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상사 강의/오가와 다카시 지음/이승연 옮김/예문서원 펴냄/2만원

 

인도의 달마를 초조로 삼는 선불교는 참선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깨달음을 얻는 방법으로는 단계적·점진적으로 서서히 깨달아 가는 점오와 한순간에 모든 것을 깨닫는 돈오가 있는데, 이 수행 방법에 의해 북종선과 남종선이 갈리게 되었다. 그 후 신수와 보적으로 이어진 북종선은 점차 쇠퇴했고, 혜능의 남종선이 남악마조계와 청원석두계로 나누어져 발전하다가 중당 이후 마조도일의 선이 주류를 형성했다. 또한 동시에 그것에 대항하여 석두희천의 선이 나타났다. 당대의 선은 송대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것을 잇고 비판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송대의 선은 한마디로 말하면 선이 제도화된 시대이다. 선종이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으며, 그것에 부응하여 선종 내부의 체계나 수행형태가 제도적으로 정비, 규격화되었다. 이때 깨달음을 얻기 위한 참선수행의 방법으로 공안선(간화)이 등장하였다.

이후 송대선은 중국 본토에서는 새로운 사상적 발전을 갖지 못했지만, 고유의 언어나 문화의 벽을 넘어 동아시아 각지로 전파되어 나갔다. 이 시기를 계기로 고려와 일본 등지에서 선불교의 모습이 갖추어졌으며, 20세기에는 일본을 통해 서구사회로까지 확산되었다. 저자는 내용을 최소화하면서 선종 사상사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자들에게 강의하듯이 평이한 문장으로 쓰인 이 책은,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굵은 선으로 단 한 번에 완성한 그림처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선사상사를 그려 내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 선의 흐름을 네 개의 단계로 나누어 소개한다. 1강에서 3강까지는 선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후 당대를 거쳐 송대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마지막 4강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선승의 생각을 기존의 사상과 대조시켰다.

그러나 선사상을 단순히 시대나 유파별로 분류하여 나열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런 여러 유형들이 왜 생겨났는지, 또 어떤 문제를 중심으로 선자들의 입장이 나뉘었는지 등을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4강에서는 일본으로 건너간 선불교가 일본만의 으로 변형되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한국선 토착화 과정도 유추하는데 상당한 시사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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