무리 걸어도 다가올 수 없는 거리를 만들어 버렸다.

거기 그만 멈추시오, 나는 앙굴리마라다. 너의 손가락을 내게 다오, 누구든 내 이름만 들어도 놀라서 죽는데 하물며 나의 얼굴을 보고도 살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이보시오, 이제 멈추시오. 그대는 하늘사람인가, 바람인가 어찌 이리 빨리 갈 수 있는 것이오. 제발 그만 가시오, 이제 더 이상 나는 못가니 손가락을 주시오.’

부처님 뒤에서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가 부처님 앞으로 나갔다. 아들은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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