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 스님*대전 카톨릭대학 성모병원 영적돌봄가

경원 스님.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The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다

2016년 상반기, 경원 스님은 호스피스를 처음 시작했다. 강원시절 화엄반에 있을 때, 학장 스님이 울산에 있는 정토마을 호스피스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것이 계기였다. 당시 스님은 마음 속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호스피스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회는 마땅치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15, 비로자나 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에게 호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듣게 되고, 그 해 여름 울산의 정토마을에서 생사의 장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렇게 스님은 영적돌봄가로 거듭났다.

영적돌봄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항상 죄송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영적돌봄을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것이 부족하기에 생사의 고통 속에서 힘겹게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시는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게 많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고, 손을 잡아드릴 뿐입니다. 약조차 듣지 않는 지경의 극한의 고통 속에 계신 분들의 모습을 보면 한없이 제 자신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손을 잡아드리고 아미타 부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영적돌봄을 하며 봉착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경원 스님은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죽음의 무게에 대해 새로 알게 됐다고 한다. 2017년 여름, 대장암으로 고생하시던 한 처사님이 그 계기였다고 한다. 경원 스님은 몸은 너무도 여위었지만, 눈동자만큼은 맑게 빛나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처사님은 이내 생을 다했고, 스님은 기도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의 장례식장 작은 빈소에는 가족들 몇 몇이 조촐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막 스물이 넘은 손녀는 한없이 울고 있었다. 스님은 그 곳에서 소리도 못 내고 울고 계시던 따님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 가끔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인께 예를 올리고, 가족들과 돌봄의 시간을 갖고 기도를 해 드렸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가족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죽음의 무게가 새삼 다가왔다. 불가서는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라 하지만, 남겨진 가족이나 누군가에겐 너무도 아픈 이별이고 슬픔이며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처음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정토마을 능인 스님이 큰 힘이 되어 주셨다. 능인 스님은 경원 스님의 두려움을 알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며, 그 누구보다 순수한 분들이라고 말해주셨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라는 능인 스님의 설명을 들은 뒤로는 경원 스님도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고 한다.

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많은 가르침과 지도가 필요합니다. 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영적돌봄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봉사를 해드리는 게 저의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도 영적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먼저 생각하는 경원 스님의 목표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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