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 칠성도.

오래 전에 운문사에서 머물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찬란한 무량한 별빛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동양은 밤의 문화이며 북극성과 북두칠성의 세계이며, 서양은 낮의 문화이며 태양의 세계다. 밤하늘에 금방 눈에 띠는 것은 북두칠성이다. 한국 사람들은 별을 둥글게 표현했지만, 서양 사람들은 빛나는 별을 그대로 표현했다. 요즘 군인들의 모자에서 보는 모양이다. 별 모양만 보아도 동서양의 표현이 이리도 다를 수 없다. 그리고 고구려 무덤을 보면 천정에 북두칠성만을 표현해 두는 경우가 많다. 북두칠성은 곧 하늘의 세계이다. 그래서 북두칠성에 대한 신앙은 아마도 가장 오랜 신앙일 것이다. 그런데 별이 둥글다는 것은 옛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별을 보주로 인식했다. 하늘에 보주가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여래 모습 가장 단정히 보존돼
하단은 여래 화생케 하는 과정
천동자가 보주 7개 바치는데
이는 일곱 여래를 상징한다

보주라는 것은 모두 보석으로 알고 있지만 절대로 귀금석이 아니다. 보주에 대한 이야기는 경전에 나오지 않고 그저 막연히 보석으로 알고 왔다. 보주를 연구한지 40년, 보주가 바로 여래라는 것을 경주 월지 출토 광배에 부착했던 작은 장엄구들을 보면서 생각의 첫 단추를 옷에 꿰었었다. 그 후 보주에 대한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는데 마침내 여래나 보살이 보주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대우주에 대한 소우주는 사람이다. 사람을 소우주라 말한다. 보주란 것은 우주에 충만한 기운을 압축한 것이라는 것을 불화를 연구하면서 깨쳤다. 그러니 소우주인 인간도 보주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여래가 보주라? 아마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런 기록은 팔만대장경에도 없으니 알 리 없다. 문자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를 화승들은 조형언어로 표현했다. 필자는 불화 자체에서 모든 문제들을 풀어냈다. 바로 여래는 보주이며 정수리에서 보주가 나와 위로 솟고 그 보주에서 다시 보주가 솟구쳐 나와 무량하게 우주에 충만하게 한다.


최근 미국 옥션에서 운문사가 환수한 칠성탱을 보고 여래 모습이 단정하고 상태도 좋은데다 조형이 흥미로워 글을 쓰게 되었다.(도 1) 여래의 본질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하여 불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아래 부분은 여래를 화생케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도 2) 그래서 화생한 여래다.(도 3) 여래의 지물이 정병인데 이런 예는 처음이다.(도 4) 천동자가 접시에 보주 7개를 담고 여래에게 바치려 한다.(도 5) 일곱여래를 상징하는 것 같다. 정병은 ‘ 주=만병’을 상징하므로 어쩌면 이 병풍은 치성광여래 일지 모른다. 칠성여래는 대개 합장하며 지물이 있는 경우가 적다. 병풍 위 부분을 보면 가장 중요한 조형이 그려져 있다.(도 6) 그 중의 한 단위를 살펴보면 불교 조형들 가운데 가장 고차원의 상징을 띤 조형을 볼 수 있다.(도 6-1) 보주를 다른 식으로 나타낸 것으로 바로 여래를 상징한다. 그리고 병풍 밖으로 영기문이 충만해 있다.(도 6-2) 구름이 아니다.

그러면 채색분석하면서 칠성탱의 본질을 추구해 보자. 우선 만물생성의 근원을 조형들을 맨 밑 부분 중앙에 많이 모아 둔다.(채1) 그 양쪽으로 제3영기싹이 발산한다. 역시 만물생성의 근원인 조형이다.(채2) 다시 여러 개가 양쪽으로 발산한다.(채3) 그런 다음 제1영기싹이 모인 곳에서 세 줄기 같은 수직의 영기문이 솟구친다.(채4) 그 다음 대좌에 걸친 옷주름이 구불구불하게 내린다.(채5) 이런 구불구불한 모양은 물을 상징한다.(채6) 자, 이제 얼굴에서 이목구비와 검은 나발을 지우고 얼굴 윤곽만 남기면 타원체의 보주 위에서 보주가 나오는 형상이다.(채7) 그다음 맨 밑의 근원적인 영기문만 남기고 맨 위의 보주에서 보주가 나오는 것만 남기면, 이 칠성탱의 가장 중요한 조형만 남는 셈이다. 우리는 칠성탱의 조형을 분석하며 여래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칠성탱은 19세기에 우리나라에서 창조된 불화 형식으로 점점 대형화한다. 가장 한국적인 불화다. 따라서 권속도 많아지고, 사천왕도 네 귀에 배치하여 석가여래와 대등한 불화가 되어 간다.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원래 약사여래의 협시보살이다. 그리고 치성광여래는 지물로 법륜을 취하거나 보주를 취하여 석가여래나 약사여래와 어께를 나란히 한다. 그런 배경에서 운문사 칠성탱이 성립된 것이다. 여러 폭의 칠성탱이므로 칠성각도 규모가 컸을 것이다. 이렇게 단정한 여래의 모습은 보기 드물며 여래의 본질도 파악하기 쉽다. 칠성탱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고고인류학과에서 수학했다. 일본 교토국립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68년 이래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학술사, 학예연구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및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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