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트랜스젠더 스님, 성소수자 위한 사찰 건립 나서

쇼센지 본당 완공모형. 시바타니 스님 제공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전국적으로 뜨거운 가운데, 일본 트렌스젠더 스님이 성소수자를 위한 사찰을 건립한다.

산케이신문420일 오사카 네야카와시(?屋川市)에 성소수자들을 위한 사찰 쇼센지(性善寺)’건립을 준비하는 트렌스젠더 시바타니 소슈쿠(柴谷宗叔, 63) 스님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절은 2018년 봄에 1차 완공 예정이다. 스님은 예전의 자신과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이런 사찰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20178월 이 사찰을 건립하겠다고 정식 발표하며 성소수자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찰,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사찰, 성소수자들의 경조사를 맡아줄 수 있는 사찰을 취지로 사찰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성소수자들의 이해와 권익을 위한 활동에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쇼센지 건립은 이 활동의 연장선이다. 절의 이름은 다양한 젠더()은 선한 것()’이라는 신념에서 따왔다. 쇼센지는 네야카와시 본가의 별채를 개축하여 지어질 예정이다. 시바타니 스님은 큰 사찰을 새로 지을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민가를 개축한 절로써 사람들이 보다 가볍게 들렸다 갈수 있는 절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절의 설계는 시코쿠 순례에서 인연이 된 우타 이지요(歌一洋, 70) 긴키대학 교수가 담당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사찰건축을 모티프로 철골 콘크리트, 120제곱미터(36)로 지어질 쇼센지는 내년 봄경에 1차 완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건축비용 1,400만엔(14천만원)은 모금한다는 계획이다. 그 뜻에 동참하여 본존불로 모실 대일여래(大日如來)상과 여타 불상들을 시작으로 법당 장엄에 필요한 법구들은 도반스님들과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보시해줬다.

성소수자 페스티벌에서 연설하는 시바타니 스님. 시바타니 스님 제공

'산케이 신문' 4월 20일 보도
건축비용 1400만엔 모금 계획
2018년 봄, 1차로 완공될 예정
"고민 상담
·경조사 도와주겠다"

시바타니 스님은 성소수자 커플들은 대부분 사실혼 관계임에도 여러 문제로 결혼식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자손이 없다보니 죽고 나서 납골을 하거나 장례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쇼센지는 바로 이런 일들을 해주는 절이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며 성소수자 뿐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절, 종파나 사상을 불문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찰이 되길 바란다고 포부를 전했다.

시바타니 스님은 스스로 성소수자이기에, 성소수자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성의 몸을 가졌지만, 성적 정체성은 여성이었다고 한다. ‘남자는 남자답게를 강요한 아버지와는 항상 불화가 있었고, 집을 떠나기 위해 집과 거리가 먼 와세다 대학에 진학했다.

스님은 본가에서 나오자 마자 여성복을 사고 화장을 했다. 그리고 도쿄의 게이 바 등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졸업 후에는 요미우리 신문에 취직, 경제부 기자와 편집부 위원을 거쳐 나름의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양복과 넥타이는 언제나 불편한 존재였다고 한다. 오히려 집에서 여장을 하고 같은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편했다고 한다.

불교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91년 회사에서 간 단체 여행이었다. 회사에서 관음성지인 세이간토지(?岸渡寺)를 방문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스님은 일본 각지의 성지를 순례하며 개인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당시에는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관광차원에서 순례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1995년 한신대지진으로 고베에 있던 스님의 자택이 완전히 붕괴되는 일이 일어났다. 다행히 스님은 당시 부모님이 계신 네야카와시에 있었기에 무사했다.

지진 이후, 무너진 집을 수습하러 간 스님은 폐허 속 너덜너덜해진 <납경장(納?帳)>을 발견했다. <납경장>은 일본사찰에서 순례자들에게 순례 온 것을 인증해주며 절 본존불의 명호와 절의 직인을 찍어주는 책을 말한다. 스님은 폐허 속에서 <납경장>을 주워들었을 때 나를 대신해서 지진 속에 있었다고 직감했다. 부처님의 은혜에 큰 감사를 느꼈다며 관광이 아닌 순례로서 시코쿠의 88개소 순례를 나섰다.

순례 중, 순례자의 복장은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 같은 것을 본 스님은 남자답지 않아도, 여자답지 않아도, 순례자는 모두 같은 순례자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이 일로 출가를 결심, 진언종의 총본산인 고야산의 고야산대학 대학원에 진학, 2005년 신문사 조기퇴직 후 출가하여 소슈쿠라는 법명을 받았다.

한편 스님은 이후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하고 2010년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호적의 성별도 여성으로 변경했다. 당시 진언종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성소수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총무원장의 배려로 승적의 성별도 여성으로 변경, 진언종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스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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