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들과 회의를 하다가 심한 폭언과 함께 물컵을 집어던져 재벌일가의 갑질논란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부사장의 친동생이다. 보도에 의하면 조씨 집안의 갑질행태는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장남인 조원태 사장은 2005년 운전 중 시비가 붙어 손녀를 안고 가던 70대 할머니를 폭행해 말썽을 빚었고,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가정부, 직원 등에게 일상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는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말 그대로 갑질 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에 공개된 녹음파일을 들어본 사람들은 괴성에 가까운 쇳소리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과 각종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기위해 개설된 사내 카톡방에 9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는 그동안 대한항공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불법과 탈법 사례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당국의 조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다.

필자는 갑질과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씁쓸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윤리적 시민의식이 그만큼 미성숙했다는 한국 특유의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는 이와 같은 갑질을 가리켜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권력자인 대기업 오너가족이 보이는 매너 없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규정한다. 덧붙여서 그는 그렇다고 이를 노예들의 합창처럼 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끊임없는 비판과 문제제기를 해야 비로소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대한항공 오너 일가 갑질논란
여론 뭇매·당국 조사까지 이어져
권력층 윤리의식 미성숙함 확인

갑질 비판·문제제기 있어야 극복
을의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용기내서 자신의 권리 주장해야

평등한 대우받는 사회가 불국토
당신 이웃이 부처임을 상기하라

갑질을 의 숙명처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로 전락하게 되어 감히 주인을 극복할 용기를 갖지 못하는 노예가 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새겨들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일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들이 힘 있는 자들의 부당한 갑질에 분노하고 이를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정의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취업절벽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결코 나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찬 젊은이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같은 시민적 각성을 갖춘 2030세대야말로 기성세대의 볼썽사나운 갑질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더 나아가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미래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사실 미투 운동갑질 근절 운동은 본질상 같은 속성을 갖는다. ‘의 행동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참고 견뎌보겠다는 의 인식만으로는 부정의한 갑을관계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낸다면 시대착오적인 갑질문화를 추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을 평등하게 대하는 사회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시민사회이자 불교적으로 말하면 불국정토에 다름 아닐 것이다. 불교에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곧 우리 모두 부처님처럼 깨달을 수 있는 불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과 정확하게 같은 말이다. 갑질을 예사로 여기는 사람들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당신과 나는 똑같이 불성을 가진 예비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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