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학회·불교학연구회 등 12개 학회 온전 발굴조사 촉구

공주시 반죽동 한옥신축부지서 출토된 대통명 기와편. 백제 최대 사찰 대통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백제 최대 사찰로 알려진 대통사지로 추정되는 절터가 확인됐다. 하지만 공주시의 한옥신축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백제학회·불교학연구회 등 12개 학회는 5월 3일 흥사단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사지의 온전한 조사와 보존을 문화재청과 공주시에 촉구했다. 한국사 관련 학회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은 웅진 백제 시기 최대 사찰로 알려진 대통사지로 추정되는 위치가 최근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충남 공주시 반죽동 한옥주택부지에서 사전조사 형식의 발굴조사가 이뤄졌으며, 이중 한 부지에서 대통사의 위치를 밝힐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좁은 발굴장에서만 기와편만 2만여 점이 나왔으며, 이중에는 ‘대통(大通)’ 명문의 기와편도 출토됐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대통사는 527년 성왕이 백제 수도였던 웅진에 창건한 사찰이다. 성왕은 중국 양나라에서 경전을 전해 받고 당시 황제였던 무제를 위해 사찰을 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사는 통일신라 이후에도 존속됐지만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어떤 활동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보물 제150호 공주 반죽동 당간지주 부근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대통사(大通寺)’라고 새겨진 기왓조각이 나와 사지였음이 밝혀졌지만 더 자세한 것이 확인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당간지주에서 150m 떨어진 지점에서 대통사지로 추정될 수 있는 관련 유물이 쏟아지자 학계는 일제히 주목했다. 대통사는 현재까지 삼국시대에 세워진 사찰 중 사찰명과 건립연대, 장소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기 때문이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고구려·백제·신라 사찰 중 확인되는 가장 이른 시기사찰이 현재 대통사”라며 “성왕은 수도를 사비로 옮기면 사비백제를 열었다. 그곳에서 정림사를 창건했는데 대통사를 참고해서 사찰을 축조했을 것이다. 대통사를 확인하는 것은 웅진과 사비백제 왕경의 비밀을 푸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공주 반죽동 한옥부지 발굴지 전경. 폐와무지들이 확인된다. 이곳에서만 2만여 점의 기와편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대통사지는 다시 묻힐 위기에 놓여있다. 유물출토 지역이 주거 밀집 지역이고 공주시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고도(古都)이미지 찾기 사업’을 진행하며 한옥 신축을 추진하고 있어 온전한 발굴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학회 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굴조사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사지 추정 유적은 다시 매몰되고 한옥이 건축될 예정”이라며 “공주시 반죽동 일대 한옥신축 사업은 문화재청 문화재보호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역설적으로 고도 경주의 핵심 유적인 대통사지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좁은 면적 단위로 발굴조사가 이뤄지면 대통사지의 전모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학자들은 “현재 조사가 진행되는 구간의 발굴허가 범위는 204㎡지만 안전지대 확보를 위한 공간을 제외하면 허가 면적의 1/2도 발굴하지 못했다”면서 “백제사만이 아니라 한국 고대사에서 매우 소중한 사찰인 대통사지가 발견됐음에도 전체 사역을 밝히기 위한 장기 계획의 수립, 보존과 유네스코 확장 등재 등의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한옥 건축만 논의되는 작금의 상황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사지 발굴 지역은 보존돼야 하며,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인접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백제사를 복원하고 고도 공주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릴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학자들은 문화재청과 지자체에 △주민들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주거 이주책 마련 △대통사지 추정 지역 전체를 매수 후 장기 발굴 △대통사지 복원 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확장 등재 등을 제안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각 스님은 “구전돼 오던 대통사지의 위치가 확인됐다. 이는 국가적으로 환영할 만하다”면서 “여러 학회의 학자, 연구자들이 연명을 해서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사적 지정 요청하고 우선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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