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어·논리로 화쟁을 철학하다

원효 스님이 남긴 핵심적 가르침 중 하나가 바로 ‘화쟁’이다. 쟁론은 ‘화(和)’하는 화쟁은 수많은 갈등이 산재하고 있는 현대사회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사상이지만 실천적 구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효 사상 전반에 대해 천착하고 있는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원효의 화쟁철학>은 화쟁을 어떻게 구성됐으며, 논리적으로 이해할 것인가를 분석하고 있다. 체계적이면서 총론적인 분석 뒤에는 이 시대에서 화쟁을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제언이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저서를 통해 ‘지금 여기서 어떻게 화쟁할 것 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원효의 화쟁 논법의 구조에 대해 박 교수는 ‘문(門) 구분’과 ‘무(無)실체·무(無)본질 관계의 세계를 드러내는 일심의 지평’, ‘언어에 대한 통찰’로 구성된다고 봤다. 세 축이 서로 힘을 보태면서 상이한 견해들의 충돌을 통섭적 관계로 만들어가는 게 ‘원효의 화쟁 논법’이라는 것이다.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박 교수는 화쟁이 사회에 구현되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견해 주체들 간의 상호신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고려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기울어진 운동장’ 해결에 대한 논설은 주목할만 하다. 애초 공정할 수 없고, 유불리가 명확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쟁론은 이뤄지지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 교수는 쟁론 주체들에게 대한 ‘차별’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게임 규칙처럼 이미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 자가 유리함을 상쇄하는 정도의 차별적 규칙은 수용해야 한다”면서 “쟁론적 게임에서 화쟁적 태도를 선택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감내하는 선택은 강자가 먼저 행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사회가 ‘절대화’가 아닌 ‘다면화’로 사유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 박 교수는 종교계 역시 이 같은 전환에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한국사회를 화쟁과 통섭의 길에 올려놓는 데는 한국 종교계의 용기있는 선택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종교와 종교인들이 자신의 견해에 ‘합리의 힘’을 장착한다면 한국사회의 화쟁적 향상은 비약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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