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보적경 정신동녀회

며칠 전, 엄마 따라 법회에 나온 아이가 물었다.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부처님은 인간이고, 하나님은 신이니 신보다 낮은 인간인 부처를 믿지 말라며 교회다니자 해서 속상했어요.”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하렴, 하늘 천, 사람 인, 스승 사. 천인사(天人師), 너희 천인사가 뭔 줄 아니? 그럼 분명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늘의 신들과 인간의 스승이신 분은 오직 우리 부처님 한 분 뿐이다. 너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나는 부처님을 믿는 사람, 종교는 행복하기 위해 믿는 것이다. 그러니 터치(touch)하지 마.”

곁에서 듣던 보살들은 웃었지만 아이는 그렇게 하겠노라며 떠났다.

어린이날이 가까워오면 항상 부처님은 어린이들을 위한 설법을 찾아본다. 라훌라가 어린 나이에 출가해 승단에서 함께 살았고, 법문을 들으려는 부모를 따라 온 어린이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가르침이 곳곳에 등장한다. 한글대장경 <대보적경> 119권에 제 40품의 정신동녀회(淨信童女會)의 정신동녀는 파세다닉왕의 어린 딸이다. 큰 딸이 바로 <대보적경>119권에 제 49품에 등장하는 <승만경>의 주인공인 승만이다. 부모가 항상 부처님을 의지하여 매일 법문을 들으러 기원정사로 갈 때 아들과 딸들도 함께 했었다고 한다. 정신동녀는 나이는 어렸지만 모습이 단정하니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한 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여 다시 보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정신은 아름다운 황금빛의 자스민꽃을 한 아름 안고서 친구들 500명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공양 올리며 발아래 엎드려 예배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존경하는 부처님, 저는 부처님께서 자비심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올바른 수행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만날 때 힘든 이야기를 하면 때려주고 싶은 나쁜 마음이 일어나는데 이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 친구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법, 모든 이들을 의젓하게 만드는 법,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다 사랑하는 법, 지혜로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만나는 법, 극락세계 연꽃 위에 태어나는 법, 여자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 법, 누구를 만나도 지금처럼 행복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모든 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부처님은 정신동녀가 친구들 사이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쫑알쫑알 말하는 것을 다 들으시고 14가지로 질문한 내용을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셨다.

불교를 수행하는 사람을 보살이라 부른다. 그들은 언제나 자비심으로 중생을 아껴야 한다. 아까 말한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좋다, 나쁘다는 마음 없이 동등하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8가지 법을 배우고 익히거라. 첫째는 인자한 생각을 지닌다. 둘째는 가엾이 여겨야 한다. 셋째는 항상 이익하게 하라. 넷째는 세상의 나쁜 법에 물들지 말거라. 다섯째는 이기심을 버려라. 여섯째는 고요한 마음, 선정을 닦아라. 일곱째는 몸과 목숨에 집착하지 마라. 여덟째는 나쁜 생각(번뇌)이 일어나면 무엇이 행복을 방해하는지 관찰하고 행동하거라. 이렇게 하면 미움과 사랑이 생기지 않아 자유로운 마음으로 모두 행복하게 만날 수 있다. 또 모든 부처님 앞의 연화대에 태어나려면 8가지를 잘 지켜야 한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다른 이의 허물을 말하지 말며, 많은 이들을 삼보를 만나도록 교화하고, 지혜의 마음으로 살며, 언제나 청정하게 수행하며, 부처님을 조성하여 연꽃자리에 모시며, 괴로운 친구들을 만나면 따뜻하게 달래주고, 잘난 척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낮추어라.”

이 말을 들은 정신동녀와 친구들은 자신들을 위해 법을 설해준 부처님께 재롱 잔치하듯 춤추고 노래하며 부처님을 찬탄하고 물러갔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아난에게 부처님은 저 아이는 훗날 전광세계에서 광명장엄왕 부처님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하시며 즐거워 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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